月刊 아이러브PC방 11월호(통권 360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삼성그룹 이건희 회장이 지난 10월 25일 별세했다. 오랜 투병 생활로 잊힌 듯했던 그가 유명을 달리하면서 다시 세상의 주목을 받고 있다. 대한민국 근대사에 유례없이 큰 족적을 남겼기 때문일 것이다.

그는 뛰어난 경영 능력으로 ‘SAMSUNG’이라는 이름을 전 세계에 알렸고, 덩달아 우리나라의 위상도 높아졌다. 2005년 타임지가 선정한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100인에 선정될 만큼 국내를 넘어 세계적으로 많은 이들에게 영감을 주는 인물이기도 했다.

이러한 성공적 행보의 비결은 그의 자전적 에세이 ‘생각 좀 하며 세상을 보자(동아일보사, 1997)’에서 엿볼 수 있다.

세계적으로 가장 성공한 사람 가운데 한 명이 남긴 내용이지만 책을 접한 상당수의 사람들은 자신의 상황과 묘하게 맞아떨어진다는 느낌을 받을 것이다. 규모와 상관없이 사업장을 경영하는 소상공인에게는 더욱 그러하다.

소상공인은 고용인이자 동시에 피고용인 즉 노동자다. 스스로 사업장을 일궈나가야 하고 많든 적든 누군가와 고용-피고용의 인연을 맺고, 결국 리더로서 행동해야만 한다. 한국에서 가장 성공한 기업의 리더가 말하는 리더십에 귀를 기울여야하는 까닭이다.

고 이건희 회장은 생전에 경영인으로서의 ‘리더십’을 강조했다. 특히 ‘자신부터’를 자주 강조한 부분에 집중할 필요가 있다.

성공을 거두었던 변화의 공통점으로 ‘모든 변화는 나부터 시작해야 한다’, ‘변화의 방향을 하나로 모으는 것이 중요하다’, ‘한꺼번에 모든 변화를 이루려고 기대해서는 안 된다’는 세 가지를 꼽았다.

또 1995년 5월 일본에서 열린 아시아미래 국제포럼에서는 ‘알아야 하고, 행동해야 하며, 시킬 줄 알아야 하고, 가르칠 수 있어야 하며, 사람과 일을 평가할 줄 아는 종합 예술가로서의 실력을 갖춰야 한다’고 역설한 바 있다.

결국 환경이나 직원 등을 탓하기 보다는 자신이 먼저 비전을 세우고, 그것을 행하면서 직원들을 가르쳐 이끌어야 한다는 것이다.

현재 PC방 업계는 어떤가? 업주가 점장보다 매장을 모르고 있지는 않은가? 혹은 직원 손에 들려준 업무 리스트를 비전으로 착각하고 있지는 않은가?

체험적 교훈의 중요성도 강조했다. 경영자 스스로 고감도를 유지하고, 고부가가치 정보의 수·발신자 역할을 해야 한다는 내용과 지혜, 혁신, 정보력을 갖추라는 말은 직접 행동하고 경험해서 판단해야 한다는 사실을 지적하는 직설적 조언이다.

되돌아보면 PC방 업계에서 먼저 나서서 새로운 시도를 해보려는 인물은 극소수였고, 많은 이가 그 시도 자체를 평가절하하는 일도 다반사였다. 당장 먹거리만 해도 지금은 거의 모든 PC방이 상향평준화 행보에 동참한 상황이지만 불과 수년 전만해도 ‘그럴 바에는 차라리 분식점을 차리는 게 낫지 않냐’며 비아냥거리는 일이 흔했을 만큼 체험적 교훈에 박했던 것이 사실이다.

고 이건희 회장은 사업 성공을 위한 네 가지 마음가짐을 이렇게 정의했다.

사업 초기에 다졌던 초심을 끝까지 유지하라.
일시적 이익보다는 신용을 얻어라.
사람을 소홀히 하는 기업은 오래가지 못한다.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생각하라.

지금 바로 스스로에게 물어보라. 창업 초기의 마음가짐엔 변함이 없는가, 직원과 손님 그리고 거래처에 신용을 쌓아가고 있는가, 직원이나 손님에게 소홀하지는 않는가, 사회적 책임을 다하고 있는가.

최근 PC방 업계가 태동 이래 가장 큰 위기를 마주하고는 릴레이챌린지나 헌혈 이벤트 등을 진행하는 것은 이런 부분에서 상당한 의의가 있다. 비록 늦은 감이 있지만 이마저도 없었더라면 어떠했을지, 또 앞으로 어떤 일들이 벌어질지 제3자의 시선을 빌려 바라보면 답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PC방을 영위하고 있다면 어떤 형태로든 곱씹어봐야 할 내용임은 분명하다.

소상공인은 대기업이 아닌데 대기업 총수의 조언은 맞지 않는다고 생각한다면 도태의 그림자가 드리워진 것으로 보아도 무방하다. 20년가량 장수한 업주들의 면면을 살펴보면, 고 이건희 회장의 조언과 일맥상통한 무언가를 이미 실천하고 있다는 것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작금의 어려움은 오롯이 코로나19만의 문제는 아니다. 서서히 쌓여온 부정적 이미지와 틈이 생긴 신뢰가 코로나19 사태의 촉매가 된 것이다. 물론 누군들 코로나19와 같은 악재를 예측했겠냐마는, 분명한 것은 그간 간과하고 외면했던 것들이 위기 상황에 위험을 더 키웠다는 사실이다.

다소 늦었지만 지금이라도 가까운 미래의 이익을 쫓기보다 먼 미래에 대한 비전을 명확하게 세워야한다. 그렇지 않으면 지금 자신이 서있는 곳이 사상누각이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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