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C방탐방] 글로벌 e스포츠 명문과 한국 PC방이 만났을 때, 신촌 ‘젠지 PC카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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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C방탐방] 글로벌 e스포츠 명문과 한국 PC방이 만났을 때, 신촌 ‘젠지 PC카페’
  • 승인 2021.02.14 11:05
  • 문승현 기자
  • press@ilovepcb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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月刊 아이러브PC방 2월호(통권 363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사실 ‘젠지 PC카페’는 애써 무시하고 싶은 종류의 PC방이다. 기업 이름을 간판으로 내걸고 오픈한 매장들이 숱하게 문을 닫았던 전례도 있고, 거대한 덩치로 영세 소상공인을 위협하는 존재라는 점에서 PC방 업주들의 반응도 호의적이지 않다. 그래서 지난해 여름 오픈 당시 많은 관심 속에서 스포트라이트를 받았음에도 불구하고 좀 더 지켜보자는 생각이 컸다.

코로나19 2차 대유행 당시 PC방 업종에 영업중단명령이 내려졌을 때는 젠지 PC카페가 다시 문을 열지 않을 수도 있을 것으로 예상하기도 했다. 모 게임사를 비롯해 이름이 좀 알려진 기업들이 차렸던 매장들은 PC방 업종의 냉혹한 현실을 맛본 후 버티지 못하고 부리나케 도망가고는 했고, 코로나라는 역대급 위기까지 겹쳤으니 젠지 PC카페라고 별 수 있겠냐는 생각에서였다.

하지만 젠지 PC카페는 2021년 현재까지 그 자리를 지키면서 영업 중이다. 이 정도 근성이면 나와 같은 어려움을 겪고 있는 동료로 인정해줘도 되지 않나 싶다. 기업 PC방이라는 편견을 한 꺼풀 벗고 바라보면 젠지 PC카페는 자신만의 개성과 매력이 넘치는 매장이다. 또 아무리 베테랑 PC방 업주라도 수첩을 꺼내들어 메모할 부분이 적지 않은 PC방이다.

젠지가 뭔데?
게임에는 관심이 있어도 e스포츠에 관심이 없는 PC방 업주라면 젠지(Gen.G)라는 기업이 낯설 수 있다. 젠지는 <오버워치>, <리그오브레전드>, <배틀그라운드>, <카운터스트라크: 글로벌 오펜시브>, <포트나이트> 등 다양한 종목을 섭렵하는 e스포츠 종합 브랜드다. 또한 대한민국 서울, 미국 로스앤젤레스, 중국 상하이에 거점을 두고 있는 다국적 기업이기도 하다.

젠지는 분야를 막론하고 다양한 기업과의 파트너십을 맺는 것도 특징이며, 케빈 추 회장과 아놀드 허 한국본부장 모두 한국의 PC방에서 큰 영감을 받았다고 언급한 바 있다. PC방에 지대한 관심과 러브콜을 보낸 젠지의 시야에 들어온 국내 PC방 브랜드가 바로 긱스타였다.

긱스타는 최근 몇 년 사이 PC방 업계에서 가장 돋보이는 행보를 펼치며 두각을 나타냈고, 젠지는 2020년 3월 파트너십을 체결해 브랜드 강화 협업을 시작했다. 지난해 8월 신촌 한복판에 ‘젠지 PC카페’라는 간판을 내걸고 오픈한 것도 이런 협업의 일환이다.

e스포츠 전문 PC방
그동안 PC방 업계에서 e스포츠를 콘텐츠로 접목하려는 시도는 제법 있었다. PC방 업주가 주도적으로 개최하는 게임대회들도 많았고, 이런 대회를 염두에 두고 PC방을 오픈하는 경우도 크게 늘었다.

그런데 이번 젠지의 경우와 같이 e스포츠를 중심에 두고 PC방이 가미되는 흐름은 없었다. 이런 흐름의 첫 번째 주자인 젠지 PC카페가 세간의 이목을 끄는 것은 당연했다. 실제로 매장을 방문해보면 이런 태생적 DNA를 한눈에 파악할 수 있다.

매장 문을 열고 들어가는 순간, 손잡이부터 시작해 모든 인테리어 소품에서 젠지의 로고를 확인할 수 있다. 매장이 온통 젠지로 도배되어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충성도 높은 팬덤과 인지도를 확보한 브랜드가 보여줄 수 있는 일종의 스웩처럼 느껴질 정도다.

매장 중심부 공간에는 여타 PC방과 같이 손님을 위한 좌석이 자리하고 있지 않다. e스포츠의 상징과 같은 경기 부스가 그 위치를 대신한다. 또한 부스 앞쪽에는 널찍한 공간을 확보해 경기를 관람할 수 있도록 했다.

PC방을 중심으로 e스포츠를 접목한 공간이 아니라 e스포츠 경기장에 PC방을 가미했다는 인상이 강했다. 오히려 라이엇게임즈가 광화문 LOL파크에 마련한 ‘라이엇 PC방’이 정통 PC방에 가까운 모습이었다.

참신한 기획력이 한아름
평범한 PC방과 다른 점은 몇 가지 더 있었다. 우선 매장 안에 젠지 브랜드 상품을 판매하는 굿즈샵이 있다. 젠지 소속 선수들의 저지, 후드티 등 의류부터 가방과 피규어, 주변기기 등 꽤나 다양한 상품들을 취급하고 있다.

다음으로 주목할 만한 부분은 젠지가 그냥 PC방을 가미한 것이 아니라 긱스타 PC방을 가미했다는 점이다. 젠지가 매장 전체 분위기를 아우르고 있지만 긱스타가 여기저기서 존재감을 드러낸다. 젠지 선수단은 긱스타 로고가 부착된 유니폼을 입고, 긱스타는 젠지 PC카페에 자사의 PC와 모니터 제품을 투입했다. e스포츠 팬덤과 PC방 손님의 연결고리를 만들어낸 셈이다.

또한 젠지와 긱스타는 젠지 PC카페를 다양한 이벤트 및 프로모션 장소로 활용한다는 계획이며, 인근에 위치한 연세대학교 e스포츠 관련 학과 학생들의 현장 교육 장소로써의 역할 등 참신한 프로젝트도 다수 준비하고 있었다.

젠지 PC카페는 단순히 젠지 팬덤을 향한 서비스 이상을 꿈꿨다. 일례로 금융사 직원들이 e스포츠를 그럴싸하게 직접 체험해보는 직장 내 대회 공간으로 역할을 했고, 젠지의 e스포츠 교육 프로그램을 보조할 목적으로 온가족이 즐기는 ‘e스포츠 아카데미 패밀리 스크림’을 개최하기도 했다.

올해 다시 시작하는 꿈
그러나 지난해는 전국의 모든 PC방 업주들이 경험했듯 코로나19로 인한 난리를 겪었고, 이에 젠지 PC카페는 웅대한 꿈을 펼쳐보지 못하고 잔뜩 웅크려야 했다. 지난해 8월 오픈과 동시에 PC방 영업중단 사태를 맞으며 첫 발디딤부터 삐끗한 것이다.

젠지 PC카페를 총괄하는 박경도 매니저는 “매장 면적과 임대료에 비해 좌석이 극히 적은 편이기 때문에 PC 가동률이 높게 나오지 않으면 안 되는 매장이다. 또한 이용요금도 45분당 1,000원으로 저렴하지는 않다”라며 “PC방은 오픈빨이 깡패라는 말도 있지만 오픈 첫날 손님이 10명이었다. 다양한 매장에서 4년의 매니저 경력을 쌓았지만 이런 경우는 처음이었다”라고 회고했다.

이처럼 젠지 PC카페는 오픈빨과 함께 성장세를 타기는커녕 생존을 걱정했다. 당초 계획했던 알바 인력도 절반을 줄여야 했다. 젠지 선수들과 팬들도 매장을 쉽사리 방문할 수가 없었다. 앞서 기술했던 젠지 PC카페의 프로젝트 대부분이 기획 단계에서 머물러야 했고, 그렇게 2021년을 맞이했다.

하지만 올해는 백신과 치료제 소식이 들려오고 있어 펼치지 못한 꿈에 다시 시동을 건다는 계획이다. 다행히 최근에는 주말 가동률이 20%에 육박하는 등 상황이 조금 나아지고 있다. 또한 대학생 손님 외에도 근처 오피스텔의 직장인 손님들의 비율이 증가하고 있는 것도 용기를 북돋는다.

젠지 PC카페 박경도 매니저는 “2월부터는 사회적 거리두기나 방역수칙이 완화될 것으로 기대한다. 지난해 고전했던 전국의 모든 PC방들이 올해는 정상화됐으면 하는 바람이다”라고 전했다.

대한민국 PC방 지형도에 입체감을 더한 젠지 PC카페가 올해는 어떤 행보를 보여줄지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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