月刊 아이러브PC방 7월호(통권 356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천덕꾸러기와 초신성 사이의 갈림길에 서있는 게임. <발로란트>는 최근 PC방 업주들 사이에서 중요한 화두가 되고 있다. 게임의 흥행 가능성이나 PC방 집객력 등이 주제가 아니라 <발로란트>에 딸린 ‘뱅가드’라는 녀석이 불러온 파장이 엄청나서다.

<발로란트>는 지난달 6월 28일을 기준으로 게임트릭스와 더로그 양쪽에서 점유율 2%에 살짝 미치지 못하며 9위에 머물렀다. 형편없는 순위는 아니지만 라이엇게임즈의 기대작이라고 하기엔 부족한 성적표임은 분명하다. 그리고 기대치에 미치지 못하는 이 성적표의 상당 지분은 뱅가드의 몫임은 주지의 사실이다.

한국에서 온라인게임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PC방 업주들이 나서서 설치하는 과정이 필수적인데, PC방 업주들은 악착같이 <발로란트> 클라이언트 설치를 거부하고 있다. PC방 업주에게 거부당하는 온라인게임이 PC방에서 호성적을 받는다면 대서특필감일 것이다.

그렇다고 라이엇게임즈가 PC방 업주에게 섭섭함을 표시한다면 그것도 어불성설이다. 뱅가드가 PC방 컴퓨팅 환경에 미치는 악영향은 PC방 업주가 도저히 감당하기 어려운 수준이기 때문이다. 안티치트가 아니라 안티PC방이 아닌가 의심스러울 정도다.

물론 라이엇게임즈도 이런 상황을 모르는 것이 아니기에 서둘러 문제 해결에 나서고 있다. 특히 뱅가드가 PC방이라는 특수한 환경을 섬세하게 고려하지 못한 부분이 있다는 점을 인정하고 개선 의지를 분명히 드러냈다.

뱅가드 개발을 총괄하는 <발로란트> 안티치트 리드 폴 체임벌린은 “뱅가드는 뛰어난 보안 플랫폼이지만 창과 방패의 싸움에 영속적인 승리란 요원하며, 그 자체만으로는 모든 위협을 막아낼 수는 없다”라며 “이에 뱅가드 외에도 데이터 분석 및 머신러닝 등 다양한 방면으로 보안 수준을 끌어올리기 위해 실험적인 노력을 기울이고 있으며, 앞으로도 그럴 생각”이라고 말했다.

폴 체임벌린은 뱅가드에 대한 세간의 우려와 일종의 공포를 의식한 듯 뱅가드에 대해 진솔한 입장을 피력하기도 했다. 그는 “뱅가드는 라이엇게임즈가 자체 개발한 안티치트 프로그램으로, 표면적 작동이 아닌 커널 드라이버 형식으로 업계 최고 수준의 보안을 제공한다”고 전했다.

커널 드라이버 형식을 채택하면 평범한 안티치트 프로그램들보다 PC에 조금 더 깊숙이 들어가지만 핵 개발자들로 하여금 더욱 어렵고 번거로운 방법을 찾도록 강제하는 효과를 이끌어낸다.

그는 이러한 부분을 강조하면서 “치트 프로그램 개발에 추가로 드는 수고로움으로 인해 불법적 프로그램 개발 난이도가 올라가고, 이를 사용하려는 게이머 역시 프로그램 설치 과정이 난해해진다. 이는 결국 핵 개발 및 유통의 상업성과 동기부여를 전반적으로 떨어뜨리는 결과를 가져올 것으로 기대한다”고 강조했다.

이어서 “그렇다고 뱅가드가 커널 드라이버 영역에서 영구적인 보안을 보장한다는 뜻은 아니다. 다만 뱅가드는 설계부터 새로운 위협으로부터 순발력 있게 대응할 수 있는 플랫폼 구축을 목표로 했으며, 이것이 평범한 안티치트와 다른 점”이라며 “핵 개발자의 공격 수단도 진화하겠지만, 우리의 방어 수단도 그에 맞게 계속 발전해나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폴 체임벌린은 PC방에서 뱅가드가 일으켰던 문제들에 대해서는 고치겠다고 말하는데서 그치지 않고 실제로 발전되고 개선된 부분을 소개하기도 했다.

<발로란트> 정식 출시 초기에 뱅가드는 PC에 보안상 어떤 문제가 있는지 명확하게 알리지 않았다. 소통의 부재였다. 초강력 안티치트가 생경한 사용자들은 뱅가드 설치 이후 나타나는 증상으로 인해 불신이 싹틀 수밖에 없었다.

뱅가드는 이런 소통의 부재를 패치를 통해 해결한다. 이제 뱅가드는 타 소프트웨어 사용으로 인한 문제 발생이 예상될 경우 이에 대해 PC 사용자에게 미리 알리고 대응 방법도 자세히 설명할 계획이다.

뱅가드의 또 다른 문제는 사용자마다 PC 환경이 상이하고, 취향에 따라 PC 셋업/설정 등이 굉장히 다양하다는 점을 간과한 것이다. 이는 특정 드라이버를 제한할 경우 대다수의 사용자의 보안 향상에 있어 도움을 줄 수는 있으나 특정 사용자들에게는 불편함을 초래할 수도 있다는 의미다.

기존의 뱅가드는 문제의 소지가 있는 드라이버를 강제적으로 비활성화했지만 이제는 게임과 함께 실행될 수 있도록 허용한다. 하지만 보안 수준은 유지할 수 있도록 의심스러운 드라이버가 아닌 확실한 드라이버만 제한한다.

특히 PC방 업주가 주목할 소식도 있다. 라이엇게임즈 뱅가드 개발진이 한국 PC방의 컴퓨팅 환경을 고려하기 시작했다는 점이다. 기존 뱅가드는 집에서 플레이하는 일반 게이머의 PC를 주로 상정하다보니 PC방에서는 치명적 문제들이 발생하곤 했다. PC방 관리프로그램이나 바탕화면 런처와 충돌하는 문제가 대표적이다.

라이엇게임즈는 “안티치트 프로그램이라는 뱅가드의 특성상 패치내역에 대해서 자세히 공개하는 것은 곤란하다. 하지만 뱅가드로 인해 PC방 사장님들이 곤란을 겪었다는 사실을 숙지하고 있으며 지속적으로 패치를 진행하고 있다”라며 “한국 PC방에서 보고된 문제들을 일일이 확인하고 있고 개선된 피드백을 받고 있다”고 전했다.

또한 라이엇게임즈는 뱅가드가 핵 사용자를 확인하면 하드웨어 밴(기기 자체를 추방하는 것)을 적용하는데, PC방은 예외다. 하드웨어 밴은 반드시 핵 사용자를 제재하는 방법이어야 하지 핵 사용 장소를 제지하는 목적이 아니라는 이유에서다.

라이엇게임즈코리아는 “지난 6월 16일 실시한 패치 이후 기존에 보고되던 문제들이 아직까지는 보고되지 않고 있다. 긍정적인 신호라고 생각한다”라며 “코로나 때문에 힘겨운 PC방 사장님들에게 발로란트가 조금이라도 힘이 되길 바랐지만 오히려 짐이 된 것 같아 송구하다”고 전하기도 했다.

한편, 라이엇게임즈는 인터넷을 통해 퍼져나가고 있는 소문에 대해서도 입을 열었다. 조만간 라이엇게임즈가 <리그오브레전드>를 포함해 모든 라인업에 뱅가드 적용을 강행할 것이라는 예측에 대한 해명이다.

<리그오브레전드>는 PC방 점유율의 절반을 차지하는 절대적 게임이라 뱅가드로 곤란을 겪었던 PC방 업주라면 이 소문은 간담이 서늘해지는 내용일 수밖에 없다.

라이엇게임즈는 “뱅가드를 리그오브레전드 등에 확대 적용하는 안의 구체적 계획은 없다. 향후 뱅가드의 안정성과 효용성이 충분히 입증되고, 도입의 필요성과 당위성이 명확할 시 고려할 수는 있다”라며 “일단은 뱅가드가 PC방 사장님들에게 야기한 불안감을 조금이라도 해소하는데 총력을 다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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