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코로나가 다시 촉발시킨 출혈경쟁, 이대로 가다간 공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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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코로나가 다시 촉발시킨 출혈경쟁, 이대로 가다간 공멸
  • 승인 2020.06.28 11:07
  • 최승훈 기자
  • editor@ilovepcb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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月刊 아이러브PC방 6월호(통권 355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코로나19 바이러스가 발원지 중국은 물론 우리나라를 포함해 전 세계적으로 큰 재앙을 몰고 왔다. 물론 PC방도 이 같은 재앙을 피해갈 수 없었다.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대부분의 PC방이 예외 없이 어려움을 겪었고, 이는 아직도 현재 진행형이다.

PC방 통계 서비스 게임트릭스와 더로그에 따르면 PC방 총 이용시간은 전년 동기 대비 30% 가량 감소했으며, 대구·경북 등 피해가 큰 지역은 40% 이상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PC방 업주들이 체감하는 어려움은 이보다 훨씬 크다.

문제는 코로나19발 경기 침체가 가뜩이나 치열했던 PC방 업계의 출혈경쟁을 더욱 심화시켰다는 것이다.

코로나19로 자영업·소상공인 생존 갈림길
소상공인연합회가 자영업자·소상공인 1,392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코로나19 사태 관련 소상공인 경영상황 실태조사 결과보고서’에 따르면 코로나19 사태가 경영활동에 미치는 영향을 묻는 물음에 ‘매우 부정적’이 81.7%(1,119명), ‘다소 부정적’이 15.1%(207명)로 조사돼 96.8%가 영업 피해를 겪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년 동기 대비 매출액 수준을 묻는 물음에는 -50% 이상이 28%(385명)로 가장 높게 조사됐으며, 뒤이어 -80% 이상이 20.8%(287명)로 조사됐다. 또한, 차이가 없다는 응답은 0.3%(4명)에 그쳤고, 증가했다는 응답은 0.2%(3명)에 불과했다.

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되면서 PC방 업계 역시 피해가 막심하다. 통계청의 ‘3월 산업활동동향’을 살펴보면 PC방이 해당되는 예술·스포츠·여가 분야는 전년 동월 대비 45.9% 감소한 것으로 조사됐다. 대다수 PC방이 겪고 있을 경제적 어려움이 얼마나 클지 유추할 수 있는 대목이다.

코로나19가 확인시켜준 박리다매의 역습
분명 코로나19 사태에 의한 경기 침체는 심각하고도 위험한 것이 사실이다. 그런데 이를 더욱 가중시키는 것이 바로 출혈경쟁의 재 점화다.

이미 PC방 업계는 먹거리 판매가 주요 부가수익으로 자리를 잡으면서 본연의 PC 요금을 최소화하는 형태의 출혈경쟁이 빈번했다. 그런데 여기에 최근 코로나19 사태가 겹치면서 이 같은 현상이 더욱 심화됐다.

그동안 박리다매 형태를 추구하던 대형 PC방들은 방문객 숫자가 크게 줄자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박리다매의 기본 조건인 ‘많은 고객’ 원칙이 깨지면서 그 틀이 한순간에 무너졌기 때문이다. 코로나19가 이 같은 구조의 치명적인 단점을 드러낸 것이다.

사실 박리다매는 규모의 경제로 인해 가능해지는 것으로, ‘대량 생산 → 원가 절감 → 단위 가격 인하 → 구매 부담 감소, 가격 대비 성능 향상 → 판매량 증가 → 대량 생산’의 선순환 구조를 갖는다. 산업적인 측면에서 볼 때 통상 내수만으로도 사이클이 완성될 때 매우 효과적이며, 여기에 수출이 더해진다면 금상첨화가 된다.

하지만 PC방 업계는 시설임대업과 서비스업에 해당하는 자영업·소상공인이기 때문에 수출을 고려할 만한 요소는 없어 오롯이 방문객만으로 사이클을 완성해야 한다.

PC방의 박리다매는 ‘요금 인하 → 방문객당 수익 감소 → 고객 부담 감소 → 요금 대비 이용시간 증가 → 방문객 증가 → 매출 총액 증가 → 수익 총액 증가’의 사이클로 완성되는데, 이번 코로나19 사태는 이 사이클에서 방문객 부분을 반토막 냈다. 결국 매출은 크게 줄고, 규모의 경제도 무너졌다. 매출 감소보다 더 무서운 수익 감소 현상이 확연히 드러나고, 설상가상으로 대량 매입에 의한 원가절감 효과마저 사라지면서 지출 부담 또한 커졌다.

더욱이 임대료, 노하드솔루션 및 선불결제기 관리비, 인터넷 전용선 요금 등 각종 경상비는 물론, 약간은 유동적이지만 필요성이 높아 고정비 성격을 갖는 인건비, 전기요금, 수도요금 등의 경비도 지속적으로 지출해야하기 때문에 코로나19로 인해 가중되는 생존 압박은 심각할 수밖에 없다.

이번 사태는 박리다매 사이클을 완전히 끊어버렸고, 이를 통해 방문객 수가 줄어드는 외부 요인이 발생할 때 현상유지는커녕 버티기조차 어려운 위기가 닥친다는 교훈을 남겼다. 출혈경쟁을 지양해야하는 이유이자 ‘적정 가격’이 중요한 이유다.

출혈경쟁, 코로나19 이전은 애교 수준
문제는 박리다매 구조가 깨진 후에 벌어졌다. 출혈경쟁이 역대급으로 심화된 것이다.

물론 과거에도 생존을 위해, 이웃 매장의 손님을 뺏어오기 위해 출혈경쟁이 야기되는 상황은 흔한 일이었다. 주로 신규 매장이 들어설 때 나타나는 현상이라는 공통점도 있다. 잠재 소비자를 개척하기 보다는 이웃 매장 손님을 유혹하는 것이 더 쉽기 때문에 별다른 장사 기술이나 마케팅 이론을 모르는 경우 주로 자행되는 일들이었다.

그런데 이번 코로나19 사태는 수개월에 걸쳐 시장을 얼려버린 것은 물론 출혈경쟁에 회의적이던 층까지 합세하게 만들었다. 유저풀 자체가 줄어들었기 때문에 생존을 위해 요금을 인하하고 출혈경쟁에 뛰어드는 모양새가 연출되고 있는 것이다.

이처럼 출혈경쟁이 더욱 가열되고 있는데, 요금 인하 수준이 코로나19 이전보다 더 심각하게 내려가고 있다는 것이 문제다. 가히 파격적이라고 할 만큼 적자의 영역으로 점점 더 깊숙이 파 들어가고 있다.

훨씬 더 많은 상권에서, 훨씬 더 많은 PC방이, 적자를 감수한 출혈경쟁을 훨씬 더 심하게 벌이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역대급 출혈경쟁은 크게 초저가 출혈경쟁과 초고가, 고성능 시설 투자 등 2가지 유형으로 극단적인 양극화를 보이고 있다.

가진 게 없어…, 초저가 출혈경쟁 발발
총 방문자수가 그 어느 때보다 적고, 매출과 수익 부담이 그 어느 때보다 커졌다. 결국 집객을 위해 경쟁력을 높이거나 신규 유저를 발굴하는 등의 마케팅적 접근 대신 이제까지처럼 요금 인하 카드를 꺼내들었다. 다만, 상황이 그 어느 때보다 심각하기 때문에 그만큼 가격인하 폭과 방식은 더 위태롭게 나타나고 있다.

100원 PC방 소식도 최근 부쩍 늘었다. 코로나19 사태 이전이었다면 2~3년 정도에 한 번 정도 들려올 법한 사례가 불과 3개월 안에 들려올 정도다. 심지어 요금 안정화가 이뤄졌던 지역에서도 하나 둘 500원, 300원 PC방이 등장해 업계를 당혹케 하고 있다.

서울의 한 지역에서는 ‘코로나 극복! 무료 PC방’ 슬로건을 내걸고 먹거리 구매 시 PC 무료 이용 이벤트를 진행하는 PC방이 있다는 소문도 들린다.

적어도 예전에는 선의의 경쟁이라는 요소가 있었지만, 지금은 경쟁적 우위라는 것이 무색한 상황이다 보니 일단 저지르고 보자는 심리가 기저에 깔린 것이다. 여기에 더해 이 위기 상황에 이용자가 많은 것으로 포장해 매매라도 이뤄지길 바라는 희망도 더해진 결과다.

그만큼 이번 코로나19 사태는 소상공인·자영업자들에게 큰 위기이고, 그 기간이 너무 길어져 버틸 여력이 점차 줄어들고 있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위기에 총력전, 고가·고성능 시설 투자 압박
역대급 출혈경쟁보다 더 무서운 현상도 나타나고 있는데, 고가·고성능 시설 투자를 확대해 상권 내 경쟁 PC방들을 압박하는 방법도 널리 확산되고 있다.

이 역시 요금인하를 기반으로 하고 있다는 공통점이 있지만, 차이점이 있으니 바로 시설투자, 즉 막대한 자금을 동원한다는 점이다.

플래그쉽에 해당되는 모니터와 그래픽카드 등 초고성능 PC는 물론 LG, ASUS, 기가바이트, MSI, 커세어 등 글로벌 톱 브랜드와의 제휴를 통해 전면에 내세우는 등 기존 고사양 PC방을 한두 단계 뛰어넘는 투자를 통해 집객에 있어서 경쟁우위를 점하고 있다.

이러한 막대한 투자와 그로 인해 형성된 경쟁적 우위를 바탕으로 코로나19발 경기침체 상황에 요금까지 인하하니 해당 상권에 미치는 영향은 가히 가공할 수준이다. 한정된 자본으로 최대의 효과를 기대하고 창업한, 재투자 여력이 없는 영세 매장의 업주들이 느끼는 상실감은 이루 헤아릴 수 없고, 그만큼 상생은 요원해 보인다.

물론 상권 붕괴에 더해 PC방이라는 업종은 고성능 PC를 제공하면서 요금을 낮춰도 수익이 남고, 일정 이상의 요금은 업주가 폭리를 취한다는 이미지까지 형성하는데 일조한다.

코로나19는 그 누구도 원치 않았던 재앙이며, 감내하기 쉽지 않은 수준의 어려움을 동반하고 왔다. 그리고 출혈경쟁에 골병이 들어있던 PC방 업계에 보다 강력한 방식과 규모의 출혈경쟁을 촉발했다. 결국 ‘생존을 위해서’라는 핑계로 우리의 부끄러운 민낯을 드러낸 것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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