月刊 아이러브PC방 7월호(통권 356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최근 발매된 <더 라스트 오브 어스 파트2(이하 TLOU2)>의 게임성에 대한 논란이 커지며 전 세계 게이머들 사이에서 ‘더 이상 게임 평론은 의미가 없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이는 반복 플레이를 상정하고 개발된 장르의 게임이 주로 소비되는 PC방 업계에서는 생각하기 힘든 문제지만, 패키지게임 업계에서는 스토리 전개가 게임의 완성도를 결정짓는 중요 요소로 여겨지기 때문에 더 크게 불붙은 문제기도 하다.

이번 논란은 올해 패키지게임계의 최대 기대작이었던 <TLOU2>가 기대와 전혀 다른 평가를 받으며 시작됐다. 게임사(史)에 다시없을 명작이라 불리던 전작과 달리 <TLOU2>의 스토리에는 개연성이 없었고, 캐릭터성은 무너졌으며, 게임 트레일러는 실제 게임과 달랐다. 심지어 개발자는 이를 비판하는 팬들을 조롱했다. 전작과는 다른 의미에서 한 획을 그은 셈이다.

게이머들이 머리끝까지 화가 난 것은 당연한 수순이었다. 결국 <TLOU2>는 발매 1주일도 채 되지 않아 각 게임샵에서 ‘더 이상 중고 매물을 받지 않겠다’고 선언할 정도로 많은 중고 판매 및 환불이 이뤄졌고, 화를 참지 못하고 게임 CD를 파괴한 유저들도 속출했다.

이번 사태에서 큰 논란이 된 것 중 하나는 바로 게임 발매를 앞두고 유출된 시나리오에 대한 평단의 행태였다. 게이머들은 유출된 시나리오의 엉망진창인 전개를 보고 충격을 받았으나, 프리뷰 버전을 통해 미리 게임을 즐긴 대다수 매체들은 <TLOU2>에 만점을 주며 극찬을 아끼지 않았고 ‘스포일러 된 스토리가 전부가 아니다’라며 게이머들의 구매를 종용했다.

그러나 실제 발매 이후의 <TLOU2>는 ‘차라리 스포일러 된 내용이 전부였으면 더 나았을 것이다’라는 평가를 받을 정도로 최악이었으며, 평론을 믿고 게임을 구매한 게이머들은 배신감에 치를 떨어야 했다. 특히 매체를 믿고 예약구매를 취소하지 않은 게이머들은 이런 행태를 극렬하게 비난했다.

문화계에서 평단과 대중의 반응이 다른 경우는 비일비재하다. 하지만 <TLOU2>는 ‘평론가가 게이머를 기만했다’는 관점이 있었고, 특히 게임의 가격이 결코 낮지 않은 패키지게임 업계에서는 많은 게이머들이 전문 매체의 리뷰 및 평점을 보고 구매를 결정해왔기에 더 논란이 가중됐다.

이번 논란에서 다수의 게이머들이 지적하는 것은 ‘매체의 신뢰도’였다. 일반적인 게이머들이 스토리의 완성도나 캐릭터성, 전투의 심도, 신선한 시스템, 발랄한 콘텐츠 등 ‘재미요소’를 중시하는 것과 다르게 평론가들은 게임의 주제나 사상을 보고 점수를 매겼다는 것이다. 실제로 한 평론가는 ‘내러티브나 스토리보다는 인터렉티브를 중시한다’며 만점을 주기도 했다.

평론가가 자신이 게이머들과 다른 기준에서 게임을 평가한다는 사실을 인정한 셈이다. 그리고 당연하게도 이에 대해 “게이머들과 다른 기준으로 내리는 게임 평론을 구매에 참고할 이유가 있는가?”라는 질문이 던져졌다.

스스로를 평범한 게이머들과 달리 우월한 존재로 여기며 그것이 표현된 방식이나 수준과 무관하게 게임의 주제나 철학만을 따지는 이들의 평론에는 소비자로서의 게이머가 기대할 만한 부분이 없다는 주장도 나온다. 한 게이머는 “많은 사람들이 GOTY(Game Of The Year) 획득 내역을 보고 게임을 소비하는데, 이런 상황에서는 더 이상 GOTY에 의존할 수 없다”며 우려를 표했다.

여기에 대만의 게임 커뮤니티 ‘바하무트’에서 활동하던 한 리뷰어가 “퍼블리셔와 좋은 관계를 유지하기 위해 긍정적인 평가를 내려야만 했다”라고 폭로한 뒤 개발사 혹은 퍼블리셔 측에서 게임 평론을 조작했다는 소문까지 돌며 기성 매체들에 대한 불신도 확산됐다.

이후 영향력 있는 대중문화 리뷰 집계 사이트인 ‘메타크리틱’에서 유령계정을 통한 평점 조작 의혹이 추가로 촉발되며 이런 분위기가 전 세계로 확산돼 진정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이 모든 이야기들이 사실인지 확인된 바 없으나, 게이머들은 ‘언론 매체들과 게임사로 구성된 게임 소비의 생태계에서는 충분히 그러고도 남는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한동안 사그라지지 않을 <TLOU2> 논란이지만, 더 우려되는 것은 게임 전문 매체들이 게임사에서 제시되는 여러 유혹에 항상 노출돼 있다는 점이다. 현재의 게임 정보 소비 구조가 근본적으로 변하지 않는 이상 이번 사건과 비슷한 논란은 언제든지 다시 고개를 들 수 있으며, 갓-게임만을 골라서 즐기고 싶은 게이머들의 어려움은 앞으로도 계속 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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