月刊 아이러브PC방 4월호(통권 365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글로벌 최대 게임 유통 플랫폼 스팀(Steam)이 지난해 10월부터 PC방에 깊숙이 들어왔다. 플레이위드의 ‘스팀 PC카페’ 서비스 OBT를 통해서다. 플레이위드는 이달부터 사전예약을 받아 내달 중으로 정식 서비스에 돌입한다는 계획이다.

코로나19가 PC방을 할퀴면서 가동률이 급락했고, 이를 타개하기 위한 차별화 콘텐츠를 모색하는 PC방 업주라면 ‘스팀 PC카페’는 눈을 뗄 수 없는 아이템이다. 내 매장에서 서비스할 수 있는 게임의 숫자를 늘릴 수 있는데 마다할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다만 한 가지 문제가 있다면 ‘스팀 PC카페’가 어느 정도의 집객력을 갖추고 있는 서비스인지 감을 잡기 어렵다는 것이다. 가뜩이나 점유율은 특정 게임 몇 개에 쏠려있고, 실효성 없는 가맹 게임사가 많아 관리도 번거로운데 괜히 꿔다 놓은 보릿자루를 하나 추가하는 것은 아닌지 걱정이 앞서기 때문이다.

지난해 10월부터 ‘스팀 PC카페’ OBT 매장에 선정돼 반년 동안 경험이 쌓인 성북구 하월곡동 ‘PC나인’을 찾아갔다.

안정적인 상권도 코로나는 못 피해
2년 전 오픈한 PC나인은 시간당 요금 1,000원을 받는 160대 규모의 중형 매장이다. 아파트와 주택단지 사이에서 중고등학교를 끼고 있는 위치라 상권 자체는 매우 훌륭하다. 손님층은 학생 절반에 성인 절반 정도로 안정된 구성을 보여준다.

더할 나위 없이 좋은 조건이지만 그만큼 PC방이 밀집해 매장간 경쟁도 치열한 과밀상권이다. 또한 코로나19 시국이 열리면서 학교 선생님들이 불쑥 찾아와 학생들을 데리고 나가버리는 일이 종종 발생하는 실정이라고 한다.

PC나인 하월곡점을 총괄하는 김대한 점장은 “코로나 이전이 호시절이라고 생각해보지 않았다. 가동률 감소폭을 보면 좋았던 것 같기도 하다”라며 “코로나 사태가 끝난다고 해도 학생들의 PC방 이용 루틴이 끊겼기 때문에 한동안은 고생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서 “다중이용시설 이용률이 줄어드는 것 자체는 이해할 수 있지만 선생님들이 출동해서 학생들을 데리고 나가버리면 딱히 대응할 방법이 없어 스트레스다”라며 “그래도 다행스러운 일은 동네 사장님들이 모두가 이 어려운 상황에서 출혈경쟁을 하지 말자는데 동의했다는 점”이라고 덧붙였다.

“스팀은 코로나19가 아니어도 유효해”
PC나인은 가동률이 높고, 진성 게이머들 사이에서도 유명세가 있어 게임사들이 주목하던 매장이다. 플레이위드의 ‘스팀 PC카페’ OBT 역시 PC나인에서 첫 스타트를 끊었는데, 플레이위드 측에서 먼저 제안을 했다.

플레이위드 담당자가 찾아와 사업을 소개하자마자 단칼에 수락했다고 한다. 코로나19가 대한민국을 강타하기 이전에도 차별화된 PC방 콘텐츠에 대한 고심과 갈증이 있었던 터라 ‘스팀 PC카페’ 도입은 망설임 없이 이루어졌다.

김대한 점장은 ‘스팀 PC카페’는 코로나19와 무관하게 ‘PC방에 필요한 서비스’라고 표현했다. PC방은 손님들에게 서비스할 수 있는 콘텐츠를 다양화해야 신규 고객을 창출할 수 있으며, ‘스팀 PC카페’는 그동안 PC방에서 찾아볼 수 없었던 새로운 고객층을 발굴할 것이라는 기대감에서다.

PC나인의 매장 내 점유율은 인기 게임 쏠림 현상이 전국 평균보다 강하게 나타난다. <리그오브레전드>가 55%를 차지하고, <배틀그라운드>, <오버워치>, <서든어택>, <피파온라인4>를 더하면 약 35% 정도다. 그리고 남은 10%를 두고 수많은 군소 게임들이 치열하게 경쟁하는 형국이다.

기존의 군소 게임들 중에서는 점유율을 늘려갈 기대주가 없기 때문에 아예 새로운 게임을 발굴해야 하는데, 이 발굴 작업에 나서는 서비스가 ‘스팀 PC카페’라는 것. 또한 PC방 업계에 스팀은 낯선 플랫폼인데 플레이위드는 양자를 연결하는 가교 역할을 한다.

최우선 과제인 코로나 극복에 역할 기대
PC나인은 콘텐츠 다양화라는 측면에서 ‘스팀 PC카페’를 도입했지만 코로나19 극복에도 도움을 받았다. 괄목할 만큼의 신규 고객층을 창출하지는 못하지만 일부 단골손님이 생겨나는 정도는 된다고 한다.

소수의 단골이 얼마나 소중한지는 PC방 업주라면 누구나 공감할 것이고, 코로나 시국에는 두 말할 필요도 없다. 김 점장은 “지난해 가을 초입에 전국 PC방 영업중단 조치가 풀렸지만 가동률 회복은 더디게 나타났다”라고 회상하면서 “기존에 없던 단골손님을 만들었다는 것은 결코 작지 않다”고 밝혔다.

게이머들이 호기심에 찾아오는 경우도 제법 있었고, PC방 업주들이 단체로 견학을 오기도 했다. ‘스팀 PC카페’가 게이머들에게 관심을 받는 서비스다보니 다른 PC방 업주들도 이를 의식하지 않을 수 없었던 것이다.

또한 코로나19로 인한 가동률 침체 장기화로 의기소침해졌던 직원들과 매장 분위기도 ‘스팀 PC카페’를 통해 일신했다고 한다. 코로나19 국면이 시작되면서 매출이 기존의 30% 수준으로 곤두박질쳤고, 백방으로 노력해도 매출 회복은 불가능했지만 유일하게 희망적인 역할을 한 것이 ‘스팀 PC카페’라고 평가했다.

좋긴 하지만 그래도 아쉬운 점은 있다
‘스팀 PC카페’를 희망의 아이콘으로 평가하기에는 아직 경계해야 할 부분도 있다. 매장 점유율을 일정 부분 차지하지 못하면 가동률 상승에 실질적인 역할을 할 수 없는데, 아직까지는 이렇다 할 킬러타이틀이 없다.

PC나인에서는 <레프트포데드2>, <어몽 어스>, <아크: 서바이벌 이볼브드>가 가장 점유율이 높은 ‘스팀 PC카페’ 타이틀인데, 실제 점유율은 TOP5 게임들과 비교해 아주 미비한 수준에 불과하다.

또한 GOTY를 휩쓸었던 <위쳐3>는 ‘스팀 PC카페’의 간판으로 뽑혔지만 PC방 손님들에게는 딱히 반향이 없었다. 제아무리 대단한 게임이라도 멀티플레이가 없다면 PC방에서 두각을 나타내기는 어렵다는 분석이다.

김 점장은 “우리 매장만 그런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쭉쭉 치고나가는 게임이 없고, 소수의 매니아 손님들만 잠깐씩 플레이하는 정도”라며 “이런 경향이 전국 평균이라면 아직까지는 PC방과의 궁합이 아주 좋다고 판단하기는 이르다”라고 말했다.

다만 수년째 지속되고 있는 PC방 5강 체제는 정통 온라인게임들도 극복하지 못하는 실정으로, OBT 단계에 불과한 ‘스팀 PC카페’만의 문제는 아니다. 또한 플레이위드가 지속적으로 신규 라인업을 추가하고 있는 만큼 앞으로 지켜볼 필요는 있다.

게이머들을 위한 PC방, PC나인
PC나인의 기조는 ‘게이머 친화적인 매장이’다. 업그레이드 시기를 놓치지 않고 고사양 PC를 빠르게 도입하는 것이 매장의 수명, 홍보, 유지 보수, 경쟁력 등 다양한 측면에서 유리하며, 무엇보다 손님들에게 어필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고사양 PC 뿐만 아니라 게이밍 기어도 중시한다. 기어에 까탈스럽게 구는 손님들의 입맛에 맞추기 위해 시중에 나와 있는 제품들을 최대한 다양하게 구비하고 가장 반응이 좋았던 LG 4K모니터 모니터, 로지텍 G102 마우스, 앱코 키보드, 녹스 헤드셋을 매장의 기본으로 했다. 다만 손님들마다 성향이 다를 수 있고 개인마다 게이밍 기어 취향은 제각각이라 모두를 만족시킬 수는 없기 때문에 나머지 제품들은 카운터에서 대여하고 있다.

또한 게이밍 환경에 휴대폰 충전 케이블은 방해물이라고 생각해 전 좌석에 무선 충전기를 배치했다. 그러나 일부 소수의 손님들은 무선 호환이 안 되는 기종이라 카운터에 케이블은 비치하고 있다.

PC나인 하월곡점 김대한 점장은 “코로나19는 PC방 업계에 말 그대로 재앙이다. 하지만 이미 벌어진 일이다. 빠져나가버린 손님을 무슨 수로 채워야 할지 고민하고 행동하는 것 외에는 딱히 방법이 없다”라며 “스팀 PC카페가 손님들을 PC방으로 불러오는, PC방 업계의 코로나19 극복 카드 역할을 해줬으면 한다”는 바람을 전했다.

 

저작권자 © 아이러브PC방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