月刊 아이러브PC방 10월호(통권 347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이번 가을은 PC방을 비롯해 수많은 PC방 관련 업체들이 불황에 시름하고 있는 가운데 유독 중고업자들만 옅은 미소를 보이고 있다. PC방 폐업과 철거를 전문으로 하는 한 업체는 최근 크게 늘어난 폐업 문의로 직원을 3명 더 고용하고도 바쁘게 움직여야 하는 상황이라고 한다.

PC방 업주들 사이에서 이번 가을 폐업하는 매장이 넘쳐날 것이라는 말을 많이 들었고, 해마다 이맘때면 귀가 따갑게 듣던 얘기라 그러려니 했는데 전과는 분위기가 조금 다르다. 지난 8~9월 사이 PC방 접는다고 연락해온 PC방 사장님들이 열 손가락으로 다 꼽지 못할 정도로, 이런 추세라면 전국 PC방 매장 수가 9,000개 이하로 내려가는 것도 시간문제인 듯하다.

그렇다고 PC방 산업 자체가 축소되는 것 같지도 않다. 매장 숫자는 예전에 비해 크게 줄었지만 최근 몇 개월 동안은 오히려 전체 매장 수가 소폭 증가했고, 대형 PC방의 창업은 여전히 활발하다. 매장의 규모를 가늠하는 PC 보유 수는 매년 빠르게 증가하고 있는데, PC방 전문 리서치 게임트릭스에 따르면 전국 PC방의 평균 PC 보유 수가 약 90대에 이른다.

PC방에 물품을 납품하는 업체들이 하는 소리도 크게 다르지 않다. PC방에 PC와 모니터 등을 납품하고 있는 한 업체 담당자는 “개인이 오픈하는 신규 매장은 거의 사라졌지만 프랜차이즈나 규모가 조금 있는 기업 위주로 200대 이상의 대형 매장들을 오픈하고 있다. 때문에 전체 매출에서 공백이 생기거나 하진 않는다”라고 얘기한다.

PC방 업주들은 매출이 아닌 다른 곳에서 이런 분위기를 감지한다. 주변에 있던 경쟁 매장 두 곳이 버티고 버티다 문을 닫았을 때 ‘이제 좀 매출이 오르려나?’ 싶었다가도 곧 200~300대 매장이 들어오기 일쑤다.

PC 사양과 매장 규모, 요금으로 승부하면 무조건 질 수밖에 없으니 미리 손절하는 게 상책이라는 판단에서인지 지난 9월 매장을 접었다는 한 PC방 업주는 “여름에 문 닫은 경쟁 매장 업주의 모습이 지금의 내 모습”이라고 한탄했다.

이처럼 PC방 업계의 현재 상황은 피도 눈물도 없는 혹독한 정글이다. 과거에는 간혹 대박 게임이 등장해 중소형 매장에 산소호흡기를 달아주기도 했지만 최근 게임쪽 상황도 참담하기는 마찬가지다.

신작 온라인게임 소식은 끊겼고, 출시된 게임들도 장기적인 흥행에 실패하는 경우가 태반이다. 그렇다고 기존 게임들이 집객에 힘을 내주냐면 그것도 아니다. <리그오브레전드>의 점유율이 50%에 달하는 실정인데, PC 가동률 전체를 끌어올리거나 하는 수준은 아니다. 말 그대로 가동률을 간신히 지탱하고 있을 뿐이다.

또한 모바일게임의 부상으로 PC게임 인구가 줄었고, 그마저도 국산 온라인게임에서 스팀(Steam)으로 많이 넘어가는 분위기다. 스팀 게이머는 PC방을 즐겨 이용하지 않는데, 이런 게이머를 적극 포용하려는 PC방은 아직 소수에 불과한 실정이다.

여기에 치열해진 PC 사양 경쟁으로 하드웨어 구매 부담마저 가중되고 있다. 막대한 자본력을 바탕으로 규모와 설비를 전면에 내세운 초대형 PC방의 증가로 PC방 표준 시스템 사양이 필요 이상으로 높아지면서 재투자에 큰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는 것이다.

수십만 원을 호가하는 고성능 그래픽카드와 최신형 프로세서, 커스텀 수랭 쿨링 솔루션 등으로 구성된 최신 시스템과 e스포츠 수준의 프리미엄 게이밍기어로 구성된 초호화 사양을 앞세운 거대 PC방의 영향으로 게이머들의 눈높이가 나날이 높아지면서 이들의 기대치를 충족시켜야 하는 PC방의 부담은 더욱 커졌다.

이런 치열한 상황 속에서 개인 사업자가 PC방을 계속 운영하려면 업종에 대한 지독한 애정이나, 차별화된 경쟁력에 대한 비전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 이번 가을, 폐업과 재투자라는 갈림길에서 저울질 하고 있는 중소형 PC방 업주들의 속이 타들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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