月刊 아이러브PC방 8월호(통권 357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코로나19는 전 세계의 건강과 경제를 할퀴었고, PC방을 비롯해 수많은 소상공인들은 큰 어려움을 감내해야 하는 시기다. 초반에 비해 아주 조금 나아지기는 했다지만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다. 매장의 규모나 입지와 상관없이 힘들지 않은 곳이 어디 있겠냐만 규모가 작고 유동인구가 적은 곳일수록 풍랑이 더 거셌다.

이 같은 힘든 시기에 중소형 매장을 인수해 코로나19 사태를 알차게 극복해나가고 있는 PC방을 찾아 운영 이야기를 들어봤다.

상계동 베드타운에 위치
서울 노원구 상계동에 위치한 애니락 PC방은 노원역 인근에 조성된 로데오 거리를 벗어나 북부 주거단지에 위치해 있다. 베드타운답게 상주 인구수가 적지 않다는 장점이 있지만, 주요 상권을 크게 벗어나 있어 막대한 유동인구 등 상권 특수를 누릴 수는 없다. 물론 전철역에서도 거리가 있어 소위 ‘그냥 놔둬도 알아서 잘 되는’ 상권과는 거리가 있고, 꾸준한 관리가 수반되어야만 하는 입지다. 그만큼 오랜 기간 공을 들여왔다는 의미기도 하다.

그런데 애니락 PC방은 코로나19가 한창이던 6월 초에 인수 창업한 곳이다. 최근에 매장을 인수했으니 PC방과 해당 상권에 대해 잘 모르는 것이 아닐까 싶은 생각이 들법하지만, 익명을 요구한 장 사장은 해당 상권에서 오래 거주해온 터라 어느 누구 못지않게 특성을 잘 알고 있다. 그리고 애니락 PC방의 전 업주와 지인 관계로 이미 오래전부터 매장을 수시로 방문해 직접 일을 도와주면서 관련 정보와 운영 현황을 속속들이 알고 있었다.

그래서인지 낮 시간대에도 적지 않은 동네 손님들이 매장에 띄엄띄엄 자리를 차지해주고 있었고, 손님들도 장 사장을 익숙하게 대했다. 얼핏 보면 최근에 매장을 인수한 업주가 아니라 한 10년 정도 운영했다고 해도 믿을 법한 분위기였다.

코로나19 상황에서 인수 부담은 없었을까? “이것저것 시도”
아무리 그래도 코로나19로 매출이 반토막난 모습을 직접 지켜보았을 텐데 인수 부담은 없었을지 궁금했다.

“이것저것 시도해볼 것이라 반토막 이하로만 떨어지지 않으면 충분히 버틸 수 있을 것이라 판단했고, 지금은 더도 덜도 아닌 딱 예상한 정도”라며 “그래도 장사꾼인데 기왕이면 매출이 더 잘 나왔으면 좋겠다”는 희망을 얘기했다.

사실 이전 업주인 지인이 출퇴근 시간이 많이 걸려 힘들어하다가 최근 건강이 나빠졌는데, 설상가상 코로나19로 경기가 침체되면서 매매조차 어려워져 폐업을 결심했다고 한다. 그리고 이를 지켜본 정 사장이 정이 든 애니락 PC방을 인수키로 한 것이다.

정 사장은 이미 애니락 PC방의 이곳저곳에 변화를 주고 있었다. 코로나19로 영업 여건이 어려워졌지만, 그렇다고 마냥 웅크리고만 있다가는 있던 손님마저 떠날 것이고, 시간이 흐른 뒤에는 다시 불러 모을 수 없다고 판단, 과도하지 않은 범위에서 손님들을 붙잡아 두기 위해 다양한 시도들을 해나가고 있다.

무인솔루션, 필요하지만 최선은 아냐
우선 무인솔루션을 도입해 새벽 시간대의 인건비 지출을 줄이고 있다. 최근 인건비가 급격하게 인상된 데다가 코로나19 사태까지 터진 상황에서 무인솔루션이 적지 않은 역할을 하고 있다고 한다. 현재 02시부터 10시까지 8시간을 무인솔루션으로 운영해 인건비 절약에 큰 도움이 되고 있다.

하지만 새벽 손님이 많거나 먹거리 주문이 몰릴 경우 무인솔루션 가동을 미루고 인편에 의한 영업시간을 늘리기도 한다고 밝혔다.

이는 비대변 서비스를 원하는 소비 트렌드가 커지고, PC방 역시 자동화가 잘 발전했지만 여전히 사람 손이 닿아야 가장 좋은 결과물이 나온다는 지론에 기인한다. 특히 먹거리가 주요 부가수익원이 된 PC방 업계에서 직접 조리한 음식이 더 높은 매출과 만족도를 창출할 수 있고, 그렇기 때문에 동네 장사에서는 더욱 중요한 덕목이라는 설명이다.

다만, 손님이 급격하게 줄어드는 2~4시 이후에는 어쩔 수 없이 무인솔루션에 의존할 수밖에 없고, 이 역시 향후 코로나19 사태의 향방에 따라 적절히 조절해나갈 계획이라고….

먹거리는 꾸준히 역량 강화해야
정 사장은 손님 관리에게 신경을 쓰는 것만큼이나 먹거리에도 많은 공을 들이고 있다. 거시적인 비전보다는 소비자들의 현재 PC방 이용 현황을 보면 먹거리 매출은 물론 먹거리가 재방문율에도 어느 정도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먹거리 종류를 상권 내 손님들의 취향을 고려해 너무 많지도, 너무 적지도 않게 조절하면서 효율적인 식자재 관리가 가능하도록 레시피를 정례화 해놓았다. 또한 메뉴는 주요 재료들을 범용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레시피로 만들어 식자재 회전률과 재고 문제도 해결했다.

특히 아르바이트생이 바뀔 때를 대비해 먹거리의 퀄리티를 일정하게 유지하면서도 일손을 최소화할 수 있도록 별도의 PC방 전문 먹거리 브랜드를 도입해 운영하고 있었다.

올해는 무더위가 일찍 시작돼 저렴한 빙과류 판매를 시작했는데, 디저트로 좋은 반응을 이끌어내고 있는 점도 눈길을 끌었다.

코로나19 사태에 맞춰 소독 등 방역↑대고객 홍보도↑
당연한 것이겠지만 코로나19 사태를 맞아 소독과 방역에도 많은 공을 들이고 있다. 여기까지는 여느 PC방과 별반 다르지 않지만, 이러한 노력을 손님에게 알리기 위한 노력들을 기울이고 있었다. 적어도 매장을 찾아주는 손님들에게 청결 상태를 알리고 믿음을 심어줘 안심하고 재방문을 할 수 있도록 하는 동네 PC방의 성실함이 묻어났다.

매장 출입구에서부터 카운터 그리고 선불결제기로 이어지는 동선에 코로나19 관련 방역 조치를 알리는 안내문들이 다수 배치돼 있어 좌석으로 가기 전에 몇 차례에 걸쳐 확인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손소독제는 카운터와 선불결제기 옆에 비치해 결제 및 대면 상황에서 언제든 개인청결에 신경 쓸 수 있도록 한 것도 작은 배려다.

“잘 만드는 것만큼이나 잘 알리는 것도 중요하다”는 말도 있고, 시각에 의한 이미지는 5초 안에 결정된다고 한다. 입구에서부터 카운터를 거쳐 선불결제기 앞에 서는 몇 초 사이 시선이 어디를 향할지 모르는 상황에서 여러 곳에 ‘청결’을 강조하는 것은 고객에게 확실하게 메시지를 전달하고 좋은 인상을 심어줄 수 있는 수단이다.

선제적 QR코드 도입, 아직은 시기상조
애니락 PC방은 QR코드 전자명부 얘기가 나오기 전부터 QR코드 시스템을 도입했다. 처음에는 신원 인증을 위해 갖춰놓았던 것인데, 덕분에 QR코드 전자명부 작성 얘기가 나오자마자 남들보다 빨리 시작해 손님들의 반응을 확인해볼 수 있었다고 한다.

또한 하드웨어가 갖춰져 있다 보니 카카오페이와 제로페이도 적용해 놓은 상태인데, 카카오페이는 조금이나마 사용되고 있는 반면 제로페이의 실사용은 생각보다 저조했다. 정 사장에 따르면 유동인구가 적은 동네 상권임을 감안하더라도 한 달에 2~3건에 불과해 현 시점에서 결제 다변화를 위해 제로페이를 도입하는 것은 추천하지 않는다고 한다. 다만, 신원 인증용으로 이미 QR코드 시스템을 갖추고 있는 것은 없는 것보다는 나으니 도입해놓는 정도라고 평가했다.

이는 PC방 내 지역화폐 이용률이 높은 편인 경기도권과는 대조적인 현상인데, 지역화폐 활성화 지원 정책의 유무에 따른 차이로 보인다. 적어도 서울시에서 새로운 제로페이 지원정책을 내놓기 전까지는 현재보다 활성화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이는 대목이다.

좌석 앞뒤 간격 넓혀 손님 만족도 높여
애니락 PC방은 동네 상권의 중소형 PC방이다. 그런데 PC 대수를 늘리기 보다는 오히려 줄이고 좌석 앞뒤 간격을 넓혔다.

유동인구가 적은 동네 상권에서 무작정 대형화를 추구해봐야 투자비용만 늘고 PC 가동률은 낮아져 결국 박리다매의 덫에 갇힐 것이고, 이번 코로나19 사태와 같은 위기가 오면 대응이 불가능하다는 것을 몇 차례 겪어봤다고 한다. 그래서 수년 간 해당 상권을 겪어본 경험을 토대로 PC 대수를 조금 줄이더라도 총 집객 수에 영향이 없다고 판단, 만족감을 높이기 위해 과감히 PC 수를 줄이고 착석과 이동의 편의성을 높였다고 한다.

결과적으로 손님들의 만족도는 높아졌고, 코로나19 상황에서도 호평을 받는 결정이 됐다고 회상했다.

애니락 PC방 역시 코로나19 사태로부터 자유롭지 못하지만 상대적으로 손님 감소폭이 적었던 비결은 PC방을 ‘투자-회수’라는 마케팅적 접근 보다는 상권 특수성 이해와 손님의 시선에서 재방문율을 높이는 방법을 고민한데서 찾을 수 있지 않을까 한다.

분명한 것은 그간 PC방이 대형화되면서 박리다매 영업 방식이 고착화됐는데, 이번 코로나19 사태로 그 박리다매가 더 이상 효과적이지 못하다는 점과 언제든 그 자체가 부메랑이 될 수 있다는 것이 확인됐다는 것이다. 이제 다시 소비 트렌드에 민감하게 귀를 기울이고, 적절한 가치를 창출하는데 집중해야 한다는 교과서적 교훈을 상기시켜주는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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