月刊 아이러브PC방 11월호(통권 348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PC방의 대표적인 이칭 중 하나가 ‘게임방’이다. PC방을 이용하는 손님 대다수가 온라인게임을 즐기다보니 일리가 있는 명칭이다. 그러나 PC는 게임기가 아니고, PC방 업계는 하위용어인 게임방보다 상위용어인 PC방이라는 명칭을 선호한다.

하지만 PC방 업계의 이런 취향과 정체성과는 별개로 현실은 ‘게임방’이 더 어울릴지도 모른다. 흥행 신작이 없으면 가동률이 추락하고, 특정 게임이 가동률 절반을 차치하는 콘텐츠 의존도만 놓고 보면 PC방은 ‘겜생겜사’ 그 자체다. 업종의 생사고락을 PC가 아닌 게임과 함께하는 모습에서 어쩌면 PC방보다는 게임방이라는 단어가 적절하게 느껴지기도 한다.

온라인게임이 부진하다고 해서 PC방까지 부진할 필요는 없다. PC방은 게임방이 아닌 PC방이기 때문이다. PC방의 자산인 PC를 활용해 새로운 콘텐츠를 창출하고, PC방을 이용하지 않는 사람들을 고객으로 끌어들일 방안을 고심해야 한다.

업계를 선도하는 PC방 업주들이 최근 주목하는 분야가 영상이다. PC방이 확보하고 있는 대형 모니터와 고사양 PC 그리고 초고속 인터넷전용선 등의 자원을 십분 활용하면서도, 먹거리까지 판매할 환경이 갖춰져 있다.

과거 손님들은 ‘스타크래프트 한판 하려고’, 현재 손님들은 ‘뭐 좀 먹으면서 LOL 하려고’, 그리고 미래 손님들은 ‘유튜브 좀 큰 화면에서 보려고’ PC방에 올 것이라는 판단에서다. 이런 업주들 중에서는 “가까운 미래에는 PC방이 게임은 포기할 수 있어도 영상 콘텐츠는 포기할 수 없을 것”이라고 전망하는 경우도 있다.

‘몰아보기’의 핵심은 ‘버퍼링’
지난달 라임라이트 네트웍스가 발표한 ‘2019 온라인 비디오 사용 현황’ 연례 조사 보고서에 의하면 세계적으로 스트리밍 영상 시청은 주당 6시간 48분으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또한 온라인으로 몰아보기(방송 프로그램이나 드라마·영화 등을 한꺼번에 몰아 보는 형태) 비율이 전체의 82%인 것으로 나타났으며, 몰아보기는 한 번에 평균 2시간 40분으로 지난해보다 18% 증가했다.

또한 소비자들은 더 많은 온라인 비디오 서비스를 시청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소비자의 70%가 최소 하나의 스트리밍 서비스를 구독하는 것으로 나타나 지난해 대비 11% 증가했다. 온라인 시청률이 높아짐에 따라 시청 품질에 대한 기대도 높아졌다. 시청자 중 27%는 리버퍼링 한번, 나머지 40%는 버퍼링 2번에 시청을 포기할 정도였다. 고객들은 가장 큰 불만 사항으로 버퍼링을 꼽았으며, 나머지는 해상도 문제를 지적했다. 쾌적한 온라인 환경과 고품질 해상도가 고객의 만족도를 결정하는 척도인 셈이다.

이런 경향은 한국에서도 동일하게 나타났다. 한국 소비자들의 몰아보기 시청 시간은 지난해보다 17% 증가한 주당 2시간 13분으로 나타났다. 또한 한국은 스킵 가능 광고에 대해서는 수락하겠다는 비율이 높아 관대한 태도를 보였지만 리버퍼링(36%)과 저화질(27%)에 대해서는 큰 불만을 드러냈다. 아울러 리버퍼링 1.9회에서 시청을 포기해 세계 평균을 밑돌았다.

PC방 업주가 시험적으로 공략할 만한 고객은 몰아보기 손님이며, 버퍼링이 없는 온라인 스트리밍 환경과 고해상도 디스플레이가 우선적으로 갖춰야 할 환경이라는 결론이다.

PC의 경쟁자는 TV 아닌 스마트폰
기성 매체인 TV 방송 시청이 감소하긴 했으나 여전히 온라인 영상보다는 인기가 높았다. TV 시청은 지난해보다 50% 감소했지만 매주 7시간 이상 TV를 시청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소비자들이 케이블 또는 위성방송 구독(42%)과 스트리밍 서비스(52%)를 취소하는 가장 큰 이유는 ‘가격 상승’ 때문인 것으로 나타났다.

온라인 영상 시청 시 선호하는 장치로 스마트폰이 PC를 앞섰다. 대형 화면을 통한 스트리밍과 관련하여 소비자들은 다른 전용 스트리밍 장치보다 스마트 TV(31%)를 선호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아울러 소비자들은 온라인 영상 시청 시에 스킵 가능한 광고(59%)와 무료 비디오 전에 나오는 짧은 광고(57%)는 수용할 수 있다고 답변했다.

한국에서 가장 인기 있는 온라인 영상 시청 장치는 스마트폰으로 조사됐으며, PC가 그 뒤를 이었다. 2018년에도 스마트폰이 가장 인기 있는 장치로 꼽혔고, 다른 국가에서도 비슷한 패턴을 따르고 있다.

때문에 영상 시청에 집중해 차별화를 시도하려는 매장은 스마트폰의 휴대성이 따라올 수 없는 대형 모니터 등으로 승부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한국 시청자들의 특징은?
한국인들의 온라인 영상 시청 시간은 주당 평균 6시간 23분을 기록, 지난해보다 소폭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TV 방송 시청 시간은 1시간 이상 감소해 두 플랫폼의 명암이 엇갈리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그러나 소비자가 가장 많이 시청하는 콘텐츠는 여전히 ‘TV 프로그램’인 것으로 조사됐으며, 뉴스, 영화가 그 다음이었다. 이는 미국, 인도의 결과와 유사하며 그 외의 국가들은 영화를 가장 선호했다.

다른 대부분의 국가와 마찬가지로 한국 소비자 대다수(69%)는 방송과 동일하게 지연현상이 없다면 스포츠 경기를 온라인 스트리밍으로 더 많이 시청할 것이라고 답변했다. 이는 다른 모든 국가 소비자들의 평균 수치인 58%보다 높아 한국 소비자들은 지연현상에 보다 민감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 소비자들은 평균 1개(1.08) 이상의 온라인 스트리밍 서비스(넷플릭스, 아마존 프라임 등)를 구독하고 있으며, 이는 전 세계 평균인 1.2개 서비스보다 낮은 수치이다. 어떠한 서비스도 구독하지 않는 소비자는 34%로, 전 세계 평균인 41%보다 낮았다.

따라서 PC방이 기존 온라인게임 서비스와 마찬가지로 다채로운 온라인 스트리밍 서비스를 고객들에게 선보일 수 있다면 구독을 쉽게 허락하지 않는 한국 소비자들의 입맛과 시너지를 발휘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PC방에서 영상 콘텐츠 도입 가능성
디지털 콘텐츠 전송 네트워크 업계 전문가들은 “한국에서 다양한 인터넷 디바이스를 통해 온라인 영상이 시청되고 있으며, 시청자들은 영상을 어디서, 어떻게 보든 관계없이 동일한 성능을 기대한다. 그러나 인터넷 인프라에 따라 스마트폰은 리버퍼링을 일으키는 레이턴시(지연시간)와 대역폭에 변화가 생긴다”라고 진단했다. 다시 말해 안정적인 인터넷 회선을 자랑하는 PC방은 영상 콘텐츠를 즐기기에 경쟁력이 있다는 의미다.

아울러 라이브 스트림 영상의 주요 분야인 스포츠, 게임, e스포츠는 PC방과의 연관성도 매우 높다. 라임라이트 네트웍스 김광식 아태지역 총괄 부사장은 “한국의 온라인 영상 시장 규모는 앞으로 계속 성정할 전망이다”라고 말했고, 마이클 밀리간 선임 디렉터는 “소비자들은 새로운 스트리밍 플랫폼을 빠르게 수용하고 있다”라고 덧붙였다.

한편, 영상 시장 규모와 가능성이 폭발적으로 성장하고 있는 것은 주지의 사실이지만 극복해야 할 현실적인 난관도 산적해 있다. PC방 업주가 온라인게임을 손님들에게 서비스할 때 시야에 두고 있는 주요 게임사들이 있듯이 영상 플랫폼도 마찬가지다. 유튜브와 아프리카TV 그리고 트위치 외에도 넷플릭스, 왓챠, 아마존 프라임, 웨이브 등 게임사보다 더 많을 지경이지만 PC방 업주를 대상으로 하는 라이선스는 전무한 상황이다.

최근 5년 사이 PC방 업계에서는 크게 두 종류의 성패를 경험했다. 실패부터 집어보자면 유의미한 집객력을 가진 온라인게임이 계속 감소했고, 게임 시장을 선도하고 있는 모바일게임은 앱플레이어를 도입했음에도 아직까지 PC 가동률에 이렇다 할 영향을 주지 못하는 상황이다.

성공은 휴게음식점으로서 PC방의 면모가 강화됐다는 것이다. 먹방의 최고 인기 장소였고, 이런 트렌드에 맞춰서 PC방 업주들도 먹거리 부분을 크게 발전시켰다. 다만 이런 유행이 단발성으로 그치지 않고 자리 잡으려면 온라인게임 외에도 지속적인 콘텐츠를 마련할 필요가 있다.

현재 PC방 업계는 전면금연화의 영향으로 초토화된 PC방 RPG 점유율과 멸종해버린 흡연 고객의 공백을 먹거리를 통해 극복하는 중이다. 신규 콘텐츠를 발굴해야 한다는 시대적 요구에 응답하지 못하고 모바일게임을 외면했던 실책을 온라인 영상에서는 똑같이 되풀이하지 말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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