月刊 아이러브PC방 6월호(창간 22주년 특집, 통권 367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지난 5월 정부는 암호화폐 시장 관리·감독과 제도 개선의 주무부처로 금융위원회를 지정하고, 블록체인 산업 육성은 과기정통부가 주관한다는 골자의 ‘가상자산 거래 관리방안’을 발표했다.

정부의 가상자산 관리방안은 특정금융거래정보법(특금법)에 따른 가상화폐 사업자의 조속한 신고를 유도하고 다단계, 유사수신, 해킹, 사기 등 불법행위를 집중 단속하는 내용이 담겼다.

제도권으로 끌어들여 암호화폐 거래에서 중요한 역할을 수행하는 사업자가 화폐를 안전하게 보관하고 거래투명성을 확보한다는 목적이다.

국내 암호화폐 투자자는 600만 명을 넘어선 것으로 추산되며, 4대 암호화폐 거래소에 입금된 금액만 34조 원에 육박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천문학적인 금액 중에는 절박한 상황에 내몰린 PC방 업주들의 자산도 포함되어 있음은 주지의 사실이다.

PC방 업주들이 지난 2017년 1차 유행 당시보다 지난해와 올해 유독 더 암호화폐에 관심을 가질 수밖에 없었던 이유는 코로나19 사태가 유독 소상공인들에게 치명적으로 작용했고, 그 가운데 PC방 업주들은 놀고 있는 PC를 활용할 수 있다는 점에서 채굴과 암호화폐를 기사회생의 수단으로 눈길을 돌린 것은 당연한 흐름이었다.

하지만 정부는 그간 관심도 없던 암호화폐에 ‘제도’와 ‘과세’라는 잣대를 들이밀었다. 이에 그동안 온갖 불법행위에 무방비로 노출됐던 암호화폐 거래자들은 이제 법의 테두리 안에서 보호를 받을 수 있게 된다는 긍정적인 측면이 생긴다.

그러나 암호화폐 시장에 발을 담근 PC방 업주들의 앞날이 꽃길이냐 하면 그건 또 아닌 것같다. 관리방안으로 거래소 등이 자체 발행한 암호화폐를 직접 매매·교환을 중개·알선하는 것과 거래소 임직원이 자신이 속한 거래소에서 거래하는 것을 금지하는 동시에 오는 9월 24일부터는 거래소의 신고가 의무화된다.

거래소가 신고를 하기 위해서는 실명 확인 입출금 계정 개설 등의 요건을 갖춰야 하지만 자금세탁이나 해킹 등 금융사고 위험 부담을 꺼리는 은행들이 실명계좌 개설을 꺼리는 실정이다. 그나마 4대 거래소는 실명계좌 발급이 어렵지 않겠으나 나머지 200여 개의 중소 거래소는 신고를 못해 시장에서 퇴출될 공산이 크다.

지금도 암호화폐 거래소 중에는 안정적인 전산시스템을 갖추지 못해 거래가 지연되거나 입출금이 중단되는 일이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다. 설상가상 매도가 매도를 부르는 등 거래가 브레이크 없는 하락을 이어가는 최악의 상황까지 나타나고 있는 실정이다.

이처럼 지금도 상황이 좋지 못한 일부 거래소가 신고에 실패해 폐업이 불가피해지면 예치금 횡령이나 기획 파산이 계획될 가능성도 있다. 이럴 경우 암호화폐에 마지막 희망을 걸었던 PC방 업주들과 여타 소상공인들은 시장 흐름과 무관하게 또 다른 시련을 겪을 수밖에 없다.

한편, 정부는 암호화폐 거래 관리방안과 함께 내년부터 가상자산 거래로 발생한 소득에 ‘기타소득’이라는 타이틀을 붙여 20%의 세율로 과세하겠다는 계획도 내놨다. 사실 정부의 관심은 이쪽에 더 많은 것처럼 보인다.

뻔히 예상되는 부작용은 짐짓 모른 척하면서 내뱉는 “가상자산은 화폐나 금융상품으로 인정하지 않는다”, “누구도 가치를 보장할 수 없으므로 자기 책임 아래 거래 여부를 신중히 판단하라”는 발언은 올 하반기에 암호화폐와 관련해 일대 사단을 예고하는 것은 아닌지 우려스럽다.

이미 중국을 비롯한 해외에서는 묘한 분위기가 형성되기 시작했고, 그래픽카드 시장 역시 변화의 조짐이 감지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부는 내년 1월 1일부터 암호화폐에 본격적으로 과세를 시작한다고 발표했다. 그것도 20%씩이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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