月刊 아이러브PC방 6월호(통권 355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2007년 초 아직 찬바람이 돌던 어느 봄날, 한 PC방 업주가 어느 게임사 빌딩 앞에서 자기 키보다 큰 피켓을 들고 몇 시간째 1인 시위를 하고 있었다. 피켓 내용을 보니 꽤나 자극적이다.

1998년 PC방을 시작한 그는 게임사들의 불공정 관행에 맞서 공정한 거래와 부당행위 근절을 외치며 그동안 힘없이 지켜만 보던 PC방 업주들을 일깨우기 시작했다.

게임사들의 ‘갑질’과 불공정 관행을 타파하려던 그의 행동은 업계 구성원들의 호응과 참여를 이끌며 빠르게 퍼져나갔고, 그를 중심으로 PC방 업주들이 하나둘 모여들어 목소리가 커졌다.

그 후 게임사들의 일방적인 행태와 불공정 약관은 서서히 개정되기 시작했고, 일부 게임사는 상생의 필요성을 깨닫고 다양한 협력 모델을 만들어 지금까지 실천해나가고 있다.

그때 그 PC방 업주는 소상공인의 법적 지위 정립과 권익 보호를 위해 더 큰 일을 하겠다며 소상공인연합회 설립 근거법안 마련에 노력을 기울여 초대 회장에 추대됐다. 그리고 지난 5월 30일부터 임기가 시작된 제21대 국회의원으로 선출되기에 이른다. 바로 PC방 출신 최초의 국회의원 최승재 前 PC방 협동조합 이사장 얘기다.

타고난 일복, 민원인에서 입법기관으로…
국회의원회관에서 만난 최승재 의원은 여전히 바빴다. 일복을 타고 난 것이 분명하다.

초선의원답게 당무에 바쁜 와중에도 소상공인을 위한 현안 점검 그리고 PC방 업계로부터 들려오는 소식들을 정리하느라 바쁜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기자가 기억하는 지난 15년 여 시간 중 가장 바쁜 일정을 소화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10년 전 같은 건물 같은 공간에서 방문인 신분으로 소상공인의 권익을 보호할 수 있게 ‘소기업 및 소상공인 지원을 위한 특별조치법’ 재정을 읍소하던 민원인이 오늘은 그 숙원을 실천할 수 있는 입법기관의 구성원이 되어있었다.

비록 10년 사이 그의 위치는 달라졌지만 생각만큼은 그때 그대로 ‘초심’이다. 예나 지금이나 소상공인에게 무엇이 필요한지, 또 그것을 위해 무엇을 해야 하는지 고민하고 있고, 그것을 실현해나가기 위해 국회의원이 됐다는 사실을 거듭 강조했다. 소상공인의 ‘등대’가 되겠다는 각오다.

“불공정 거래와 부당행위 막고, 위기 속 도움의 손길 마련할 것”
“헌법 119조 1항에 따라 경제민주화를 이뤄야 하는데, 현행법은 소상공인이 소외되어 있다. 특히 이번 코로나19 사태 속에서 정부가 내놓은 소상공인 지원책은 거의 대부분이 빚이었다. 이게 정치권이 소상공인을 바라보는 현실이며,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다”

그가 소상공인의 권익을 보호하는 입법활동을 하겠다는 이유이고, 1호 법안으로 소상공인복지법을 준비하고 있는 까닭이다. 적어도 창업 3년 후 생존률이 전체 업종 가운데 최 하위권을 맴돌고 있는 PC방 업종에는 좀 더 직접적인 이야기다.

그는 국회의원으로 활동하는 동안 불공정 거래나 부당행위 그리고 코로나19처럼 대처할 수 없는 국가적 위기로 인해 폐업으로 내몰리거나 도움조차 받지 못하고 외면 받는 상황은 없도록 하겠다는 이른바 ‘3不 보호’가 목표라고 피력했다.

다만, 권익 증진에 발맞춰 사회구성원으로서의 책임도 함께 커지게 되니 이에 따른 지원 및 계도 정책이 마련될 수 있도록 하는 채비도 함께 해나가겠다고 덧붙였다.

뿐만 아니라 그는 창업 분야에 대해 잘 모르고 진입하는 사례가 과도한 경쟁을 야기하는데 일조하는 만큼, 창업 전에 업종별 관련 법령, 기초 소양 교육, 위생교육 등을 사전에 이수할 수 있는 교육 기회를 제공해 성공적인 창업을 돕는 제도 마련에도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PC방 업계만 놓고 보자면 법령 위반이나 업종 현황을 뒤늦게 파악해 급한 마음에 출혈경쟁으로 치닫는 빈도와 깊이가 한결 낮아질 것으로 기대되는 대목이다.

PC방 업계 현안 해결에도 관심 커
최승재 의원은 그간 PC방 업계 많은 문제들을 해결해왔다. 굵직한 것만도 게임사 불공정 약관 개정, 게임사의 일괄 요금제를 통한 끼워팔기 해결, 오과금 문제 해결, 음란사행물차단프로그램 제도 개선, 한국MS 고소고발 정책을 캠페인과 프로모션 형태로 전환, 통신사 결제오류 및 손해배상 약관 문제 개선 등 손으로 꼽을 수 없을 만큼 많다.

그 가운데 VPN 문제는 소상공인연합회장에 취임하기 직전까지 근절을 위한 노력을 경주하던 사안으로, 게임사들도 약관 변경으로 호응해오고 있다.

최 의원은 “VPN 및 지피방으로 통칭되는 문제들은 PC방 업종에 종사하는 소상공인들의 생태계 자체를 교란시키는 행위로 게임산업과 PC방 업계에 매우 부정적일 수밖에 없다”며 “이런 부정적인 행위를 근절하기 위해서 현행 법률을 최대한 대입하고, 나아가 입법 활동을 통해 반드시 해결할 것”이라고 강변했다.

이를 위해 게임사들에 공개적으로 협조를 요청할 의사도 있다고 덧붙였다. 20년 넘게 서로 기대고 함께 성장해온 동반자 입장에서 상생을 일궈가야 한다는 그의 지론이 잘 엿보이는 대목이다.

최 의원은 “자본주의 시장 경제에서 경쟁을 피할 수는 없는 일이라지만, 서로가 상처를 주기보다는 함께 살아남을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하려는 노력을 기울여야 업종이 발전할 수 있다”며 “그러한 건전한 경쟁이 정착될 수 있도록 공정함과 권익이 존중받을 수 있는 토대 마련에 최선 노력을 기울일 것”이라는 말로 끝인사를 대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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