月刊 아이러브PC방 1월호(통권 350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지난해 게임업계 동향을 돌이켜보면 조용하면서도 꽤나 활발했다. PC방 업계와 밀접한 관련이 있는 PC온라인게임 부분이 시종일관 차분한 분위기를 유지했기 때문에 조용했다는 평가가 가능하다. 그러나 게임업계 전체를 놓고 보면 다사다난했다고 평가할 수도 있는 입체적인 한해였다.

한편, 온라인게임 부문이 단순히 미동도 없이 침묵했던 것도 아니다. 역동적인 새해를 기대할 만한 맹아가 싹텄던 한해라고도 할 수 있다. 침체된 PC방 업계 분위기에 활력을 더해줄 움직임도 제법 있었다.

온라인게임 꿈틀, PC방에 아직 희망은 있다
‘모바일게임의 등쌀에 밀려 온라인게임이 고사하고, 온라인게임이 주력인 PC방이 말라 죽는 일은 시간문제’라는 논리 전개는 PC방 업주들 사이에 거의 진실처럼 받아들여지는 중이다.

한국콘텐츠진흥원이 발표한 ‘2019 게임이용자 실태조사’에서 모바일게임은 이용률 88.4%에서 90%로 소폭 올랐다. 반면에 온라인게임은 59.6%에서 64.1%로 가파른 증가세를 보였다. 통계는 온라인게임이 속수무책으로 죽어가는 중이 아님을 말해준다. 적어도 PC방이 말라 죽는 시점은 아주 먼 훗날이 될 전망이다.

실제로 2018년과 비교해 2019년은 신작 온라인게임들의 선전이 돋보였다. 스마일게이트의 MMORPG <로스트아크>는 1년 내내 인기 순위 TOP10 안에 머물렀다. <도타 오토체스>와 <에이펙스 레전드>는 상반기를 수놓은 반짝 스타였다. 카카오게임즈의 <패스오브엑자일>은 지구력까지 갖춘 신작의 등장을 알렸다.

하반기에는 블리자드의 <와우 클래식>와 <콜오브듀티: 모던 워페어>, 유비소프트의 <레인보우식스 시즈>가 국내 서비스에 돌입했다. 이들 작품은 괄목할 성과를 거두진 못했지만 신작 기근에 시달리던 PC방에 청량제 역할을 했다.

한국콘텐츠진흥원이 발간한 ‘2019 대한민국 게임백서’에서도 동일한 흐름을 감지할 수 있다. 2018년에도 모바일게임 시장 규모가 PC게임 시장 규모를 추월했지만 매출의 성장률을 보면 PC게임과 모바일게임은 각각 10.6%와 7.2%를 기록했다. 점유율에서는 모바일게임이 0.7%p 감소한 반면에 PC게임은 오히려 0.5%p 증가했다.

PC게임의 상승세는 PC방 매출 상승을 불러왔다. PC방 부문의 매출액은 1조 8,283억으로 12.8%의 점유율을 나타냈다. 이는 전년대비 3.9% 증가한 결과다. PC게임이 모바일게임의 등쌀에 죽어나가지 않을 것 같은 이유다.

함정과 악재도 곳곳에 있었다
통계 결과만 놓고 보면 무난해 보이지만 실상을 들여다보면 위기도 많았다. 온라인게임의 큰형이라 할 넥슨이 매각사태로 홍역을 치렀고, WHO 총회에서 게임이용장애가 하나의 질병으로 등재되기도 했다.

넥슨 매각은 국회에서 토론회가 열릴 정도로 큰 사안이었다. 국내 게임업계에서 넥슨이 차지하는 위상은 실로 거대한 것이기 때문이다. 특히 PC방 업계는 얼마 남지 않은 온라인게임 개발 및 유통 부분 거대 게임사라는 점에서 이목을 집중했다.

현재 넥슨은 비인기 게임의 서비스를 종료하고, 수년간 개발한 프로젝트 일부도 중단하는 등 강도 높은 체질개선에 들어간 상태다. PC방 업주들에게 기대를 모았던 신작 <어센던트 원>, <드래곤 하운드>, <페리아 연대기> 등이 좌초됐고, 넥슨의 개발 DNA를 책임지던 소규모 스튜디오들이 상당수 폐쇄됐다.

그러나 넥슨이 이대로 PC방을 떠나는 것은 아니다. ‘카트라이더’와 ‘던전앤파이터’를 활용한 <카트라이더: 드리프트>와 <프로젝트 BBQ> 등을 준비하고 있다. 신작 개발 자체를 중단하는 것이 아니라 흥행 가능성을 극대화하려는 심산이다.

한편, 세계보건기구(WHO)의 게임질병코드 도입도 커다란 파장을 불러일으켰다. 이를 저지하기 위해 ‘게임장애 질병화에 반대하는 공동대책위원회’가 출범했고, 놀라운(?) 토론 품격을 보여준 ‘100분 토론’도 방송됐고, 다채로운 토론회와 세미나가 열리며 우리사회가 바라보는 게임을 다시 확인하는 한해였다.

올해는 각계 대표 민간위원과 정부위원으로 구성된 ‘게임이용 장애 질병코드 국내도입 문제 관련 민관협의체’가 2년에 걸쳐 3가지 부분에서 연구를 실행, 이 연구를 토대로 게임중독 질병코드 검토가 이뤄질 예정이다. PC방은 게임과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는 만큼 PC방 업계도 막대한 영향을 받을 전망이다.

2020년, 역대급 신작 홍수 온다?
올해는 온라인게임 기대작들의 출시가 대거 예정되어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희망을 가질만하다. 주목할 게임사는 블리자드와 펄어비스로, 두 게임사는 각각 4종의 신작 타이틀을 공개하고 나섰다.

우선 블리자드가 준비하고 있는 신작은 <디아블로4>, <오버워치2>, <와우: 어둠땅>, <워크래프트3: 리포지드>다. <디아블로4>는 음울한 스토리 라인, 본능적인 전투, 섬뜩하고 다채로운 괴물, 소유욕을 자극하는 전설 전리품 등을 선보인다. 또한 시리즈 역사상 최초로 성역은 매끄럽게 서로 이어져 있는 오픈월드로 구현된다. <오버워치2>는 지구를 위협하는 세력에 맞서기 위해 세계 각지에서 온 영웅의 역할을 맡아 팀을 구성해 함께 싸우는 ‘협동임무’가 핵심으로 소개됐다.

<와우: 어둠땅>은 실바나스가 아제로스와 어둠땅을 연결하면서 초래한 사태를 해결하는 스토리다. 플레이어들은 전설 속 어둠땅에서 실바나스의 계략을 밝혀내고, 어둠땅 내 각기 다른 영역을 지배하는 성약의 단과 협력하는 이야기를 경험할 수 있다. <워크래프트3: 리포지드>는 1월 29일 출시를 확정했고, 커스텀 맵을 전폭적으로 지원하겠다고 선언했다. 전성기 시절 <워3>는 커스텀 맵을 통해 PC방 TOP10 붙박이였던 만큼 기대를 모으고 있다.

펄어비스는 지스타 2019에서 신작 <섀도우 아레나>, <도깨비>, <붉은사막>, <플랜8>을 공개했다. <섀도우 아레나>는 MMORPG <검은사막>의 ‘그림자 전장’ 콘텐츠를 스탠드 얼론 타이틀이다. 50명의 이용자가 경쟁해 최후의 1인을 가리는 근접전 형태의 액션 배틀로얄 장르며, 올해 상반기 론칭이 목표다. 연내 베타테스트 예정인 <도깨비>는 사람들의 꿈에서 힘을 얻고 성장하는 도깨비를 찾아 모험을 떠나는 수집형 오픈월드 MMO 게임이며, 높은 자유도를 중심으로 개성 있고 아기자기한 그래픽이 특징이다.

<붉은사막>은 용병들이 생존을 위해 싸우는 이야기를 사실적인 캐릭터와 컷신으로 그린 펄어비스의 차기 플래그쉽 MMORPG이다. 싱글 플레이 미션과 인게임 커뮤니티를 기반으로 한 멀티 콘텐츠가 공존하는 것이 특징이다. <플랜8>은 사실적인 그래픽의 표현과 스타일리쉬한 액션이 돋보이는 엑소수트 슈터게임으로, MMO 요소까지 더한 독창적인 장르를 표방하고 있다.

모바일게임의 PC방 데뷔 본격화?
한편, 올해 PC방 게임 전망에서 가장 흥미로운 주제는 모바일게임이다. 지난해 말 엔씨소프트의 <리니지2M>와 넥슨의 <V4>가 PC 버전을 내놓았고, 여기에 미호요의 <붕괴3rd>까지 PC버전 대열에 합류했다.

<리니지2M>은 엔씨소프트의 자체 게이밍 플랫폼 ‘퍼플’을 통한 PC 플레이를 출시와 동시에 지원했다. ‘퍼플’은 모바일게임을 PC에서 구동하게 해주는 크로스플레이를 비롯해 고품질 그래픽과 커뮤니티 시스템, 보안 서비스 등을 제공한다. 심지어 PC방 프리미엄 서비스 가능성도 내비친 바 있다.

<V4>의 상황도 크게 다르지 않다. 넥슨은 지난 12월 12일 <V4>의 대규모 콘텐츠 업데이트에 맞춰 PC 버전 서비스를 시작했다. 모바일 계정 연동으로 크로스플레이가 가능해졌고, 온라인게임처럼 클라이언트를 내려받는 방식이다. PC 버전에서는 모바일 버전과 동일하게 거래소를 이용할 수 있으며, 게임 내 재화로 아이템을 구매하는 것도 가능하다.

모바일게임의 PC방 공략이 초절 인기작을 서비스하는 국내의 거대 게임사에 국한되었다고 생각한다면 오산이다. 중국 게임사 미호요는 지난 12월 26일 모바일게임 <붕괴3rd>의 PC 버전을 출시했다. <붕괴3rd>는 글로벌 누적 2억 다운로드 이상을 기록한 타이틀로, 액션성이 강화된 전투가 특징이다. 미호요는 <붕괴3rd> PC 버전이 액션 요소를 한층 원활하게 플레이할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한다고 설명했다.

그동안 PC방 업계는 모바일게임의 PC방에서 성공 가능성에 냉담한 입장을 취해왔던 것이 사실이다. 요즘은 모바일게임이 대세라고 하는데 막상 손님들 중에는 플레이하는 경우가 극히 드물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고품질 그래픽과 하드코어 콘텐츠로 무장한 작품들이 흥행하면서 PC 플레이에 대한 수요가 크게 증가하고 있다. 지난해 말 시작된 이런 흐름이 2020년에 본격화될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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