月刊 아이러브PC방 6월호(창간 22주년 특집, 통권 367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PC부품 시장이 지극히 비정상적으로 흘러가고 있고, 그 기간도 길어지면서 PC 하드웨어 유통의 메카로 불리는 용산전자상가 입주 업체들이 줄도산하고 있다. 3년 전의 악몽이 재현되고 있는 것이다.

광풍에 가까운 암호화폐 채굴 붐이 다시 일면서 그래픽카드 품귀 현상이 심화되고, 최근에는 HDD와 SSD 등 고용량 저장장치마저 품귀와 가격 폭등 현상을 겪으면서 부품 시장 자체가 붕괴된 상태다.

게이밍 PC에 고성능 그래픽카드가 필수인 PC방 입장에서는 창업은 물론 PC 업그레이드마저 어려워져 힘겨운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 2~3배의 웃돈을 준다 해도 구할 수 있을까 말까다.

하지만 이 같은 고난의 행군이 6월을 기해 완화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급락하는 암호화폐 시세와 맞물려 제품 공급량 확대로 인해 가격이 인하될 가능성이 있다는 예측이다.

RTX30 시리즈 품귀 현상에 가격 폭등
3년 전의 상황과 매우 유사하다. 암호화폐 광풍으로 인해 채굴장이 늘어나면서 그래픽카드 품귀로 인해 가격이 폭등하는 현상이 똑 닮았다. 심지어 이전 세대 중고 그래픽카드까지 대체품으로 가격이 인상되는 모습마저 닮은꼴이다.

새로 출시된 RTX30 시리즈는 높은 성능을 갖춘데다가 가격마저 이전 세대 수준으로 동결돼 채굴에 더 없이 매력적이다 보니 출시 직후 빠르게 채굴 시장으로 흘러들어갔고, 자연스레 가격이 높아졌다.

설상가상 웨이퍼 부족과 반도체 수요 급증으로 인해 메모리 부족 현상이 나타나는 등 악재가 겹치면서 그래픽카드 가격은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올라갔다. 현재 지포스 RTX3090 제품의 경우 600만 원을 호가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구세대 중보급형 중고제품마저 품귀
넘치는 수요에 부족한 공급에 대한 대안으로 부상한 것이 바로 이전 세대 즉 중고 그래픽카드다. 하지만 이전 세대 하이엔드급은 여전히 상당한 해시값으로 채굴 성능을 자랑하고 있어 개인 소비자의 ‘존버’용 대체재뿐만 아니라 채굴 시장으로도 급격하게 흘러들어갔다.

더욱 안 좋은 흐름은 이전 세대 하이엔드급에 이어 중보급형에서도 이런 양상이 보인다는 것이다. 당장 GTX960의 경우 이제는 게이밍용으로는 다소 부족한 성능을 갖추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없어서 못 구하는 상황이다. 이마저도 채굴장으로 끌려가고 있는 것이다.
심지어 GTX750 Ti 2GB 모델마저 일명 ‘잡코인’ 채굴에 활용되고 있다니 이후 세대, 더 높은 넘버링 제품들은 예외 없이 채굴장행을 피할 여지가 없다.

중고제품들까지 품귀 현상이 빚어지고 거래 가격이 불과 1년 전에 비해 3~4배까지 치솟는 기현상이 발생하는 등 현재 그래픽카드 관련 시장 분위기는 그야말로 악화일로다.

신품과 중고 모두 공급 부족, 물량 있어도 가격은↑
30 시리즈의 막내 RTX3060과 같이 다소 예외인 그래픽카드도 있는데, 이마저도 유통업자와 소매점의 욕심이 빚어낸 왜곡된 가격에서는 자유롭지 못했다.

RTX3060은 애초에 채굴락 기능을 갖추고 등장했다. 시장 왜곡과 실 소비자의 이탈을 우려한 엔비디아의 고육지책이었다. 엔비디아의 CEO 젠슨 황은 소프트웨어 락과 하드웨어 락 기능이 있으며 채굴 알고리즘에 반응해 채굴 성능이 절반으로 하락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개발자용 드라이버가 유출돼 채굴용으로 개조된 드라이버와 펌웨어가 등장, 소프트웨어 락은 사실상 해제됐고 하드웨어 락만 남았다.

현재 알려진 하드웨어 락은 PCI ×16 슬롯에서 모니터가 인식됐을 때만 채굴 효율이 나타나고 ×8 또는 ×1 슬롯을 통한 2Way 이상은 제한되는 기능 등이 확인되고 있다. PC방과 같이 1PC-1VGA 방식의 채굴은 가능해도 전문 채굴기용으로는 가치가 없는 셈이다.

이처럼 지포스 RTX3060은 동일 세대 가운데 채굴 효율이 상대적으로 낮은데다가 상당한 수량이 공급, 유통됐음에도 불구하고 100만 원 선을 넘기는 등 비정상적인 시장 분위기에 편승해 폭리를 취하는 유통업자들의 상술이 여전히 유효한 상황이다.

엔비디아의 반전 카드, LHR 버전 출시
하지만 엔비디아가 새로운 카드를 꺼내 들었다. 바로 채굴락을 해제하는 개조 드라이버를 방어하기 위한 LHR(Light Hash Rate) 모델 출시다. 당장 채굴락 기능이 있는 RTX3060부터 기존 GA106-300 대신 GA106-302 칩셋을 사용한 LHR 버전으로 변경해 채굴용 개조 드라이버가 적용되지 않도록 했다.

RTX3060 LHR 버전 제품은 전 세계적으로 늦어도 6월 초에는 실제 판매에 돌입할 것으로 알려졌으며, 이후 출시되는 RTX3070, RTX3080, RTX3090 모두 LHR로 출시해 채굴장으로 흘러들어가지 않도록 한다는 방침이다.

물론 암호화폐 채굴에 특화된 CMP  (Cryptocurrency Mining Processor, 암호화폐 마이닝 프로세서)를 별도로 출시해 채굴 시장도 놓치지 않는다는 전략이다.

적어도 새로 출시되는 그래픽카드들은 해시레이트가 낮아 게이밍 시장에 정상적으로 공급될 것으로 보이며, 해시레이트가 우수한 CMP를 채굴용으로 공급해 게이밍 시장과 채굴 시장을 어느 정도 구분한다는 의도다.

이런 까닭에 6월부터는 일반 소비자 시장에 대한 그래픽카드 공급량이 이전보다는 훨씬 늘어나고, 대기 수요가 많은 PC방 시장에도 숨통이 트일 것으로 기대된다.
유통 업계에서는 올해 상반기에 PC방에서 게이밍 PC용으로 쓸 수 있는 성능의 그래픽카드 100개를 공급하는데 1개월 이상이 소요되던 기현상은 다소 사그라들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물론 공급이 원활해지는 만큼 고공행진 중인 가격 역시 차츰 안정화될 것으로 보인다.

중국 판로 막힌 기가바이트, 그 외 시장에는 호재…
중국의 기가바이트 제품 판매 제한 보복도 시장에 적지 않은 영향을 줄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지난 달 대만 기가바이트 관계자가 중국에서 제조된 그래픽카드에 대해 품질이 떨어진다고 언급한 바 있는데, 이 내용이 웨이보에 게재되면서 기가바이트 제품 판매가 사실상 중단된 것이다.
현재 타오바오, 징동 등 중국의 주요 e커머스 플랫폼에서 기가바이트 브랜드 등록이 취소되거나 검색 자체가 제한되고 있다. 가장 큰 시장 가운데 하나인 중국 판로가 막혀버린 것으로, 이는 역으로 말해 그 외 시장에는 기가바이트 제품의 공급량이 늘어날 수 있다는 의미다.

실제 어느 정도의 물류 변화가 야기될지는 알 수 없고 단기간 내에 큰 영향이 나타나지 않을 수도 있지만, 이러한 판매 제한 보복 기간이 길어진다면 효과가 뚜렷해질 가능성이 크다.

채굴과 상극인 여름, 맹렬한 무더위도 한몫?
제조사의 적극적인 대응과 중국-대만의 자존심 대립이 그래픽카드 수급에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이는 가운데, 계절적 요인도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여름이 되면 전반적으로 전력 사용량이 증가하고, 전기요금 또한 하절기 누진제 적용으로 부담스러운 수준으로 오른다. 채굴기의 가장 큰 약점이라 할 수 있는 발열 해소에도 심각한 핸디캡이 생긴다.

그런데 올해는 평년보다 더운 여름이 예상되고, 무더위 역시 더 빨리 오고 더 오래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지난 5월 중순의 수도권 낮 최고 기온이 30.8도를 기록하는 등 이미 여름 날씨를 보이고 있다.

당연히 무더위가 심화되고 장기화될수록 채굴 시장이 주춤할 수밖에 없고, 이는 일반소비자 시장과 PC방 업계에 대한 그래픽카드 공급과 가격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게 될 것으로 보인다.

여러 상황들이 그래픽카드 공급량 증가와 가격 인하로 이어질 만한 신호를 주고 있으며, 대량 구매를 해야 하는 PC방 입장에서는 긍정적인 변화다. 물론 이러한 징후들이 어느 정도의 변화를 가져올지, 또 테슬라 일론 머스크 CEO와 같은 돌발변수가 언제 어떻게 얼마나 작용할지는 알 수 없지만 변화가 시작된 것은 분명해보인다.

저작권자 © 아이러브PC방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