月刊 아이러브PC방 11월호(통권 348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AMD는 지난 7월 7일 최신 7nm 기반의 신제품 두 가지를 공개하며 PC 시장에 큰 파장을 불러일으켰다. 하나는 강력한 게임 성능으로 경쟁사 인텔을 바짝 긴장하게 만든 3세대 라이젠 프로세서이고, 또 다른 하나는 새로운 RDNA 아키텍처를 통해 게임 성능을 대폭 보강한 라데온 그래픽카드다.

세대를 거듭할수록 경쟁사와의 성능 간극을 좁히는데 성공한 라이젠 프로세서와는 달리, 철옹성 같은 엔비디아의 위세에 밀려 오랜 시간 암흑기를 보내야만 했던 라데온 그래픽카드는 기존 GCN 아키텍처 대신 새로운 RDNA 아키텍처 기반의 나비(Navi) GPU를 개발, 대폭 향상된 게임 성능을 무기로 하이엔드 게이밍 시장에 도전장을 던졌다.

게임에 최적화된 RDNA 아키텍처
AMD가 새롭게 선보이는 RDNA(Radeon DNA) 아키텍처는 지난 2011년 HD7000 시리즈와 함께 처음 등장한 기존 GCN(Graphic Core Next) 아키텍처를 완전히 대체하는 AMD의 차세대 GPU 아키텍처다. 연산 성능을 위주로 개발된 GCN과 달리 게임 성능에 초점을 맞춘 것이 특징이며, 그 결과 기존 대비 클럭당 연산 성능(Performance per Clock)이 1.25배 증가했고, 줄어든 소비 전력 덕분에 전성비(Performance per Watt)는 1.5배 향상됐다.

RDNA의 핵심은 달라진 컴퓨트 유닛(CU)이다. GCN의 컴퓨트 유닛은 4개의 SIMD16에 1개의 공유 벡터/스칼라 유닛이 붙는 구조였지만, RDNA에서는 2개의 SIMD32에 각각 벡터/스칼라 유닛을 달았다. 그 결과 기존 GCN에서 4단계를 거쳐야 했던 작업이 RDNA에서는 1단계로 축소됐고 2개의 스칼라 유닛을 이용한 병렬 처리도 가능해졌다.

아울러 처리 데이터 단위인 Wave64를 4개의 SIMD(16 way)에 분할해 할당하는 방식에서, 2개의 SIMD(32 way)에 Wave32를 할당하는 방식으로 바꿨고, 최종적으로는 2개의 CU를 하나의 워크그룹 프로세서로 묶는 듀얼 CU 구조를 채택함으로써 다양한 작업에 효율적이고 유연하게 대응하도록 했다. 또한 새로운 다층 캐시 구성으로 레이턴시 개선과 대역폭 증가, 소비전력 감소 등을 이뤘고, 새로운 DCC(Delta Color Compression)를 통해 GPU 내부 데이터 전송 효율도 개선했다.

게임 플레이 경험과 이미지 품질도 개선
새로운 RDNA 아키텍처는 성능 향상 외에 더 나은 게이밍 경험을 위한 여러 가지 기능도 지원한다. 게이머로부터 가장 큰 관심을 받았던 기능인 ‘안티랙(ANTI-LAG)’은 플레이어의 조작이 화면에 반영되기까지 걸리는 지연 시간을 최소화하는 기술로, 일명 인풋랙(Input LAG)으로 불리는 딜레이를 줄여준다.

드라이버의 API 호출 단계에서 적용되는 안티랙은 특히 PC방 인기 게임 비중이 높은 DX9와 DX11에서 동작해 PC방에서의 활용성도 높을 것으로 예상된다.
오픈 소스 이미지 품질 도구인 AMD FidelityFX는 적응성 콘트라스트 샤프닝(Contrast-Adaptive Sharpening, CAS)을 포함해 게임 이미지의 품질을 향상시켜주는 기술이다. 적은 부하로 뛰어난 품질의 그래픽 결과물을 얻을 수 있어 캡콤, 유비소프트, 유니티, 코드마스터, 레벨리온 등 유명 개발사들이 앞다퉈 활용에 나서고 있다.

아드레날린 드라이버를 통해 기본 제공되는 라데온 이미지 샤프닝(AMD Radeon Image Sharpening) 기술이 대표적인 예로, 성능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하면서도 이미지의 선명도와 품질을 향상시키는 기술로 주목받고 있다.

RDNA 기반 1세대 RX5700 시리즈
이처럼 다방면에서 향상된 RDNA 아키텍처를 품은 첫 번째 소비자용 그래픽카드 제품은 라데온 RX5700 시리즈다. 40개의 CU로 구성된 NAVI 10 GPU 풀칩에 기초한 상위 모델은 ‘RX5700 XT’로, CU를 4개 정도 줄여 성능을 낮추고 전력 효율을 향상시킨 노멀 모델은 ‘RX5700’으로 내놓았다. 별도로 한정판 느낌에 성능을 더욱 높인 50주년 기념 RX5700 XT도 있지만 사실상 일반 소비자용 제품은 크게 두 가지 라인업으로 구분할 수 있다.
RX5700 XT와 RX5700의 CU 개수의 차이는 10%에 불과하지만, 클럭 등의 차이로 두 모델 간의 전력 효율 차이는 좀 더 벌어진다. 레퍼런스 디자인을 기준으로 RX5700 XT는 225W 수준의 TDP를 지니며, RX5700은 185W 수준의 TDP를 제원으로 갖는다. 여기에 256bit GDDR6 8GB 메모리를 적용해 넉넉한 대역폭을 제공한다.

RX5700 시리즈는 동작 클럭을 기본이 되는 베이스 클럭과 최대치를 의미하는 부스트 클럭 외에 ‘게임 클럭’이라는 다소 생소한 값을 넣어 3단계로 구분하고 있다. 게임 클럭은 실제 벤치마크에 많이 활용되는 주요 게임들의 평균치로 실제 게임 구동 시의 성능을 가늠할 수 있는 지표다. RX5700 XT는 각 대역에서 RX5700보다 130~180Hz 더 향상된 클럭으로 동작한다.

새로운 나비 GPU의 실력은?
RX5700 시리즈의 성능을 알아보기 위해 ‘ASRock 라데온 RX 5700 CHALLENGER D OC D6 8GB’ 제품과 ‘ASRock 라데온 RX 5700 XT TAICHI X OC D6 8GB’ 모델을 입수해 여러 가지 벤치마크와 게임 성능을 측정해봤다.

PCIe 4.0을 지원하는 제품인 만큼 최신 AMD X570 칩셋을 활용해 테스트하는 것이 좀 더 정확한 성능을 측정할 수 있겠지만 기존 PCIe 3.0에 비해 비약적인 성능 향상을 기대하기 어려운 만큼 PC방 선호도가 높은 인텔 코어 i5-9400F 프로세서 기반의 시스템을 구성해 PC방 표준 해상도인 FHD를 기준으로 테스트를 진행했다.

PC방 정조준하는 RX5700 시리즈
RX5700 시리즈는 기존 라데온의 오명을 훌훌 털어내 버릴 수 있을 만큼 우수한 게임 성능을 제공하는 제품이다. 기존 GCN 아키텍처 기반 제품에 비해 괄목할만한 성장을 이뤘고 경쟁사 제품과도 견줄만한 상품성을 갖췄다. 시장 포지션은 RX5700 XT가 지포스 RTX2070과, RX5700은 RTX2060과 직접적으로 경쟁하는 구도지만 PC방 인기 게임에서의 성능과 전력 소모량 면에서는 지포스 시리즈가 좀 더 앞서는 분위기다. 반면 각각의 경쟁 모델 대비 가격 메리트는 라데온이 다소 우세하며, RX5700보다 RX5700 XT 쪽이 좀 더 나은 편이어서 하이엔드 구성에 좀 더 유리한 상황이다.

결론적으로 RX5700 시리즈는 일반 소비자 시장에서의 파급력을 넘어 PC방 시장까지 넘볼 만한 충분한 저력을 지닌 제품으로, 엔비디아가 자사 라인업의 혼선을 감수하면서까지 SUPER 시리즈를 긴급하게 투입한 것만 봐도 RX5700 시리즈의 게임 성능이 얼마나 위협적인지를 알 수 있는 대목이다. 특히 시간이 흐를수록 드라이버 최적화로 성능이 향상되는 성장형 그래픽카드라는 점에서 앞으로가 더욱 기대되며, 때마침 PC방 마케팅을 점차 강화해 나가고 있는 AMD코리아의 판매 전략과 맞물려 향후 PC방 시장에서 얼마나 긍정적인 시너지를 낼 수 있을지도 관심이 쏠리는 부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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