月刊 아이러브PC방 12월호(통권 349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지스타 2019가 성황리에 막을 내렸다. 올해로 15회를 맞이한 지스타는 과거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의 양적/질적 성장을 이뤄냈다. 괄목할 만한 성과이자 눈부신 발전이다.

지스타 2019를 찾은 일반인 방문객은 전년대비 약 4% 증가한 244,309명을 기록, 역대 최대치를 또 다시 경신했다. B2B관을 찾은 유료 바이어는 전년대비 약 12.3% 늘어난 2,436명을 기록했고, 공식 부대행사들은 지스타의 주요 프로그램으로 영향력을 확대했다.

작년에 이어 전시장 내외부에는 e스포츠 프로그램이 가득했다. 오디토리움은 ‘브롤스타즈 월드 파이널’을 관람하려는 게임 팬들로 문전성시를 이뤘고, B2C 전시장에서는 참가사 부스에서 열띤 응원전이 펼쳐졌고, 야외이벤트광장에서는 부산대학 e스포츠 클럽 대항전도 진행됐다.

게임 콘텐츠를 활용한 각종 이벤트도 방문객들의 시선을 사로잡았다. 야외 광장과 차 없는 거리에서 진행된 ‘코스프레어워즈’와 ‘코스프레체험’, ‘크리에이터 토크쇼’, ‘BJ 버스킹 공연’ 등의 프로그램은 관람객들의 참여를 유도했다.

작년과 대비하여 대폭 확대된 34개 세션으로 진행된 국제 게임 컨퍼런스(G-CON)은 국내외 최고의 연사들과 함께 다채로운 주제로 이틀간 진행되었는데, 총 4,733명이 참석하며 지스타 공식 부대행사의 주역으로 우뚝 섰다.

물론 곱씹어볼 만한 부분들도 있다. 일단 지스타 2019의 메인 스폰서 슈퍼셀 자체가 논란거리다. 자율규제를 철저하게 무시하는 게임사에게 대한민국 대표 게임쇼 지스타를 맡겼다는 이유에서다. 중국 텐센트의 자회사 슈퍼셀은 한국게임정책자율기구가 매월 발표하는 자율규제 미준수 게임사 목록의 단골이다.

다음으로는 대형 신작의 부재라는 측면이다. 최근 몇 년 사이 게임사들의 관심이 온라인게임에서 모바일게임으로 넘어가면서 지스타에서 AAA급 신작을 찾기 힘들어졌다. 대작 온라인게임은 게이머들이 지스타를 방문하는 주된 이유지만 지스타에서 온라인게임은 극소수에 불과해졌다. 다행히 올해는 펄어비스가 온라인게임의 명맥을 이어갔지만 지스타의 이런 경향성은 앞으로도 불가피할 전망이다.

아울러 올해는 대형 게임사들마저 지스타에서 자취를 감췄다. 지스타의 터줏대감 넥슨은 ‘내실 다지기’를 이유로 불참을 선언했고, 2016년 이후 불참 중인 엔씨소프트는 올해도 지스타를 염두에 두지 않고 신작 출시에 집중했다. 스마일게이트와 카카오게임즈 역시 게임대상에서 수상의 영광을 거머쥐긴 했지만 지스타 참석과는 별개였다.

마지막으로는 ‘보는 게임, 보는 재미, 보는 전시회의 역설’이다. 지스타에서 신작 게임이 빠져나간 빈자리는 단발성 이벤트 대회, 인터넷 개인방송 팬미팅 등이 채우고 있다. 게임시장 자체가 ‘보는 재미’를 강조하다보니 조직위도 여기에 맞출 수밖에 없었던 결과다. 게임 행사를 주관하는 입장에서 보자면 악조건을 잘 극복하고 성공적으로 행사를 치러냈다고 풀이할 수 있다.

이처럼 지스타 2019는 해결해야 할 숙제도 많지만 어려움 속에서도 양적/질적 성장을 이어간 행사라고 결론을 낼 수 있을 것 같다. 그리고 PC방 업계에는 지스타를 바라보는 관점의 변화가 요구된다고 할 수 있겠다.

그동안 PC방 업계가 지스타를 바라보던 관점은 ‘내년 장사에 도움이 될 슈퍼루키 쇼케이스’ 정도였다. 그래서 모바일게임으로 점철된 지스타가 기존의 쇼케이스 역할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하자 볼 것 없는 게임쇼라는 비판의 목소리를 내왔던 것이다.

지스타가 시대적 흐름을 이유로 더 이상 슈퍼루키 쇼케이스 역할을 수행할 수 없다면 PC방 업계도 지스타를 바라보는 관점 자체를 수정, 막연한 기대감을 갖지 않는 것이 속편한 일일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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