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0원 오픈 vs 생존 전쟁
출혈경쟁 야기하는 PC방 프차의 가격인하 관행에 '무료'로 응수한 PC방 화제

부산 진구에서 가격인하를 앞세운 출혈경쟁이 발생해 업계의 시선을 끌고 있다.

PC방 업계에서 가격인하나 출혈경쟁은 오랜 기간 발생해온 일들로 새삼스러울 것도 없지만, 부산 진구의 출혈경쟁이 세간의 이목을 끄는 것은 바로 ‘무료’를 내걸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제까지와는 달리 ‘무료’ 장사에 뛰어든 A PC방이 아닌 신규 창업인 B 브랜드 PC방에 눈살을 찌푸리고 있다는 점이 차이점이다. B 브랜드는 가맹점 창업 시 일방적인 가격인하로 상권 내 마찰을 빚어왔던 터라 피해를 경험했거나 이를 목격했던 PC방 업주들이 가격인하에 ‘무료’로 응수한 A PC방을 응원하고 나선 것이다.

PC방 업계에서 이런 가격인하를 앞세우는 경우는 크게 두 가지로, 사전에 상권 내 주변 PC방들과 미리 논의 후 이벤트 성격으로 단기간 진행하는 경우와 인근 PC방들을 폐업 시킨 후 상권을 과점하려는 경우다.

자영업자라면 누구나 신규 창업 시절이 있는 만큼 조율 과정을 거친 전자라면 문제될 것이 없지만, 후자의 경우에는 강한 반발이 수반되는 게 보통이다. 

B 브랜드 가맹본부는 지난 3월 19일 부산 진구에 매장을 오픈하면서 이제까지처럼 ‘시간당 500원’이라는 요금을 내세웠다. 오픈 직전 갑작스런 가격인하 소식이 전해지자 옆 건물에 위치한 A PC방은 B PC방 가맹점주와 대화를 희망했지만 가맹본부의 방침으로 인해 불발됐다. 

A PC방 업주는 B 가맹본부로부터 “목표했던 매출이 나올 때까지 언제까지고 가격인하를 지속할 계획이니 이해해달라”는 말만 돌아왔다고 한다.

결국 A PC방은 이용료 ‘무료’라는 카드를 꺼내들었다. “어차피 상권 규모가 제한적이고 코로나19로 인해 그마저도 위축된 현재 상황을 감안하면 내가 폐업하기 전까지는 가격인하를 무기한 지속한다는 의미인데 대화조차도 할 수 없는 상황이니 전력으로 저항하기로 결정한 것"이라고 밝혔다.

A PC방 업주는 “출혈경쟁은 양측 모두에게 피해만 남긴다는 사실을 잘 안다. 하지만 함께 잘 살아보자는 상생 노력 대신 날 죽여서 빼앗겠다는 위협에는 살아남기 위해 할 수 있는 것을 다 하는 것뿐”이라고 심정을 전했

다. 이어 “다른 경쟁력을 강조하는 것도 아니고 가격인하로 상권을 붕괴시키고 동종 업계 종사자를 죽여서 그 영업권을 빼앗으려는 PC방 프랜차이즈들의 잘 못된 관행에 제동을 걸고 싶어 ‘무료’를 표방했다”고 가맹본부의 행태를 일갈했다.

무기한 500원 이벤트나 무료나 둘 다 적자구조일 수밖에 없고 치킨게임이 될 수밖에 없다. 사실상 창업도우미 형태인 PC방 가맹본부들의 특수성으로 인해 가맹점주의 매장이 영업을 시작하면 새로운 예비 창업자 물색에 집중하는 구조다. 

결국 출혈경쟁의 피해와 극복 전략은 오롯이 가맹점주와 이웃 매장 업주들에게 전가된다. 이제까지 거의 대부분 그러해왔고, 이번에도 그런 상황으로 치닫고 있다. 

더욱이 이번 부산 출혈경쟁은 소위 ‘장사 잘 되는 시절’이 아닌, 코로나19 장기화로 유동인구와 매출이 반토막 난 상황에서 신규의 등장으로 벌어진 것이라 그 어느 때보다 업계 종사자들이 더욱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

한편, B 브랜드 가맹본부에 수차례 연락을 시도했으나, 이번 사태에 대한 의견은 듣지 못했다.

△ PC방 업주들이 모이는 인터넷 커뮤니티에 '무료' PC방 소식과 그 배경이 알려지자 많은 응원이 이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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