月刊 아이러브PC방 11월호(통권 348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요즘 PC방 업계 종사자들을 만나보면 약속이나 한 듯 똑같은 질문을 하나 건넨다. 얼마 전 기사에 언급된 부도설의 A와 B 프랜차이즈는 어디냐는 것이다.

10억 원이 훨씬 넘는 규모의 납품 대금을 못 받아 채권단이 꾸려진 것은 맞지만, 아직 당좌거래정지 상태는 아니기 때문에 가맹영업이 사실상 중단됐다고는 해도 선뜻 업체명이나 브랜드명을 답하기 곤란하다. 더욱이 B 가맹본부의 경우 일부 영역에서 적자가 크고 부침이 있다고는 해도 다른 채널에서 아직 영업이 활발하고 직영점도 많아 언급을 할 수 없다. 물론 각 영업 채널들의 추이를 예의주시할 필요는 있지만 앞서가서는 안 된다.

최근에는 PC방 업계에서 간판스타 격인 C업체가 경영난을 겪고 있다며 부도 도미노에 직격탄을 맞은 게 아니냐는 우려의 소리가 가십거리로 등장했다. 해프닝이다.

PC방 업계 내에서는 A, B 프랜차이즈에 대한 추측이 난무하고 있고, 의심의 눈초리가 깊어지는 형세다. 말 그대로 PC방 업계가 예전만 못하고, 어려워졌다는 것이다. PC방 업계와 연을 맺고 있는 용산 업체들 또한 너나할 것 없이 힘들다는 소리를 입에 달고 산다.

그도 그럴 것이 PC방 프랜차이즈 가맹본부들이 공개한 지난해 자산 및 매출 현황을 살펴보면 2019년 설립 및 지난해 영업실적이 없는 경우를 제외한 34곳의 가맹본부 중 15곳이 영업적자였고, 12곳이 당기순이익 적자를 기록했다. 심지어 자본전액잠식 상태인 곳도 10곳에 이른다.

여기에 PC방 업계에서 가장 오래된 브랜드 중 하나는 정보공개서가 제외돼 사실상 영업중지 상태다.

모두 다 잘되면 좋겠지만 PC방 가맹본부들이 마주하고 있는 현실이 부정적인 상황인 것만은 분명하다. 카더라가 아닌 공인된 숫자가 말해주는 팩트다.

그래서 혹자는 이런 상황에 대해 PC방이 사양산업에 접어들었다는 평가와 함께, 이로 인해 PC 유통업계에도 도미노 한파가 불어 닥칠 것이라는 예측을 내놓는다.

PC방 프랜차이즈 업체들의 현황과 일련의 사태를 되돌아보면 일견 틀린 말은 아니다. 하지만 꼭 그렇지만도 않다.

문화체육관광부에 등록된 PC방은 소폭이지만 꾸준히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현재로선 정확한 이유를 알 수는 없다. 다만 <배틀그라운드> 출시 전후 PC방 수가 최저점을 찍었고 그 이후 소폭 증가세로 돌아선 것으로 보아 신작의 흥행과 그에 따른 강제 PC 사양 상향평준화가 PC방 업계의 반등 요인이 됐다는 것을 추측할 수 있다.

흥행작은 소비자를 이끌기 마련이고, PC 사양 상향평준화는 부담스러운 지출을 강요하지만 역설적으로 시설임대업인 PC방의 경쟁력이자 방문 당위성을 부여해주는 기폭제가 된 셈이다.

아이러니하게 스마트폰의 발전은 PC방 집객에 치명적일 것이라는 세간의 추측은 이미 허구로 드러난 지 오래다. 애당초 신작 부재나 시설 문제로 인해 감소세를 겪은 면이 더 컸다. 스마트폰의 보급으로 인해 가정용 PC의 평균 사양은 낮아지고, 업그레이드 주기는 길어졌다. 이는 고사양 게임인 <배틀그라운드>를 즐기기 위해, 또 파티플레이를 즐기기 위해 고사양 PC를 갖춘 PC방을 다시 찾는 현상을 만들었다. 스마트폰의 보급과 모바일게임 시장의 성장은 PC방 업계가 잠시 잊고 있던 정체성을 다시 일깨워주는 역할을 한 것이다.

기억을 끄집어내보자면, 과거 국민 PC와 인터넷전용선 보급 사업이 활발하던 당시 매번 해당 사업이 PC방 업종의 종말을 이끌 것이라는 예언이 나왔지만 PC방 업계는 지금도 상당한 규모의 PC를 보유하고 있고 오히려 그때보다 더 발전해 있다.

그렇다고 PC방 업계가 잘 굴러가고 있다는 것은 아니다. 대형화에 따른 PC 가동률 하락 등 허수를 감안하더라도 가동률은 분명히 떨어지고 있고, 인건비 증가와 PC 사양 상향평준화 등으로 수익률이 낮아진 것 역시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기 때문이다.

지난 20년을 돌아보면 PC방 업계는 단락 단락을 나눌 수 있을 만큼 선명하게 변화를 겪어왔다. 바코드, 선불결제기, 노하드솔루션, 흡연구역 구획, 전면금연화, 먹거리 발전 등….

그리고 변화기 직전에는 언제나 곡절이 있었다. 지금도 가파른 인건비 상승, 흡연실 폐쇄, 스토리텔링, 인플루언서, 게임·영상 콘텐츠 소비 변화 등 여러 환경 요인에 직면해 있는 터라 이를 얼마나 PC방 업계에 맞게 포용하느냐가 관건이다.

획득 형질은 유전되지 않는다. 하지만 생물은 너무 급격하지만 않다면 변화에 순응하고 적응하기 마련이다. 변화되는 환경을 부정하고 거부하기보다는 그에 어떻게 적응해나갈지를 고민해야 한다. 지금이 바로 그럴 때이고 그래야만 하는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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