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의 해일이 사회 전반을 덮친 가운데 오히려 파도를 타고 나아가는 게임들도 있다.

전염병으로 인해 인류 문명이 큰 타격을 입는다는 내용의 ‘판데믹 아포칼립스’ 장르는 예전부터 단단한 팬층을 보유한 장르였다. 흑사병과 스페인 독감 등의 실례가 있는 만큼, 실제로 일어날 가능성이 높다는 불안감을 주는 것이 장르의 매력으로 꼽힌다. 이는 게임업계에서도 마찬가지로, 바이러스의 전파를 다룬 게임은 예전부터 게임의 단골 소재로 꼽혔다.

반년 가량을 이어온 코로나19 감염증 범유행으로 인해 이들 ‘판데믹 아포칼립스’ 장르 게임들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국내외적으로 판데믹 상황의 심각성을 뼈저리게 느낄 수 있는 상태이기 때문이다. 책에서나 보던 위협이 현실성을 띈 상황에서, 게이머들은 판데믹 아포칼립스 혹은 좀비 아포칼립스 장르 중에서도 ‘좀비 바이러스’의 확산을 소재로 한 게임들을 다시 꺼내들고 있다.

대다수 게이머들의 일관된 평가는 창작물적 허용이라고 생각한 요소가 실제로 일어날 수 있다는 데에 충격을 받았다는 것이었다. 예컨대 유비소프트의 FPS게임 <톰 클랜시의 디비전>에는 치명적 바이러스인 ‘그린 플루’가 퍼진 뒤 ‘종말 파티’를 벌이다가 집단으로 감염된 이들의 이야기가 나와 ‘그렇게까지 멍청할 리가 없다’는 평가를 받았으나, 실제로 미국에서 ‘코로나 파티’를 벌이다 집단 감염과 사망 사례가 등장해 ‘미래를 내다보았다’는 평가로 바뀌었다.

한편, 감염병 그 자체를 소재로 한 게임에 대한 관심도 부쩍 높아졌다. 플레이어가 바이러스의 입장이 되는 게임 <전염병 주식회사>의 커뮤니티에는 코로나19 바이러스를 구현하고 이를 인증하는 글이 자주 보였으며, <전염병 주식회사>의 스팀 창작마당에는 코로나19 바이러스를 인게임 유저 제작 시나리오로 재현한 모드가 다수 업로드됐다.

<던전앤파이터>는 인기 등장인물 중 하나이자 차후 레이드 보스로 구현될 예정인 ‘검은 질병의 디레지에’가 ‘질병’을 상징한다는 점에서 주목을 받기도 했다. 한편 보드 게임 커뮤니티에서는 감염병 확산을 막는 게임인 <팬데믹> 시리즈에 대한 언급이 늘었다.

이런 현상을 두고 일각에선 게임으로 인해 현실에 닥친 위험을 그저 놀이의 일부로 소비하게 되는 것 아니냐는 비판도 있지만, 무거운 현실에 매몰되지 않고 게임을 통해 다시금 마주함으로써 비관적인 감정을 떨쳐낼 수 있게 해준다는 긍정적이라는 평가도 있다.

세계보건기구(WHO)가 코로나19 감염증을 이겨내기 위한 사회적 거리두기의 실천 방법 중 하나로 ‘게임’을 권고한 가운데, 아이러니하게도 판데믹을 다룬 게임들이 판데믹을 이기는데 도움이 되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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