月刊 아이러브PC방 8월호(통권 357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2020년은 게이머들에게 꽤 신명나는 한해다. 굵직한 기대작들이 1년 내내 쏟아져 나왔고, 또 나올 예정이다. 주력 콘텐츠가 게임인 PC방도 올해는 설레는 한해가 되었어야 한다. 물론 현실은 코로나19로 인해 PC 가동률이 15%에 불과하지만 말이다.

<리그오브레전드>, <배틀그라운드>, <오버워치>, <서든어택>으로 이어지는 뻔한 얼굴들이 수년간 선두권을 차지하는 마당에 뭔 놈의 기대작 타령이냐고 되물을 수 있겠다. 하지만 게임 기대작이 비단 전형적인 온라인게임에 한정될 필요는 없다는 생각에서다.

1월 <몬스터헌터 월드: 아이스본>으로 시작해 3월에는 <파이널판타지7 리메이크>, <모여봐요 동물의숲>, <하프라이프 알릭스>가 센세이셔널한 반응을 일으켰다. 6월과 7월에는 각각 <더 라스트 오브 어스 파트2>와 <고스트 오브 쓰시마>가 불을 질렀고, 앞으로도 연말까지 <하이퍼스케이프>, <사이버펑크 2077>, <와치독: 리전>, <헤일로 인피니트> 등이 줄줄이 나온다.

게임계를 들었다 놨다 하는 이 게임들 태반이 PC 플랫폼을 지원하고, 2020년을 축제 분위기로 만들고 있지만 어째 PC방은 이 축제의 가장자리에서 쭈뼛거리는 모양새다.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게임업인 PC방의 체면이 말이 아니게 됐다.

PC방의 게임 편식 문제는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PC 게임 중 온라인게임만 취급하고 패키지게임을 배제하는 방식으로도 십수년간 영업에 차질이 없었다. 그런데 이제는 PC방이 더 다양한 게임에 대한 갈증을 느끼고 있다.

하지만 패키지게임 게이머들을 PC방으로 불러들이기 위한 작업을 어디서부터 어떻게 시작해야 할지 막막한 것이 사실이다. 또 PC방 업주가 혈혈단신으로 해결할 수 없는, 복잡하고 미묘한 과제들도 있다.

일단 패키지게임을 플레이하려고 PC방에 온 손님한테 ‘우리 매장은 그런 거 안돼요^^’라는 신호를 보내지 않는 것이 최우선이다. 게이머 입장에서는 클라이언트도 직접 설치해가면서 게임을 해야 하는데, 다운로드 속도 제한까지 더해지면 PC방과 점점 멀어지게 된다.

또한 노하드솔루션 업체와 협업해서 게임 클라이언트를 설치하고 이 손님이 다시 매장을 찾아왔을 때 이를 알아차릴 수 있게 만드는 정도의 공은 들여야 한다. ‘PC방은 패키지게임 하는 공간이 아니다’라는 인식을 불식시키는 것도 필요하다.

패키지게임 게이머에게 PC방이 매력 없는 환경인 이유는 또 있다. 개인에게 할당된 공간이 비좁고 개방형 구조라 싱글플레이 게임과는 완전히 정반대로 꾸며져 있기 때문이다. 소란스러운 매장 분위기도 몰입감이 중요한 패키지게임 플레이를 방해한다.

다만 이 문제는 정부가 이상한 규제들을 풀지 않으면 해결이 어렵다. 도박장과 PC방을 구분하지 못하고 일반게임제공업, 청소년게임제공업, 인터넷컴퓨터게임시설제공업, 복합유통게임제공업 전체에 ‘똑딱이’ 공문을 보내는 수준인데 칸막이 설치 타령을 멈추길 기대하기는 어려운 현실이다.

한편, 올해는 ‘PC방 속 패키지게임’이라는 주제와 관련해 주목할 관전 포인트가 또 있다. 루니미디어와 플레이위드가 각각 PC방에 스팀 게임 서비스를 시작한다. 이를 계기로 2020년이 PC방의 게임 편식이 완화되고 다양한 게임들이 활약하기 시작하는 한해가 되길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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