月刊 아이러브PC방 8월호(통권 345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2020년 최저임금이 결정됐다. 올해 최저임금위원회는 노사 양측이 항의 차원에서 각각 한차례씩 전원회의에 불참하는 등 산통을 겪으며 제13차 전원회의 끝에 금년대비 2.9% 인상된 8,590원으로 의결했고, 고용노동부장관이 이를 고시했다. 최저임금에 직접적인 영향을 받는 소상공인 입장에서 최저임금 결정 과정과 그 의미를 살펴봤다.

2020년 8,590원, 2.9% 인상
지난 7월 12일 새벽 최저임금위원회(위원장 박준식)가 제13차 전원회의를 열고 2020년 최저임금을 올해보다 시간당 240원 인상된 시급 8,590원으로 결정하고, 이를 고용노동부에 전달했다. 제13차 전원회의는 사용자안 8,590원(2.9% 인상)과 근로자안 8,880원(6.35% 인상)이 표결에 부쳐져 사용자안 15표, 근로자안 11표, 기권 1표로 사용자안을 채택했다.

이재갑 고용노동부 장관은 사흘 뒤인 7월 15일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해 2020년 인상률에 대한 질문에 노동계의 기대보다 낮은 수준이지만 인상금액으로 보면 과거보다 낮은 금액은 아니라고 답하고, 2020년 최저임금은 정적한 수준으로 인상됐다는 입장을 내놓았다.

이후 이재갑 장관은 7월 19일 2020년 최저임금을 고시하고, 의견수렴 절차에 들어갔다. 의견수렴은 고시일로부터 10일간으로 7월 28일 종료되고, 최종 확정안 고시만을 남겨놓고 있다.

여느 해와는 달리 이번 2020년 최저임금안은 고용계가 아닌 노동계에서 이의를 제기했다. 근로자안보다 낮은 금액이 결정됐다는 이유인데, 고용노동부는 이제까지 법적 하자가 없는 한 최저임금위원회의 결정안에 대해 재심의를 요구하지 않는다는 원칙을 고수해왔던 터라 노동계의 이의제기는 수용되지 않을 것이 확실시 되고 있다.

2.9% 그나마 다행? 3년 사이 32.77% 인상
2020년 최저임금은 시급 8,590원으로 금년 대비 2.9% 인상된다. 인상률 수치만 보자면 2011~2013년 당시와 엇비슷한 수준이라 다소 인상 속도가 더뎌진 듯하지만, 최저임금이 가파르게 급등하기 시작한 2018년 이전, 즉 2017년을 기준으로 놓고 보자면 얘기가 달라진다.

2017년 최저임금은 6,470원이었기 때문에 2020년 8,590원은 3년 사이에 32.77%나 인상된 것이다. 3년 사이 30% 이상 인상된 것은 최저임금 도입 초창기를 제외하고 2003년 이후 처음이다.

비록 2020년 최저임금의 인상폭은 낮은 편이지만 최근 2년 사이 가파르게 급등한 만큼 소상공인들의 부담이 줄어드는 것은 아니다.

더욱이 2020년 최저임금 결정액은 시급 8,590원이지만, 고용노동부가 강제하고 있는 주휴수당을 포함하면 사실상 시급 10,308원에 해당된다. 이 때문에 소상공인이 직접 체감하게 될 인건비 인상 폭은 표면상의 인상률보다 클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공익안 없이 첫 정치적 판단, 공익위원 촉진 구간 내 제시하는 측에 표결 엿보여
올해 최저임금위원회가 2020년 최저임금을 결정하는 과정은 처음으로 공익위원이 공익안을 내놓지 않고 노사로부터 각각의 제시안을 받아 이지선다 표결을 했다.

물론 촉진구간이라 할만한 가이드라인은 제시했다. 당초 삭감안을 내놓았던 사용자위원에게는 인상을, 16% 인상을 요구했던 근로자위원에게는 인상폭 하향을 요구하며 한 자릿수 인상안을 고려·제시해줄 것을 주문했다. 즉 1~9% 구간 사이에서 논의를 해보자는 의견을 제시한 것이다. 하지만 기존의 촉진구간이 말 그대로 인상률을 지목한 공익안이었던 것과는 확연히 다른 형태임은 분명하다.

외형적으로 공익위원이 주도했다는 꼬리표를 떼고, 노사 즉 사회적 합의 절차에 집중해 결과를 도출했다는 명분을 확보하려는 행보로 풀이된다.

특히 공익안을 내놓게 되면 어떤 형태로든 정치적 편향성 논란이 따라붙을 수밖에 없고, 이제까지처럼 근로자위원 측에 가까운 안을 내놓는 순간 내년 총선을 겨냥한 것 아니냐는 정치적 후폭풍이 클 수밖에 없는 상황을 고심한 것으로 추정되는 대목이다.

경제적 악영향에 대한 문제를 다소나마 희석하고 소상공인들의 민심을 누그러뜨릴 필요가 있는 상황이라는 측면도 고려됐을 것으로 보인다.

나아가 최저임금을 결정하는 과정은 단순 희망하는 숫자를 막무가내로 나열하던 기존 폐단에서 벗어나 노사 경제 여건, 지불 여력 등 다방면에서 고민한 후 제시해야 한다는 무언의 경고 성격도 갖고 있을 것으로 풀이된다.

공익위원이 생각하는 범위 내 혹은 그에 근접한 금액을 제시한 쪽의 손을 들어주는 방식으로 무리한 요구에 대한 견제인 셈이다. 결국 이제 더 이상 생떼거리로는 아무것도 얻을 수 없으니 노사가 적극적으로 대화와 협상에 나서 절적한 타협점을 찾아가는 노력을 경주해야 한다는 메시지다.

실제 이번 표결 과정에서 사용자안과 근로자안의 차이가 좁혀지지 않자 사용자안에 더 많은 공익위원 표가 던져졌다.

당초 2020년 최저임금은 3% 이상에서 4.2% 이하 구간에서 결정될 가능성이 높게 점쳐졌다. 문재인 대통령의 공약과 고용 참사가 반목하는 가운데 국제통화기금(IMF)이 지난 5월 ‘2019년 연례협의 결과 보고서’에서 대한민국 경제와 관련해 최저임금 인상속도와 경직된 근로시간제에 대해 우려를 표명하고 노동생산성 증가분 이하로 설정해야한다는 권고를 내놓은 바 있다.

그런데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발표한 한국의 2017년 노동생산성이 4.2% 증가한 것으로 조사된 만큼 IMF의 권고대로라면 2018년 및 2019년 최저임금의 인상률은 4% 이하가 바람직했다는 의미가 된다. 결국 2018년과 2019년 2년 사이 29%나 가파르게 급등한 만큼 2020년 최저임금은 사실상 4% 이하로 책정되는 것이 해외 경제학자들이 바라보는 입장에 부합되는 수준이었다.

이는 근로자안이 4% 전후의 인상률에 맞춰 제안됐다면 사용자안보다 근로자안에 더 많은 공익위원 표가 몰렸을 것으로 추정할 수 있는 대목이다.

전지적 시점으로 방관자적 입장 취하는 공익위원
이처럼 올해 새로 취임한 박준식 위원장을 비롯한 공익위원들의 최저임금 결정 방식은 이전과는 확연히 다른 행보를 보여줬다. 내부적으로 적용 범위를 산출해 놓고 있지만 이를 노사 양측에 직접 공개하지 않고 상호 논의를 통해 범위를 좁혀나가게 하되, 범위가 좁혀지지 않으면 예정 범위에 가까운 쪽에 표를 몰아주는 방식으로 공익위원의 입장을 투영한다.

이는 노사 양측이 사회적 합의를 도출하는 과정을 촉진하고 존중한다는 의미이기도 하고, 공익위원이 전면에 나서 최저임금을 좌우한다는 비판에서도 벗어날 수 있다. 즉, 외형적으로는 방관자적 입장으로 보여진다. 하지만 실상은 전지적 시점에서 예정해놓은 목표에 누가 더 가까이 다가오는지를 지켜보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공익위원의 최저임금 결정 방식은 이전과는 분명히 다르며, 향후 위원장을 비롯해 공익위원 임기가 만료되기 전까지는 이러한 기조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최저임금위원회, 속 빈 강정 우려도
올해 최저임금 심의 과정에 대한 우려의 시선도 적지 않다. 결과만 놓고 보자면 이번 최저임금 심의 과정과 결과는 소상공인에게는 속빈 강정이라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을과 을의 싸움을 부추기고 있다는 측면에서 예년과 크게 다르지 않다. 우선 삭감안은 무산돼 소상공인들의 부담은 여전하고, 일자리 감소에 따른 어려움은 저임금 근로자의 몫으로 남아있다. 여기에 소상공인들이 목 놓아 호소한 차등적용과 월 급여 병기 삭제는 올해도 거부됐다.

결과적으로 소상공인의 입장에서 본다면 그동안 가중되던 고통이 조금 덜해졌을 뿐, 해결책이나 보안책은 완강하게 도입이 좌절돼 고사 위협이 여전히 존재하는 상태인 것이다.

아직 풀어야 할 숙제 남아
앞서 언급된 차등적용 문제는 풀어야할 숙제다. 이재갑 고용노동부 장관은 차등적용에 대해 사회적 합의기구인 최저임금위원회 내에서 논의를 통해 결정하는 것이 바람직하며, 고용노동부가 필요 이상 개입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표명했다.

하지만 공익위원들은 차등적용에 부정적인 입장을 피력하고 있어 사실상 정부 차원에서 차등적용에 반대 입장이 우세한 셈이라 이에 대한 설득과 실력행사의 필요성이 대두되고 있다.
노총과 달리 정치적 활동을 금지하고 있는 소상공인연합회가 최근 정관을 개정해서라도 정치적 활동 가능성을 열어놓고 소상공인의 목소리를 전달해야 유의미한 결과를 창출할 수 있다고 언급한 것과 궤를 함께 한다.

또한, 대법원 판례와 행정법원 판결문을 통해 수차례 확인된 최저임금의 주휴수당 산입을 부정하고 있는 고용노동부의 주휴수당 정책에 대한 법리적 다툼 또한 풀어야할 숙제다.

마지막으로 국회에 계류 중인 최저임금 결정 과정 개편안이 법제화되는 과정에서 최저임금의 직접적인 영향을 받는 소상공인들의 목소리를 보다 효과적으로 전달할 수 있는 방법론들을 마련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는 점도 남은 숙제다.

올 최저임금위원회의 2020년 최저임금 심의 과정은 ‘궁하면 통한다’, ‘목마른 자가 우물 판다’, ‘사랑은 쟁취하는 것’이라는 격언이 여전히 유효하다는 사실을 보여줬고, 여전히 남아있는 숙제를 어떻게 풀어나가야 할지 그 방향을 보여준 전장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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