月刊 아이러브PC방 2월호(통권 363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지난 2015년 일부 개정 이후 방치된 채 현실을 반영하지 못하고 있던 게임법이 전면개정을 통해 새 옷으로 갈아입을 준비를 하고 있지만, 윤곽을 살펴볼 수 있는 법안 초안이 벌써부터 비판에 직면하고 있어 진통이 예상된다.

이번 개정안은 문화체육관광부가 오프라인 토론회를 진행하고, 전면개정안 초안을 사전에 공개해 다듬는 과정을 거치는 등 야심차게 진행하는 프로젝트이기도 하다. 새로운 게임법으로 시대에 맞지 않는 규제안을 진흥안으로 탈바꿈시키겠다는 복안이었고 지난해까지만 해도 분위기가 매끄럽게 흘러갔다.

지난해 2월 초안이 공개된 지 10개월 만에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소속 이상헌 의원이 대표발의한 ‘게임산업진흥에 관한 법률 전부개정안’은 제7장 제48조에서 제8장 제92조로 그 내용이 보강됐지만 업계에서는 싸늘한 반응이 주를 이루고 있다.

확률 잡으려다 국내 게임사만 잡는다
이번 전부개정안의 주요 내용은 등급분류 절차 간소화, 확률형 아이템 표시 의무화, 비영리 게임 등급분류면제, 중소 게임사 자금 지원, 경미한 내용수정신고 면제, 위법 내용의 게임 광고 금지, 국내대리인 지정제도 등이다. 게임업계의 목소리를 반영하겠다는 당초의 취지를 살리는 데는 성공했다는 평가다.

그러나 개정안의 초안 내용을 접한 게임업계는 즉각적으로 반발하고 나섰다. 규제안을 진흥안으로 변모시킨다는 취지는 살리지 못했다는 이유에서다. 한국게임산업협회는 지난달 공식 성명을 내고 이번 개정안에 대해 우려를 표명했다. 개정안을 두고 논의를 진행했지만 최근 업계의 이슈를 반영할 뿐 업계의 목소리가 수용되지 않은 규제안이라는 주장이다.

특히 확률형 아이템 획득 확률 표기 의무화와 관련해 현재 진행 중인 자율규제를 두고 법제화를 추진해 게임산업에 대한 문화체육관광부의 케케묵은 시선이 다시 한 번 드러났다는 지적이다.

확률형 아이템은 게임사와 소비자의 입장차가 분명한 주제다. 게임사들은 확률형 아이템을 통한 수익을 포기할 수 없는 입장이고, 게이머들은 무분별한 확률형 아이템에 대한 반감이 크다. 따라서 이번 개정안은 게이머들의 손을 들어줬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이번 개정안을 바라보는 게이머들의 시선도 곱지 않다. 게이머들은 표시 의무화가 아니라 확률형 아이템 남발 및 과도한 의존으로 인한 재미의 저하를 지적했는데, 새로운 개정안은 표시 의무에만 골몰하고 있기 때문이다.

또한 확률형 아이템 남용에 대항하는 자정 모델로 제시된 자율규제를 국내 게임사들은 거의 완벽할 정도로 준수하고 있으며, 외산게임들은 자율규제를 무시하는 실정도 고려하지 않았다는 지적이다.

외산 게임들은 이런 테두리에서 벗어나 활개를 치는 실정이므로 확률형 아이템에 대한 규제는 해외 게임사들에 대처하는 쪽으로 방향을 잡아야 한다는 것이다. 그렇지 않으면 국내 기업만 규제에 허덕이다가 숨이 막히게 되고, 국내 시장을 내주게 된다.

먹튀하는 중국 게임사에 철퇴 가능할까?
특히 외산 모바일게임들 중에는 유료 아이템을 판매하고 느닷없이 서비스를 종료하는 경우가 빈번하다. 이런 게임들 중 태반이 중국산이었기 때문에 게이머들은 중국 모바일게임의 먹튀를 견제할 수 있어야 한다는 의견이 많다.

반면에 한국 게임은 중국 진출이 원천적으로 차단됐다. 중국 정부가 한국 게임에 대한 판호를 지난 2017년 초부터 약 4년간 발급을 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업계에 따르면 판호 발급을 받지 못해 발생한 피해액이 약 4조 원에 달한다.

때문에 국내대리인 지정제도는 주목할 만하다. 개정안에 따르면 국내 주소 또는 영업장이 없는 게임사업자 중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기준에 해당하는 자는 국내대리인을 지정해야 한다. 또한 국내대리인이 게임이용자 보호와 관련해 법을 위반한 경우에는 게임사업자가 그 행위를 한 것으로 본다고 명시해 해외 게임사가 변명할 여지를 없애버렸다.

국내 게임사들의 중국 진출을 지원할 순 없겠지만 적어도 국내 소비자들의 피해 감소를 기대할 수 있다. 동시에 제도의 목적은 훌륭하나 게임법을 위반한 중국 게임사에 고액의 과징금을 징수하거나 서비스 차단 조치가 뒤따르지 않으면 실효성이 없을 것이라는 지적도 있다.

국내대리인 지정제도와 관련해 게임업계는 환영의 뜻을 밝히면서도 이용자 피해를 방지하거나 국내 게임사 역차별을 해소하는 등의 세부적인 방안은 전무하다며 아쉽다는 반응이 공존하는 분위기다.

또한 ‘게임사업자’가 제작업자도 포함하는 개념인지 아니면 제공업자만을 지칭하는 것인지 명확하지가 않다는 비판과 함께 온라인게임/모바일게임/패키지게임 등 플랫폼에 대한 구분도 모호해 자칫하면 개정안이 전 플랫폼을 아우르지 못할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등급분류와 위임규정, VR부터 광고까지…
등급분류 간소화와 과도한 위임 규정도 문제로 지적된다. 개정안에 따르면 ‘게임의 내용구현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운영방식’이 등급분류 및 수정신고 대상이다. 그러나 일선에서는 ‘밀접한 관련이 있는’이라는 표현이 게임물관리위원회가 개입하는 범위를 확대하며, 이는 등급분류 간소화 취지와 완전히 상반된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주장한다.

등급분류 문제는 VR게임과도 밀접하게 관련이 있다. VR 기술이 적용된 타이틀은 게임 플랫폼에 따라 가정용은 물론 청소년게임시설제공업이나 인터넷컴퓨터게임시설제공업으로 운영될 수 있다. 이러면 VR게임은 각각 플랫폼별로 등급분류를 받아야 할 가능성이 있다. 개정안이 여전히 신기술에 대응하지 못하고 있으며 실무적 해결책도 제시하지 못했다는 비판을 피할 수 없게 됐다.

위임 규정이 지나치다는 점도 문제로 지적된다. 구체적인 내용이 없어 개별 조항들이 위임 한계를 벗어났는지를 판단하기 어렵게 만들고, 이는 결과적으로 게임사들의 대응을 혼란스럽게 한다는 의견이다.

광고와 선전 제한 항목도 게임업계에게 부담이다. 개정안은 ‘사행성을 조장하는 것으로 오인할 수 있는 광고물로서 대통령령이 정하는 광고물’의 설치와 게시를 금지한다고 명시했다. 업계는 표현의 자유를 침해하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며 확대 적용을 우려했다.

마치며…
게임법 개정안을 둘러싼 외부 상황도 좋지 않다. 게임 진흥에 힘을 보태주던 문화체육관광부 박양우 장관이 물러나고 더불어민주당 황희 의원이 후임으로 내정됐다.

문화체육관광부 박양우 장관은 지난해 한 간담회 자리에서 업계의 의견을 경청하며 “게임산업 진흥 종합계획에서 제시한 정책 방향에 따라 관련 법령을 빠르게 개정하고 실효성 있게 규제를 개선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박 장관은 과거 한국게임산업협회장에 추대될 정도로 게임산업에 대한 이해 깊고, 게임 진흥에 적지 않은 업적을 남겼다는 평가를 받는다. 하지만 황 내정자는 부동산과 도시전문가로 활약한 인물이며 아직까지는 게임에 대한 기조가 확인된 바 없다.

게임업계는 황 내정자의 게임에 대한 시각에 따라 개정안의 향배가 갈릴 것으로 예측하면서 보완을 서둘러야 한다는 입장이다. 또한 개정안은 국회 소관위에 접수 상태이므로 법안을 보완할 수 있다는 여론이 우세다.

한편, 개정안을 대표발의한 이상헌 의원실은 “2월 중으로 공청회를 준비하고 있으며, 업계의 의견을 존중한다”고 밝혔고, 문화체육관광부 게임콘텐츠산업과는 “이번 게임법 개정안은 다양한 의견을 충분히 수렴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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