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C방의 주요 구성 요소이자 경쟁력인 게이밍기어는 지난 10년 동안 고속으로 성장하면서 PC 시장의 주변기기 트렌드를 바꿔놓았다. PC방 업계는 다소 늦게 이 흐름에 합류했지만 최근 5년 사이 최저가 제품 위주에서 고성능 게이밍기어로 대세가 바뀌었고, 10만 원대가 훌쩍 넘는 고가의 기계식 키보드도 쉽게 접할 수 있을 만큼 일반화됐다.

게이밍기어 브랜드 역시 기존의 고급 브랜드 외 거의 대부분의 주변기기 업체들이 게이밍기어 라인업을 론칭하는 등 활발한 활동이 이어져오고 있다. 말 그대로 봇물이 터진 형세다.

이처럼 너나 할 것 없이 내놓은 게이밍기어로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성능은 상향평준화되고 가격은 부담 없는 수준으로 내려온 것까지는 긍정적이다. 하지만 홍수라 할 수 있을 만큼 늘어난 브랜드로 인해 제품 공급이 수요를 넘어서면서 유통사들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대량 생산, 대량 유통이 단가를 낮추는 좋은 방법이지만 자칫하면 재고에 짓눌릴 수 있는데, 국내 게이밍기어 브랜드와 PC 주변기기 유통사들이 딱 이런 상황에 처해있다. 기업 규모가 크고 판로가 다양하다면 그나마 다행이지만 그렇지 못한 경우는 종종 재고 문제로 골머리를 앓는다.

최근 A 게이밍기어 브랜드의 경우 7~8년 전에 제조된 CPU 커스텀 쿨러들을 반값 이하로 할인해 재고 처분에 나선 바 있고, R 브랜드는 3년 전에 제조된 마우스를 반값에 내놓았으며, L 브랜드는 대형마트를 통해 수시로 비정기 이벤트를 진행해 물량을 소진하고 있다. S 브랜드는 신제품 출시 직전 기존 제품에 대한 대규모 할인 행사를 수차례 진행했고 결국 PC방 사업에서 한발 물러선 상태다.

이 같은 현상은 PC방 업계에도 몇몇 문제를 낳았다. 과거 몇몇 게이밍기어 유통사는 PC방 커뮤니티나 협단체를 통해 공동구매나 특가판매를 진행한 뒤 곧바로 자체 할인행사를 진행하거나 업그레이드된 신규 모델을 출시하는 등 물의를 빚은 일이 있었다. 최근 PC방 커뮤니티나 협단체의 공동구매가 크게 줄어든 이유 중 하나다.

이런 맥락에서 PC 주변기기의 대규모 할인은 기회이자 위험요소라 할 수 있다. 고가의 게이밍기어를 저렴하게 대량으로 구매할 수 있는 기회이기도 하지만, 앞서 언급한 사례들처럼 곧바로 단종되거나 새로운 모델이 출시될 경우 업그레이드 의미가 퇴색될 수 있기 때문이다.

평소 눈여겨보던, 혹은 이미 사용하고 있는 브랜드의 제품이 특가 할인을 시작한다면 제조 시점과 AS 적용 기간을 반드시 확인하고, 구매 후 AS 보증기간을 제조일이 아닌 구매일로 적용받기 위해서는 영수증을 반드시 확보하는 등의 주의가 필요하다.

저작권자 © 아이러브PC방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