月刊 아이러브PC방 1월호(통권 350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최근 2년 사이 소상공인들의 영업 환경은 크고 빠르게 변화했다. 경기는 여전히 침체 상태인데 최저임금이 가파르게 인상되면서 매출매입과 순수익 구조의 변화는 당연하고, 소비자의 소비 패턴과 규모까지 변했다. 덩달아 이로 인해 아르바이트생 구인구직 패턴의 변화와 무인 운영 솔루션까지 등장하기에 이르렀다.

소상공인이 실제 마주해야 하는 고객 즉, 소비자의 생활 및 소비 패턴의 변화는 영업 패턴 그리고 영업 아이템의 변화에 매우 직접적인 영향을 받는다.

매년 새해 소비자의 트렌드를 살펴보려는 시도는 계속됐다. 이 가운데 서울대학교 김난도 교수의 트렌드 코리아는 이미 발현되기 시작한 트렌드가 일목요연하게 잘 정리됐고, 그 현상을 지칭하는 용어들은 사회 전반에 걸쳐 널리 애용될 만큼 시대와 세대의 상을 고스란히 담아내고 있다. 올해도 그가 정리한 2020년 마케팅 트렌드를 살펴봤다.

김난도 교수가 ‘트렌드 코리아 2020’를 통해 밝힌 2020년도 10가지 트렌드는 ‘MIGHTY MICE’로 요약된다.

M: Me & myselves (‘나’와 ‘자신들’)
I: Immediate Satisfaction (즉각적인 만족)
G: Goodness and fairplay (선량함과 공정성)
H: Here and Now: the ‘Streaming Life’ (스트리밍 라이프)
T: Technology of Hyper-personalization (초개인화 기술)
Y: You’re with Us, ‘Fansumer’ (팬슈머: 상품의 생산 과정에 참여하는 소비자)

M: Make or Break, Specialize or Die (특화생존)
I: Iridescent OPAL: the New 5060 Generation (오팔세대)
C: Convenience as a Premium (편리미엄)
E: Elevate Yourself (업글인간)

김 교수는 작지만 영리한 쥐의 해를 맞아 10대 키워드를 ‘MIGHTY MICE’에 맞췄다. 제시된 키워드만 놓고 보자면 작지만 빠르고 강한, 위기를 극복하는 작은 영웅들을 상징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특히 업글인간, 페어플레이어, 스트리밍라이프, 팬슈머, 쇼퍼터즈 등 어떤 형태의 소비 트렌드가 나타날지 명확하게 설명하고 있다.

다만, 2020년의 소비 트렌드에서 가장 중요한 세 축으로 세분화, 양면성, 성장을 강조했다는 점에서 그 행동 패턴의 변화를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

가면 속의 소비 심리, 하지만 어떤 형태로든 표출한다
멀티페르소나라는 말로 현대 소비자의 다중 정체성을 정의했다. 직설적인 데에서 더 나아가 다양한 의견을 다양하게 표출한다는 측면에서 이를 상대해야 하는 소상공인은 더욱 다방면의 고민이 요구된다. 실제 오래전부터 온라인게임에서 부계정을 이용해 본계정과는 전혀 다른 행위를 분리해서 운영하는 양상은 일상다반사였고, 최근에는 SNS나 인터넷방송 시청 중에도 다중 계정을 이용해 자신의 신분을 숨기는 사례도 흔해졌다.

직설적으로 불만을 제기하는 손님보다 조용히 발길을 끊는 손님의 목소리에 더 귀를 기울여야 한다는 말도 이제는 반은 맞고 반은 틀린 상황이 됐다. 불만이 있지만 불만을 말하지 않고 조용히 떠나가는 온순한 시대에서 직설적으로 불만을 제기하는 시대를 거쳐 이제는 우회적으로 혹은 다양한 채널을 통해 다른 사람인양 불만을 의견을 강하게 표출하는 성향이 도드라진 시대에 이르렀기 때문이다.

업주 개인의 판단도 중요하지만 다양한 채널을 통해 고객 의견을 수렴할 수 있도록 고려해야 하는 시대가 됐다는 의미다. 적어도 이제껏 단골이었던 손님이 갑작스레 발길을 끊은 데는 무엇인가 이유가 있기 마련이니 그게 무엇인지 능동적으로 찾아내 개선해야만 경쟁력이 높아진다.

팬슈머와 쇼퍼터즈, 자신에 맞는 소비재 원해
팬슈머는 팬(Fan)과 컨슈머(Consumer)의 합성어이며, 쇼퍼터즈는 숍(Shop)과 서포터즈(Supporters)의 합성어다. 소위 ‘팬심’에 기반한 것인지, 자기 주도적인 것인지의 차이는 있지만 상품 등의 제품개발 기획에서 마케팅 등까지 적극적으로 참여해 상호보완적 관계를 갖는다는 공통적 특징을 보인다.
팬슈머의 경우 맹목적인 지지나 단방향성 패턴인 팬덤과는 달리 소비자로서의 참여와 양방향성 패턴이 기반된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감성과 호감 그리고 그에 기인한 소비에 있어 팬덤에서 팬슈머로 소비자의 패러다임이 변화됐음을 시사하는 부분이다. 당장 인플루언서만 놓고 봐도 팬의 성격을 갖고 있지만 그렇다고 맹목적이지 않고, 다양한 인플루언서를 동시에 선호한다는 점에서 차이점이 명확히 보인다.
쇼퍼터즈 역시 상품 생애주기 전반에 걸쳐 적극적으로 참여해 단순 소비자가 아닌 자신이 희망하는 소비재의 탄생을 이끌어 소비한다는 점에서 소비자의 의중이 더욱 중요해졌음을 알 수 있다.

PC방에 접목해 해석해보자면 적당한 브랜딩의 필요성 그리고 손님의 의견을 일부 수렴한 스토리텔링의 필요성이 요구되는 대목이다. 또한, 새로운 이슈가 의견으로 전달돼 올 경우 적극적인 응대가 필요하다는 사실도 기억할 부분이다.

소유보다 경험 중시하고 실시간 서비스 중시
기술의 발달로 모든 콘텐츠를 스트리밍으로 소비할 수 있는 시대가 열렸다. 스트리밍이 기술이 소비의 전면에 나선 것이 어제오늘의 일은 아니지만, 분명한 것은 소비가 소유보다 경험을 중시하는 측면으로 무게를 옮기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단지 기술의 발전에 기인한 것이 아니라 인문사회학적으로 1인가구화가 보다 직접적인 스트리밍 라이프 시대의 열쇠다.

향유해야할 것이 많아지고, 그래서 소유 대신 빌려 쓰면서 새로운 경험을 추구한다는 측면에서 시설임대업인 PC방의 정체성과 기본적인 합치점이 강하게 부각되는 대목이다.

이는 초개인화 기술과도 궤를 같이 한다. 자신의 상황에 맞게 최적화된 것을 제공받고 싶어 하는 시대가 됐는데, 그러기 위해서는 모든 것을 소유할 수 없으니 유무형의 콘텐츠를 빌려 쓸 수밖에 없다는 점에서 유사점을 내포하고 있다. 초개인화 기술은 이러한 소비자의 니즈를 예측해 서비스와 상품을 제공하는 기술인데, 소비자를 찾아가고 어떤 서비스와 상품을 맞춤으로 제공할 수 있을지를 고민해야 한다는 의미에서 시설임대업이자 서비스업인 PC방 역시 직접 당사자다. 누군가 소비자와 소통하고 조금이라도 더 최적화된 서비스를 빠르게 제공하고자 노력한다면, 그 나머지 모두는 결국 경쟁력에서 도태되는 것이기 때문이다.

당장 인근에 신규 PC방이 등장하면 먹거리, 가격 등 다양한 이유로 고객의 이동이 빠르고 직관적으로 나타나는 현상도 이와 무관치 않을 것이다.

대중적 포괄이 어렵다면 소수에 특화하라!
선택된 소수에게 확실한 만족을 제공해야 한다는 의미의 특화생존 역시 PC방을 비롯한 모든 업종에 오랫동안 있어왔던 BM이다. 다만, 그 성향이 더욱 짙어져 패턴화됐다. 한국 사회는 전체주의적 성향에서 조금씩 벗어나 다양성을 추구하는 방향으로 변화해가고 있다. 당연하게도 ‘취향존중’은 이제 괜찮은 사업 키워드가 됐고, 이를 통해 소위 성공한 사례도 종종 들려온다.

당장 레스토랑에 더 가까운 PC방, 영화관과 협력하는 PC방, 인플루언서 방송 특화 PC방, FPS 유저에 집중하는 PC방, 미성년자 출입제한 PC방 등 특정 성향의 소비자에 집중한 PC방은 오래전부터 존재해왔다. ‘상권특화’라는 조금은 더 대중적인 특화 방식은 더 오래전부터 있어왔다. 돌아보면 이러한 특화 PC방은 분명 더 세분화되고 그 비중이 점점 커지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직접적이고 즉각적인 콘텐츠 소비와 반응, 새로운 소비층 주목해야
2020년 마케팅 트렌드로 제시된 10가지 키워드를 살펴보면 직접적이고 즉각적인 콘텐츠 소비와 그에 따른 적극적인 반응을 설명하고 있다. 업주의 취향이 아닌 개인의 취향이 존중돼야 하고 특화만으로도 사업성이 완성될 수 있다는 점도 강조되고 있다.

물론 대부분 과거에 없던 패턴이 아니라 기존의 특정 현상들이 매우 고도화되고 있다는 점이다. 완전히 새로운 트렌드보다는 방향성을 갖는 트렌드만 잘 주목해도 반걸음 빠른 행보가 가능하다는 의미기도 하다.
여기에 베이비부머 세대인 5060세대가 새로운 소비층으로 부각되고 있는 점도 눈여겨볼 부분이다. 새로운 도전과 여가 활동을 즐기면서 새로운 문화 콘텐츠를 자유롭게 향유하는, 은퇴를 전후한 신중년 소비자가 소비 시장의 한 축으로 성장하면서 1인 가구에 이어 정체된 소비 시장에 활력을 넣어줄 것으로 기대되는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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