月刊 아이러브PC방 12월호(통권 349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요즘 PC방 업계의 주요 현안을 꼽아보자면 매출, 인건비, 출혈경쟁, 야간 무인솔루션, 먹거리 등이 대표적이다. 이들은 서로서로 연관되기도 하는데, 모든 것이 매출에 기인하는 것이면서도 생존을 위한 매출 창출의 수단이기도 하다. 이 중 매출을 위한 가장 현실적이고도 건설적인 것이 바로 먹거리다. 아직도 찬반은 물론 어느 정도가 적절한지에 대한 논의와 실험은 끊이지 않고 있다. 그만큼 중요하면서도 조심스러운 부분인 것이다.

그렇다면 현재 PC방 업계 내에서 먹거리를 가장 고도로 발전시킨 사례를 찾아 어떤 유형으로 어떻게 운영하고 있는지 살펴봤다.

PC방의 발전과 함께 해온 먹거리
PC방은 태동 이래 먹거리가 꾸준히 발전해왔다. 상권 특성에 따라 차이는 있겠지만 지금 가장 먹거리 비중이 낮은 상권에 위치한 PC방의 먹거리도 22년 전 PC방 먹거리 보다는 월등히 뛰어나고 다양하다.

PC방은 시설임대업으로 그 자체가 발전하는 것이 가장 바람직하지만, 현실은 이상과 다르다. 소비자는 체류 시간 동안 PC만 이용하는 것이 아니라 다양한 것을 하고 싶어 하는데, 반드시 해결해야 하는 것 가운데 대표적인 것이 주전부리 또는 끼니를 해결하는 것이다.

결국 소비자의 생활 패턴과 소비 트렌드에 맞춰 먹거리가 발전할 수밖에 없었다. 물론 출혈경쟁으로 인해 요금은 인하되고 그 매출 공백을 먹거리 수익으로 매우는 것 또한 현실이기도 하다.

이런 흐름대로 먹거리 레시피를 정례화하고, 식자재를 정량 소분하는 노하우가 공유되는가 하면, 최근에는 아예 전문 쉐프를 고용해 먹거리 경쟁력을 높이는 사례도 나타나고 있다. 일부 PC방 프랜차이즈 직영매장이나 복수매장의 경우 매니저를 외식업 종사자 출신을 채용해 먹거리 관리를 강화하는 움직임도 늘어났다.

당장 먹거리 관련 체인사업체가 많이 생겨났고, 일부는 가맹점과 매출이 가파르게 늘어나 행복한 비명을 지르고 있으니 먹거리가 PC방의 부가수익원이자 핵심 경쟁력 중 하나로 급부상한 것만은 분명한 사실이다.

최근 경기도 안성시에 전문 쉐프를 고용하고 먹거리에 중심을 둔 레스토랑 PC방이 등장했는데, 가맹본부의 직영점이자 쇼케이스 매장인 아다나그릴 터키 레스토랑 PC방(이하 아다나그릴 PC방)이다. 이곳에서 남상혁 대표를 만나 운영 방식과 특이점들을 들어봤다.

“PC방이기도 하고 레스토랑이기도 하다”
아다나그릴 PC방 주변에 도착했을 때는 PC방 입지로서는 너무도 열악한 위치라, 번화가를 놔두고 굳이 이곳에 새로운 컨셉의 PC방을 차릴 필요가 있었을까하는 의문이 들었다. 1층이라는 이점을 빼놓고는 딱히 장점을 찾기 어려웠다. 문을 열고 들어가니 내부는 말 그대로 그냥 레스토랑이었다.

아다나그릴 PC방의 남상혁 대표는 이미 지난 2008년부터 먹거리를 강조한 PC방을 운영했던 터라 PC방에 대해 잘 알고 있다. 그래서 의문은 더 커졌다.

그는 “그때는 너무 앞서갔던 것 같다. 하지만 지난해부터 먹거리 비중이 급격하게 커지는 것을 보고 비슷한 방식으로 다시 PC방을 열었다”며 갑작스런 시도가 아닌 다년간의 경험을 바탕하고 있음을 강조했다. 또한 “그때와 지금 소비자의 트렌드가 바뀌었으니 준비한 것은 당연히 다르다”며 자신감을 내비쳤다.

사실 중심상권 대신 주거단지 외곽에 둥지를 튼 것은 ‘먹거리’에 집중했기 때문이었다. 여느 길가의 식당들처럼 이동 중이던 사람들이 자연스레 식사를 위해 들어오기도, 동네 사람이 식사를 하러 올 수 있도록 주거단지 외곽을 선택한 것이다.

일각에서는 먹거리에 집중할 것이면 그냥 식당을 하지 그러냐는 말도 나올 법하지만, 식당은 젊은 손님과 PC방 이용을 희망하는 사람을 포용할 수 없고, 반대로 시설임대업 성격만 강조하는 PC방은 식사시간 전후로는 손님이 급격하게 빠져나가는 현상을 피할 수 없다.

남상혁 대표는 “외식업도 폐업이 이어지고 있는데, 왜 어려움이 없겠냐”며 비어있는 학생 손님과 야간 영업의 어려움을 설명했다. 이는 묘하게 PC방이 더 나은 장점을 갖고 있으면서, PC방의 단점인 객단가와 제한적인 입지 선정 문제에서는 외식업이 더 나은 경쟁력을 갖고 있다.

아다나그릴 PC방의 입지 선정은 이 두 소비층을 적절히 접합시켜 고객 수와 가동률 그리고 객단가를 고루 끌어올리려는 전략이 담긴 것이었다.

“익숙한 듯 이국적인 현지식 그대로”
아다나그릴 PC방은 터키인 쉐프가 터키 음식을 선보이는 레스토랑이다. 핫도그나 냉동볶음밥 정도의 레토르트 음식이 아니라 이태원의 외국인 식당에서나 접할 수 있는 현지 요리 수준이다.

메뉴도 아다나 케밥, 시시 케밥, 램 립조라, 소· 양 미트볼 등 터키의 대표 음식이면서 한국인들의 입맛에도 잘 맞는 메뉴들로 구성돼 있다. 터키식 양고기 요리는 중국식 양고기 요리와 재료 기준이 달라 특유의 냄새가 나지 않고 익숙한 향신료 맛이 진하게 느껴진다.

무엇보다 아다나그릴의 요리 메뉴는 모두 주문을 받은 뒤 그릴에서 바로 요리를 시작하기 때문에 레토르트 식품들과는 확연히 다른 맛과 향이 강점이다. 또한, 전문 쉐프가 조리실을 운영하는 만큼 위생 문제도 확실한 경쟁력을 갖추고 있다.

주류 판매도 자유롭게
아다나그릴 PC방은 PC 이용료를 별도로 받지 않고 먹거리를 주문하면 그에 맞춰 PC를 일정 시간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도록 하는 방식을 차용하고 있다. 즉, 아다나그릴 PC방은 법률 상 일반음식점으로 구분되기 때문에 주류를 판매할 수 있다. 기존에도 주류를 판매할 수 있는 형태의 PC방이 몇 곳 창업한 바 있는데, 구획 벽과 문 그리고 별도의 사업자 등록, 무엇보다 지자체 담당 공무원을 이해시켜야 하는 등 허들이 존재했다.
`하지만 아나다그릴 PC방은 말 그대로 자유롭게 판매할 수 있고, 14종의 맥주와 10여 종의 위스키를 판매하고 있었다. 재미있는 것은 위스키는 샷 단위(잔술)로 판매해 부담 없이 즐길 수 있도록 해 야간 성인 손님들이 종종 애용한다고 귀띔했다.

실제 취재 중에 식사를 위해 방문한 젊은 손님들이 여럿 있었으며, 맥주를 들고 PC 좌석에 가서 게임을 즐기는 손님도 있었다.

야간 매출도 예상보다 높아
그런데 단순히 주류 판매로만 야간 매출을 해결할 수 있을까? 해답은 야간에도 먹거리 대부분을 그대로 주문할 수 있도록 준비해놓았다. 쉐프의 퇴근 시간 전에 배달 도시락 형태로 일정 수량을 준비해 놓고, 야간 주문은 이 도시락을 제공하는 방식이다. 심야 시간에도 알바생이 아닌 쉐프가 요리한 음식을 접할 수 있어 의외로 반응이 좋다고 한다.

남상혁 대표가 도시락 형태를 이용한 것은 단순히 야간 손님을 위한 것만이 아니라 배달 판매를 위한 것도 고려된 것이다.

“배달앱을 통해 음식을 동네에 배달하고 있는데, 매장을 방문했던 손님들이 집에서 주문하는 경우가 늘고 있다”며 쉐프를 고용한 이상 최대한 그 효과를 매출로 연결할 수 있도록 고민했다고 한다.

“창업부터 레스토랑 먹거리 시스템 도입 등 다양한 방식 준비”
남상혁 대표는 쇼케이스 매장 개념의 직영점 방문을 언제든 환영했다. 그는 자신의 매장을 직접 운영하는 것을 기본으로, 신규 창업은 물론 기존 PC방에서 터키 레스토랑 시스템만 도입하는 가맹 형태도 모두 열어두고 있다.

창업은 직영점과 동일한 운영 방식, 기존 PC방에 레스토랑 먹거리를 추가하는 형태 등 다양한 방법이 모두 가능하며, 기존 PC방의 경우에는 레스토랑 먹거리만 도입하는 방법도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그는 매출 증대라는 목표를 위해 상권에 따라, 여건에 따라 유연하게 운영할 수 있도록 돕겠다고 설명했다.

다만, 먹거리 시스템을 통해 창업 도우미 개념에서 벗어나 체인시스템을 제대로 구축하겠다는 점을 명확히 했다. 사실 기존 PC방 프랜차이즈는 체인시스템과 아이템이 없어 신규 창업이 없으면 가맹본부가 도산할 수밖에 없는 구조적 한계를 갖고 있다. 남 대표는 PC방 시장이 크게 확대되지 않을 것이라 내다보고, 체인시스템을 구축해 운영 자체만으로도 함께 생존해나가는 구조를 만들겠다는 의지를 피력했다.

이를 위해 먹거리 유통은 물론 터키인 쉐프 고용 문제까지 일괄로 지원하는 방안을 구축했다. 신규 창업이 없어도 운영이 가능한 가맹본부, 가맹 해지 순간까지 가맹본부의 도움 및 연계가 이어지는 가맹점을 PC방 업계에서 처음으로 만나볼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먹거리는 싫든 좋든 PC방과 오랫동안 깊은 관계를 맺고 있다. 그리고 최근의 영업 환경에서는 먹거리 비중과 중요도가 점점 높아지고 있다. 더욱이 정화구역 내 창업이 상대적으로 자유로운 첫 PC방 브랜드라는 점에서 그간 PC방 업계에서 접근하기 어려웠던 틈새시장이 개척될 수 있다는 점도 자못 기대된다. 그리고 커플 손님이 함께 외식을 즐기면서 잠시 PC를 함께 이용하는 그림은 기존 PC방에서는 찾아보기 어려운 구도라는 점에서 분명한 변화를 감지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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