月刊 아이러브PC방 9월호(통권 358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코로나19 판데믹 상황에서 PC방 업주들에게 있어 가장 억울한 것은 두말할 것 없이 고위험시설 지정일 것이다. 그리고 업주들이 가장 놀란 것 중 하나는 고위험시설 지정 철회 운동에 대한 세간의 냉랭한 시선일 것이다.

사실 정부의 고위험시설 분류 기준에 따르면, PC방은 공용 기물을 사용하고 음성채팅이 일상적으로 이뤄지며 음식물을 판매하는 밀폐된 장소라는 점에서 한순간의 방심으로 최악의 결과를 가져올 수도 있는 장소다. 하지만 그렇기 때문에 대다수의 업주들이 기존에 비해 더욱 철저한 방역을 진행했고, 실제로 확진자가 PC방을 방문한 사례는 있어도 PC방 자체가 코로나 확산의 원인이 된 사례는 없었다.

필사적으로 방역조치를 실천함에도 불구하고 고위험시설로 지정된 것도 충분히 억울한 일인데, 소비자들에게 ‘그게 왜 억울하냐?’는 반응이 돌아오는 현실은 방역 규정을 준수한 업주들 입장에서는 분통이 터질 일이다.

사실 소비자들이 PC방의 방역 노력을 신뢰하지 못하는 가장 큰 이유 중 하나는 업주가 아닌 직원의 성실함 문제다. PC방의 주 소비층인 현대 청년층은 아르바이트나 단기취업이 거의 생활화된 세대이기 때문에 대부분의 아르바이트생이 그리 성실하게 직무에 임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의심할 나위 없이 확실한 사실로 인식하고 있다.

즉, 각 PC방 업주의 방역 정책과 무관하게 “어차피 알바는 키보드, 마우스 대충 닦고 마스크 안 쓴 사람도 지적하는 시늉만 낼 텐데 그런 방역을 어떻게 믿나요?”라는 것이 현재 외부에서 PC방 업계를 바라보는 시선이다.

하지만 직원들이 주인 의식을 갖고 직무에 종사하지 않는다는 것을 비판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외식프랜차이즈 전문기업 더본의 백종원 대표가 자영업자들과 진행한 강연에서 단호하게 말했듯이, 직원에게 주인의식을 심어주는 것은 불가능하다. 사전적인 의미 그대로, 그들은 직원이지 주인이 아니기 때문이다. 주인이 아닌 사람이 어떻게 주인 의식을 가지고 일하겠는가.

직원 입장에서 보자면 자신에게 책임 소지가 없으니 일을 열심히 할 필요도 없다. 그렇다고 직원이 한 일에 책임을 묻고자 하니, 겨우 최저임금만 받아가면서 일하는데 굳이 그렇게까지 할 바에는 차라리 다른 아르바이트 자리를 찾는 것이 낫다. 그것이 직원의 ‘기본만 하자’는 정신을 낳는 것이다.

특히 직원이 아닌 아르바이트생 개념으로 채용했을 경우, 대부분은 겉으로는 웃으면서도 내심 고용주를 미심쩍어하거나 적대적으로 대하는 경향이 있다. 첫 아르바이트라면 몰라도 여러 아르바이트를 전전해온 이들의 경우 고용주에 의한 인격모독이나 임금체불, 근로계약서 미준수 등에 대한 경험이 있기 마련이기 때문이다.

이들은 계약직으로 근무하는 이상 항상 그런 경험이 되풀이되지는 않을까 의심하고, 또 경계한다. PC방 아르바이트생들도 마찬가지다. 이들 사이에서는 근무시간 중 착석은 물론 물을 마시는 것도 금지하는 업주에 대한 전설이 전해져 내려오며, 실제로 겪었다는 아르바이트생들의 증언도 생각보다 자주 등장한다.

하지만 주인의식을 가지게 해줄 수는 없어도 직장에 대한 애착을 갖게 할 수는 있다. 더 나은 복지, 더 나은 시급이 더 나은 근무 태도를 만든다. 청년층들이 이제는 입버릇처럼 말하는 것처럼 ‘돈은 항상 옳다’

이 경우 일을 열심히 하게 만드는 원동력은 ‘여기보다 좋은 직장(아르바이트 장소)은 구하기 힘들다’는 인식이다. 방역의 경우도 마찬가지이다. 직원에게 그저 기계적으로 방역 조치를 지시하는 것이 아니라, ‘방역에 소홀하면 직장이 사라진다’는 것을 강조하고, 직원에게 직장이 사라져서는 안 될 이유를 만들어 주면 되는 것이다.

분명 쉬운 일은 아니다. 본인이 24시간 깨어있을 수 없으니 어쩔 수 없이 채용해야만 하는 아르바이트생 한 명을 뽑는 것도 없는 소득을 빠듯하게 쪼개 고용하는 업주들이 태반이고, 하루의 밥벌이마저 힘든 상황에서 법적으로 정해진 것 이상의 시급이나 복지를 제공한다는 것은 생각조차 힘들다.

하지만 업주들에게 나름의 사정이 있듯이, 직원들에게도 그들 나름의 사정이 있다. ‘돈 받은 만큼, 대우받는 만큼 일한다’는 것은 대부분의 피고용자들이 가진 공통된 사상이고, 최소한의 월급을 받는 사람에게는 최소한의 업무 외의 의무는 없다고 여기는 것도 사실이다.

돈을 더 주기 힘들다면, 직원들에게 한층 더 친절하게 대해주고 가끔씩 매장에서 파는 음료라도 건네면서 웃으며 대해주는 것으로 충분할 수도 있다. 대부분의 아르바이트생들은 ‘친절한 사장님’에게 굶주려 있고, ‘다른 곳에서는 이런 사장님 못 만난다’는 생각만 심어줄 수 있어도 한층 더 열심히 일하는 직원들을 만날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이런 사례들이 쌓이고 쌓이면, 고위험시설 제외 같은 이슈 외에도 PC방 업계 전반에 대한 인식을 개선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들이 우리 편이 되어줄 테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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