月刊 아이러브PC방 10월호(통권 359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추석 연휴를 분기점으로 이제 PC방 업계는 코로나 시국 2차전을 앞두고 있다. 지금은 헐레벌떡 전장을 향하기 전에 지난 싸움들을 좀 복기(復碁)하기에 최적의 시기다.

현재까지의 상황을 종합적으로 평가한다면 분전(奮戰)이라고 할 수 있을 것 같다. 코로나19 재확산이 산발적으로 벌어지고, PC방 업종을 향한 제재가 계속해서 터져나오는 와중에 최악의 경우는 피하기 위한 움직임이 있었다.

또 이런 움직임들이 모이고 모여서 의미있는 결과로 어어지기도 했다. PC방 업계가 악화일로를 걸을 수도 있었지만 ‘식음료 판매 및 섭취 금지’가 해제되는 등 전체적인 상황이 개선되고 있음은 분명하다.

비록 수도권과 부산지역 PC방에 적용된 ‘미성년자 출입금지’ 조치까지 해제시키진 못했지만 지난 몇 달 동안 PC방 업주들이 보여준 동분서주가 지속된다면 PC방 완전 정상화라는 목표도 결코 꿈이 아니다.

그러나 짚어볼 부분도 있다. 정부의 코로나19 정책에 대해 반응했던 PC방 업계의 움직임에는 분명 해결해야 할 과제가 있었다. 특히 업계 전체를 아우르는 대표가 없이 파편적인 대응이 이뤄졌다.

기성 협단체인 한국인터넷PC문화협회(인문협)와 한국인터넷콘텐츠서비스협동조합(콘텐츠조합)은 PC방 업주들 전체의 지지를 이끌어내지 못하고, 다수의 조직 중 하나로 역할을 하는데 그쳤다. 두 단체가 코로나 시국에서 무슨 성과를 냈건 상관없이 수뇌부는 이 현상을 뼈아프게 인식해야 한다.

반면, 대안 조직으로 등장한 PC방업주비상대책위원회(비대위)와 전국PC카페대책연합회(전대연)는 혜성처럼 나타나 PC방 업주들의 지지와 참여를 단번에 이끌어냈다. 이후 PC방 업계의 전쟁에서 한 축을 담당했고, 눈에 띄는 전과를 올리는 등 업계에서 연일 화제를 불러일으켰다.

이런 열광적 지지는 인문협과 콘텐츠조합이 꿈에서도 바라던 것이다. 그런데 갓 조직된 신생 단체가 데뷔와 동시에 일궈냈다. 이는 PC방 업주들 사이에 인문협과 콘텐츠조합에 대한 염증이 이미 축적된 상태였고, 대안 조직에 대한 갈증이 애초에 있었던 것처럼 보인다.

심지어 어떤 PC방 업주는 “조정에 대한 신뢰가 없는 상황에서 전란이 일어났다. 살기 위해 관군에서 탈영해 자발적으로 민병대를 조직했다”고 비유하기도 했다.

PC방 업주들의 지지를 받으면서도 역량이 출중한 단체의 등장은 분명 반길 일이다. PC방 업주들도 마다할 이유가 없다. 아울러 업계 내부에 팽배해 있던 ‘PC방 업주들은 대외적인 활동에 너무 소극적인 모래알’이라는 자조적 분위기도 완전히 사라졌다.

그런데 비대위와 전대연, 인문협과 콘텐츠조합이 각자 노력한 결과물로 PC방이 완전히 정상화된다고 치면, 그 이후의 PC방 업계는 어떻게 되는 것일까? 비대위와 전대연의 행보에 귀추가 주목되는 지점이다.

이들의 활동은 의도했든 의도하지 않았든 인문협과 콘텐츠조합에 아쉬움을 남겼다.

코로나19 종식 이후 해산한다면 PC방 업계에 남는 단체는 불신의 인문협과 무력한 콘텐츠조합이라는 구도로 회귀하게 된다. 해산하지 않는다면 PC방 업계는 다시 뿔뿔이 흩어져 협단체의 역할론에 대한 사분오열은 피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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