月刊 아이러브PC방 2월호(통권 351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지난 몇 년간 PC방 업계를 관통한 키워드 몇 개를 정리해보면 금연법, 노하드솔루션, 대형화, 출혈경쟁, 고사양화, 먹거리, 무인솔루션 등을 꼽을 수 있다. 이 가운데 무인솔루션과 대형화 그리고 먹거리 키워드를 하나로 묶어 살펴볼 수 있는 PC방이 있어 찾아가봤다. 바로 서울 성수동에 위치한 아이파크 수 PC방이다.

‘아팍’ 멤버십으로 55대 매장 13년 넘게 성업 중
동네에서 ‘아팍’으로 통하는 아이파크 수 PC방은 지금 자리에서 창업해 15년 넘게 55대의 PC로 영업 중이다. 그리고 3년 전인 2017년에 PC방 업계 최초로 무인솔루션을 도입한 PC방이기도 하다. 물론 무인 시스템을 시도한 사례는 과거에도 몇 차례 있었고 다년간 영업을 이어간 PC방도 있었지만, 대부분 바로 아래위층이나 인근의 다른 업종 매장에서 CCTV로 관제를 하는 형태였던 만큼 최근에 정립된 ‘무인솔루션’이라는 개념에 오롯이 부합되는 PC방은 아이파크 수 PC방이 최초라 할 수 있다.

아팍은 좀 특이하다. 아니 특이한 면이 많다. PC방 업계에 대형화 바람이 불어 이제는 100대 이하 창업은 말리는 분위기가 됐을 만큼 변화했지만 아팍은 55대 매장이다. 아팍이 처음 개업한 2005년 당시에도 55대 규모는 중소형에 해당됐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아팍은 여전히 영업 중이고, 또 성업 중이다. 한윤성 사장은 10년이 넘는 사이 많은 PC방이 생겼다 없어졌고 자신 또한 많은 우여곡절을 겪었다고 회고했다. 경쟁자가 없어서, 마냥 운이 좋아서 지금까지 온 것이 아니라는 얘기다.

한 사장이 2017년 아팍에 무인솔루션을 처음 도입키로 한 것은 앞서 언급한 생존을 위한 조치의 첫걸음이었는데, 소형 매장으로 매출을 끌어올릴 수 있는 한계는 분명 존재하니 지출을 줄이는 방법에 집중한 결과였다.

금연법과 소비자 트렌드 변화 등으로 인해 야간 매출이 감소하는 상황은 소형 매장에 치명적으로 느껴졌다. 하지만 막상 야간에 문을 닫자니 어떤 형태로든 부정적인 영향이 발생할 것이 자명해 다른 대안을 만들기로 했다.

가장 먼저 지문 인식기를 도입하고 잠금장치를 달았다. 동네 장사 특성상 외지인이 우연히 방문할 가능성은 낮았기에 과감히 포기하고 상권 내 거주하는 기존 손님만을 대상으로 야간 멤버십을 도입해 손님과의 관계를 더욱 끈끈하게 유지하는데 각별한 노력을 기울였다.

한윤성 사장은 “결국 야간 무인 시간대에 방문하는 손님은 대부분 단골이라는 점이 핵심”이라는 것을 강조했다. 멤버십 제도는 손님 관리를 보다 효율적으로 가능케 했고, 유대관계 즉 재방문율도 높였다. 여기에 탄력적 구간을 설정할 수 있게 해 갑작스런 유인/무인 전환에 의한 혼란도 대비했다.

이는 시스템으로서의 무인솔루션이 간과하고 있는 부분이다. 그는 기계나 시스템에 의존하는 게 아니라 멤버십을 중심으로 기계가 이를 보조해주는 방식으로 무인 솔루션을 개발·발전시켜온 것이다.

무인솔루션 ITM PAS로 발전 “3년 성업이 그 가치 증명”
이렇게 개발·발전시켜온 무인솔루션을 알음알음 지인들의 PC방에 설치해주다보니 지금의 ITM PAS에 이르게 됐다고 한다. 한 사장은 ITM PAS는 가장 먼저 부분 무인솔루션을 정립했고, 가장 오래 운영했고, 무엇보다 오랜 기간 PC방을 운영한 사장이 직접 개발했기 때문에 변화하는 PC방 환경에 맞춰 수도 없이 수정하고 개량해왔다고 한다.

한 사장은 “무인솔루션이 적합하지 않은 상권이나 매장은 있을 수 있어도 그 자체가 PC방 업종에 적합하지 않은 시스템이었다면 도입 3년차인 아팍은 살아남지 못했을 것”이라며 각 매장 환경에 맞춰 조율해서 도입할 경우 긍정적인 결과를 얻을 수 있다고 자신했다.

결과를 놓고 보자면 아팍은 2017년 이후 야간 근무자 인건비 지출이 없어 크게 절약할 수 있었고, 그만큼 수익이 늘어나 매장 규모의 한계에도 불구하고 안정적인 운영이 가능했다고 밝혔다.

야간 무인 운영에 대해 부정적인 의견 즉, 손님 줄어들지 않느냐는 우려에 대해서는 멤버십의 특성상 그런 영향은 거의 없다고 단언했다.

한발 늦게 관제 도입, 개인적으로 활용도 낮아
무인솔루션은 먼저 시작했지만, 관제 시스템은 후발주자다. 지난해 관제 시스템을 추가하기 전까지는 관제 시스템의 필요성을 느끼지 못했는데, 사업체다보니 고객 요구사항에 맞춰 어쩔 수 없이 도입하게 됐다며 다소 소극적인 모습을 보였다.

그도 그럴 것이 ITM PAS는 소형 매장이었던 아팍에 맞춰 개발됐는데, 중소형 매장의 경우 규모나 입지 특성상 대부분 야간 출입 회원이 많지 않기 때문에 관제의 활용도가 높지 않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다만, 모든 PC방의 입지 조건이나 여건이 동일하지 않으니 필요한 곳이 있겠다는 생각에 최근 관제 시스템을 옵션으로 추가했다고 한다.

관제 시스템은 비용 부담이 꽤 크지 않느냐는 질문에 “그 부분도 중소형 매장에게는 진입장벽으로 작용한다. 다행히 24시간 인력을 운용하는 관련 업체 한 곳에서 자신들의 24시간 대고객 서비스 체계와 함께 맡겠다고 해서 외주를 줬다”며 관제 인건비 부담을 줄인 비결을 얘기했다.

“먹거리 매출 중요, 욕심 부리지 않지만 포기하지도 않는다”
PC방은 먹거리가 부가수익원으로 자리매김한지 오래고, 야간 먹거리는 재방문 및 체류시간을 늘려주는 역할을 하기 때문에 간과할 수 없는 부분이다.

한 사장 역시 야간 먹거리는 중요하기에 포기하지 않는다고 말하면서도 욕심은 부리지 않기로 했다고 덧붙였다.

야간 먹거리 판매를 위해 전용으로 소형 키오스크를 구비하고, 무인 시간대부터 이를 활용해 먹거리를 판매하고 있다. 재미있는 것은 공급가 상승을 반영해 음료 가격은 올리되 야간에는 가격을 할인해서 판매하고 있다. 예를 들어 일명 ‘뚱캔’의 주간 가격과 야간 키오스크 가격이 다르다. 손님들도 음료 공급가 인상 소식을 뉴스로 접했던 터라 가격 인상에 거부감이 없었고, 오히려 야간에 할인이 된다는 점에 더 만족해하고 있다고 한다.

간혹 멤버십 시간대 직전에 손님들이 “사장님 언제 퇴근하세요?”라고 물어온다는 에피소드도 털어놨다.

필요충족분 성능과 가성비 모두 고려해 AMD 라이젠
PC도 많이 고민해서 업그레이드를 이어오고 있다. 아팍도 여느 PC방처럼 부분 업그레이드를 진행하는데, PC 전체 규모가 적다보니 사양에 대한 고민이 좀 더 깊을 수밖에 없다.

원활한 게임 구동을 위한 필요충족분의 성능을 갖추되 투자비용 부담은 줄이기 위해 고민 끝에 AMD 2세대 라이젠을 도입해서 지금까지 잘 쓰고 있다고 한다. 게임 중 가장 사양이 높은 <배틀그라운드>조차 손님들이 인텔인지 AMD인지 신경을 안 쓸 정도로 게이밍 성능에 차이가 없어 가격이 더 저렴한 AMD 라이젠을 선택했고, 지금껏 자리를 꽉꽉 메우는데 큰 공을 세우고 있다고….

올해 새로운 라이젠 제품들이 나오면 상황을 봐서 CPU만 업그레이드하는 것도 고려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메인보드가 그대로 유지되는 덕에 윈도우를 다시 구매할 필요가 없어 그나마 업그레이드 부담이 한결 가벼워졌다며, PC방 규모가 작을수록 작은 비용으로 경쟁력 있는 성능을 얻기 위해서는 AMD 라이젠이 현실적인 선택이라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마치며…
아팍은 소형 PC방이 대형화 추세 속에서 살아남는 비결을 결과로 보여주고 있다. 타인의 시선과 보폭을 따라가기 보다는 자신만의 방식으로 자기의 길을 가고 있는 것이다. 무엇보다 3년차에 접어든 무인솔루션은 그 방향성과 지향점의 이정표를 제시해주고 있다. 상권 손님에 대한 이해와 기준선을 마련하고 그에 맞춰 지출과 매출을 맞춰나가도록 설계하고 변화하는 노력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변화를 두려워하지 말되 지켜야할 가치는 불변으로 이어가야 한다는 기저를 이해할 필요가 있다.

저작권자 © 아이러브PC방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