月刊 아이러브PC방 11월호(통권 348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최근 게임 시장이 크로스플랫폼을 향해 급물살을 타기 시작했다. 이미 해외에서는 19년 전인 2000년에 세가의 <판타시스타온라인>이 그 가능성과 지향점을 명확히 보여줬고, 국내에서는 김태곤 현 엔드림 CTO가 2012년 넥슨에서 출시한 <삼국지를품다>가 원활한 서비스를 선보인 바 있다.

모바일게임이 비약적으로 발전하면서 크로스플랫폼의 가능성과 니즈가 더욱 커지고 있는데, 이러한 흐름은 라이엇게임즈, 엔씨소프트, 펍지 등 영향력이 큰 게임사들이 경쟁적으로 시도하면서 더 이상 미래가 아닌 현재와 맞닥뜨렸다. 게임 특히 온라인게임에 과도하리만치 의존하고 있는, 그리고 앱플레이어 이용 비중이 주요 온라인게임과 엇비슷해진 PC방은 크로스플랫폼의 영향에 직간접적으로 흔들릴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소비자의 패턴 변화 그리고 미들웨어의 발전
소비자 시장은 소비자의 소비 패턴에 민감하게 반응한다. 어느 한 플랫폼에만 얽매이는 시대는 종언을 고한지 오래다. 모바일게임 유저가 온라인게임 소식에 민감하게 귀를 기울이고, 신작이 론칭하면 플랫폼과 무관하게 집객이 이뤄지는 모습은 소비자가 추구하는 중요 가치는 ‘플랫폼’이 아닌 게임 즉 ‘재미’ 그 자체라는 사실이 수년간 꾸준히 증명되고 있다.

700억 원을 투입하고도 무너진 게임이 있는가 하면, 몇 명의 개발자가 단기간에 만들어낸 IP 활용 카드게임이 글로벌 히트작이 된 경우 등 게임의 성공 기준이 투자 규모나 플랫폼이 아니라는 사실을 증명해주는 사례는 차고 넘친다.

오히려 게임사가 고려하는 것은 플랫폼 보다 잠재적 유저풀의 감소다. 식상함이나 운영 불만으로 실사용자(AU)가 소위 ‘게임을 접는’ 상황에 대해, 경쟁작이 많아져 잠재고객이 줄어드는 부분에 대해, 애당초 집객할 유저풀이 적은 상황에 대해 더 많은 고민과 대비를 한다. 단적으로 휴면 유저 복귀 프로모션이 꾸준히 마련되는 이유다.

게임사가 게이머들의 소비 패턴에 반응해 다양한 대응을 시도하고 있다. 일부는 소리 소문 없이 사라지기도 하지만, 또 일부는 유의미한 족적을 남기기도 했다. 물론 미래 비전으로 한창 시도되고 있는 것들도 있다.

이런 이유에서 최근 게임사들이 주목하는 부분은 플랫폼에 얽매이지 않는 서비스 환경이다. 간단하게는 모바일게임을 PC에서 즐길 수 있게 해주는 앱플레이어도 이러한 범주에 포함되는 것이며, 좀 더 전문적으로는 크로스플랫폼까지 다양하다.

물론 그간 이러한 채널은 생각보다 빠르게 진행되지 못했던 것도 사실이다. 당장 앱플레이어가 등장한지 몇 년 되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초기에는 안정성과 호환성 등으로 인해 그리 널리 이용되지도 못했다. 크로스플랫폼 역시 해당 게임이 처음 등장한 것은 벌써 19년 전의 일이지만 아직까지 보안이나 밸런스 문제 그리고 투입해야 할 개발 비용 문제로 차일피일 미뤄져 왔다. 그도 그럴 것이 불과 5년 전까지만 해도 온라인게임이 제법 잘 나가던 시기였기에 신작이 아닌 새로운 시스템에 대한 R&D 필요성이 크지 않았던 데 기인한다.

하지만 5년 전부터 모바일게임 시장이 급속도로 성장하면서 모든 것이 바뀌었다. 당장 모바일 디바이스의 물리적 한계와 이용환경의 특수성을 고려해 자동사냥이 주요 시스템의 축으로 도입되고, 온라인게임 마냥 과도한 사냥과 채집을 요구하는 게임은 여지없이 앱플레이어를 통한 자동사냥이 확산됐다.

결과적으로 ‘모바일게임 ≒ 자동사냥’ 공식이 성립되고, 앱플레이어는 필수 보완제가 됐다. 과정도 그러하지만 결과를 본다면 PC와 모바일의 연동에 필연성이 부여되고, 또 실제 공존의 토대가 됐다. 물론 앱플레이어는 모바일게임을 PC에서 즐길 수는 있지만 그 반대는 지원되지 않아 본격적인 크로스플랫폼 개념에는 미치지 못한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이러한 게임 유저들의 게임에 대한 시선과 니즈를 게임사나 관련 업계에서 놓칠 리 없다. 바로 미들웨어가 고도로 발전해 이러한 흐름에 촉매제 역할을 톡톡히 하게 된다.

가장 발 빠르게 대응한 것이 언리얼 엔진 4다. PC, 모바일, 플레이스테이션4, Xbox One, 닌텐도 스위치 등 주요 플랫폼에 대해 원클릭으로 포팅 및 호환되도록 하는 기능이 엔진에 기본 탑재된 것이다.

<철권7>이 비록 소니와 마이크로소프트 간의 자존심 대립으로 개인정보 암호화 연동을 포기해 멀티플랫폼에 가깝게 서비스됐지만, 기본적으로 플랫폼에 상관없이 함께 대전할 수 있도록 설계·개발돼 화제를 모은 바 있다. 또 <포트나이트>가 이 기능의 완성도를 직접 확인시켜주는 샘플이 됐고, 언리얼서밋을 통해 주목을 받기도 했다.

신작 게임들, 유저풀 대상 넓히기에 안간힘
최근 출시를 예고한 대작 게임들 중 상당수는 플랫폼에 구애받지 않거나 적어도 상호 연동을 개발 초기부터 바탕에 깔고 시작했다.

라이엇게임즈가 PC방 점유율 과반을 넘어선 절대 강자 <리그오브레전드>의 10주년 기념 타이틀 중 하나로 소개한 <레전드오브룬테라>는 모바일디바이스와 PC에서 동일한 서버에 접속해 함께 게임을 즐길 수 있는 크로스플랫폼으로 개발됐다.

기존의 인기 IP를 활용한 TCG 게임이라는 점에서 유사 게임이라 할 수 있는 블리자드의 <하스스톤> 역시 지난 2014년 출시 당시 모바일디바이스와 PC를 동시에 지원하는 크로스플랫폼 게임이었다.

<레전드오브룬테라>는 게임의 장르적 특성상 <하스스톤>처럼 PC방에서는 그리 큰 존재감을 드러내지는 못할 가능성이 크다. 다만 유저들의 플레이타임 및 브랜드 내 체류를 확대하는 역할은 톡톡히 할 것으로 보인다.

<리니지2M>은 론칭 쇼케이스 당시부터 앱플레이어 ‘퍼플’을 함께 선보이며, 퍼플은 모바일 디바이스와 PC 간 양방향성 소통 기능을 제공한다고 밝혔다. 장기적으로 퍼플을 게이밍 플랫폼으로 만들어간다는 취지로, <리니지2M> 론칭에 앞서 먼저 공개된 퍼플은 기본적으로 길드 채팅 및 음성 채팅을 지원하고 있고, 라이브 스트리밍을 지원해 사실상 준 크로스플랫폼의 성격을 갖춘 앱플레이어로 발전된 형태다.

엔씨소프트 측은 콘텐츠 스트리밍을 비롯해 크로스플랫폼 지원 가능성도 열어놓고 있어 장기적으로는 자사 콘텐츠에 대한 크로스플랫폼을 지원할 것으로 기대된다. 더욱이 <리니지2M>은 모바일게임으로는 최초이자 최고의 4K 해상도를 지원해 앱플레이어에 대한 의존도가 현존 최고 수준이다. 사실상 모바일게임 신작을 앱플레이어로 즐긴다는 표현보다는 ‘리니지2 리마스터’를 모바일 디바이스로도 접속·컨트롤할 수 있게 됐다는 표현이 더 적합한 수준이다.

펍지는 <배틀그라운드> 콘솔 버전을 출시하면서 ‘크로스플랫폼 플레이’ 라이브 서버 도입을 공개했다. 이는 상징하는 바가 크다. 과거 <철권7>이 출시 플랫폼 전체에 대한 크로스플랫폼 준비가 됐음에도 불구하고 플랫폼홀더인 MS와 소니가 개인정보 처리 정책 차이를 이유로 거부해 불발된 바 있기 때문이다. 즉 <배틀그라운드>가 첫 단추를 끼워준 덕에 향후 출시된 게임들은 별 어려움 없이 크로스플랫폼 서비스가 가능해진 것이고, 기존 게임들 가운데 언리얼 엔진 4로 개발됐던 게임들은 상대적으로 손쉽게 크로스플랫폼을 구축할 수 있게 됐다는 의미다.

세븐나이츠 개발자가 뭉쳐 세운 신생 개발사 엔픽셀이 2020년 출시를 목표로 개발 중인 <그랑사가> 역시 모바일과 PC를 포함한 멀티 플랫폼을 염두하고 있다. 엔픽셀 측은 특정 기기나 플랫폼에 제한받지 않는 자유도 높은 게임성을 구현할 것이라고 예고해 플랫폼의 장벽을 본격적으로 넘어서는 게임 트렌드를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스팀도 가세한 크로스플랫폼 시대, 가능한 것부터 차근차근 시도
이러한 유저들의 변화와 요구에 대해 플랫폼홀더로서의 스팀도 적극적으로 대응에 나서고 있어 눈길을 끈다. 스팀은 최근 리모트 플레이 투게더 베타 버전을 공개했다. 리모트 플레이 투게더는 스팀의 게임을 별도의 프로그램을 쓰지 않고도 로컬 협동 플레이를 할 수 있는 기능이다.
스팀이 지원하는 윈도우, 리눅스, OSX 모두에서 이용할 수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사실상 다양한 OS에 대한 호환성과 원격 접속을 지원하게 변화된다. 결과적으로 크로스플랫폼과 같은 지향점을 가리키고 있다는 것이다.

게임사마다 과정과 해법은 조금씩 차이가 있을지언정 플랫폼에 구애받지 않고 보다 많은 유저에게 개방된 접근성과 언제 어디서나 게임을 즐길 수 있도록 시간 점유 이론에 충실하다는 점에서는 그 지향점이 크로스플랫폼 개념과 오롯이 겹친다.

온라인게임을 방문 손님에게 서비스하는 입장이 아닌, 소비자가 찾는 콘텐츠를 보유·제공하는 입장으로 PC방의 역할을 고민해야 하는 까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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