月刊 아이러브PC방 8월호(통권 345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장기화된 경기침체, 2년 사이 30%에 달하는 최저임금 인상, 또 그에 따른 문화 여가 선용 지출 감소가 쳇바퀴마냥 꼬리에 꼬리를 물고 PC방 영업 환경을 악화시키고 있다. 24시간 업종인 PC방에서 가장 부담스러운 지출 목록인 인건비의 기준 최저임금은 내년에도 2.9% 인상될 터라 PC방 영업 환경이 개선되기는 쉽지 않을 전망이다.

이런 배경에 야간 부분 무인 솔루션은 그 어느 때보다 관심이 집중되고 있고, 개발 또한 빠르게 진척되고 있다. 현재 업계에 알려진 무인 솔루션 업체는 약 40여 곳이며, 이 가운데 상용화를 시작한 곳도 5곳이 넘는 등 말 그대로 가장 핫한 이슈가 아닐 수 없다.

이렇게 경쟁이 치열한 야간 부분 무인 솔루션 시장에 저마다 장점을 내세우기 마련인데, 전북 전주시에 위치한 애플 PC방 한재호 사장이 자신의 매장에 도입할 요량으로 솔루션을 개발한 사례가 있어 직접 찾아가 내용을 살펴봤다.

“필요해서 직접 만들었다. 기왕이면 PC방 눈높이 맞춰”
한재호 사장은 지난해 2019년 최저임금이 전년도에 이어 두 자리 숫자가 인상되는 것을 보고는 인건비 절감을 위해서 야간 부분 무인 솔루션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판단, 뒤도 안 돌아보고 개발에 착수했다. 브레인솔루션(https://pcremote.kr)의 설립 배경이다.

“직원 인건비는 매년 늘어날 것인데, 직원 관리는 매년 더 어려워지고 있는 게 현실이라 인건비 절감이 향후 생존의 필수요소라고 판단했다.”

한재호 사장이 무인 솔루션에 관심을 둔 이유다. 그런데 기존 무인 솔루션 업체들의 상품들을 살펴보는 대신 왜 굳이 시간과 돈을 들여서 직접 만들었을까?

지난해부터 무인 솔루션에 꽂혀 여러 무인 솔루션 상품들을 살펴봤지만 매장에 적합한지 알 수가 없어 결국 직접 만들게 됐다고 한다.

당시는 실물이 존재하는 브랜드는 한두 곳에 불과했고, 이마저도 브로셔에 소개된 기능들 가운데 아직 구현되지 않은 게 많아 실제 도입 시 어떤 문제가 발생할지 알 길이 없던 시기다.

“PC방 무인 솔루션은 야간 청소년 출입 제한이 핵심”
한재호 사장은 PC방 업종에만 21년째 몸담고 있다. KT에서 전북 지역 인터넷 전용선 업무만 십 수 년 해온 터라 PC방 네트워크와 전용선 분야는 박식했고, PC방 창업 이후에도 직접 관리하면서 PC방 환경을 꼼꼼히 파악해왔다.

그는 무인 솔루션의 핵심 기치는 야간 청소년 출입 제한이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비록 무인 솔루션은 손익이 맞지 않는 야간 시간대를 직원 없이 구동하기 위해 개발된 것이지만, 무인 솔루션이 가동되는 시간대에 청소년이 출입하는 일만큼은 발생하면 안 되기 때문이다.

야간 청소년 출입을 제한하기 위해 기존 방문 손님들만을 대상으로 지문을 등록하고, 신분증 감별 기능도 마련했지만, 여전히 뒤따라 들어오는 청소년을 효과적으로 차단할 수 없다는 사실에 사람이 한 번 더 확인하는 관제 기능이 필요하다는데 초점을 맞추게 됐다.

애플 PC방 입구에 설치된 단말기는 지문 인식과 신분증 감별을 비롯해 화상 통화기능을 이용해 관제사가 직접 신원을 확인하는 한편, 다른 손님 여부까지 꼼꼼히 살펴볼 수 있도록 운영되고 있다.

야간 알바생이나 관제사의 인건비가 지출되는 것은 매한가지지만, 무인 솔루션을 이웃 매장들과 함께 운용한다면 비용 부담을 크게 해소할 수 있다는데 착안해 비즈니스 모델로 발전시키게 된 것이다.

“사실 이웃 매장들 몇 곳이 함께 하기로 했는데, 개발 기간 동안 인상된 인건비와 경기침체에 부담을 느껴 몇 곳이 폐업했다. 그래서 관제사 운용에 따른 비용적 부담을 낮추고자 인근 지역 PC방에 개발한 무인 솔루션을 소개하기 시작했다”며 지역 상권이 함께 꾸려가는 장점을 소개했다.

스마트폰으로 매장 상황 실시간 확인
한재호 사장은 스마트폰으로 매장을 실시간으로 관리하고 있다. 본인이 원해서 시작한 PC방인만큼 잘 관리해서 오래 유지하고 싶기 때문이라고 한다.

무인 솔루션을 개발하면서 매장에 고해상도 CCTV를 설치하고 이를 스마트폰으로 확인하고 있는데, 이는 CCTV를 설치한 여느 PC방들과 비슷해 보이지만 별도의 무인 솔루션 관리 앱을 통해 영상 확인은 물론 해당 카메라에 사람의 동작이 감지되면 접근 상황을 음성으로 안내되도록 구현했다는 점이 큰 차이다.

실제 취재 중 매장 입구 계단에 손님이 들어서자 ‘정문 계단에 사람이 있습니다’라는 안내 음성이 스마트폰에서 흘러나왔고, 매장 입구 다다르자 ‘입구에 사람이 있습니다’라는 안내 음성이 재차 이어졌다.

관제사가 통제하는 도중에도 PC방 사장이 출입 여부를 결정할 수 있고, 문을 직접 열어줄 수도 있다. 무인 솔루션 운용 시간대에도 실시간으로 손님 이동 상황과 출입 결정 여부를 원격으로 관리할 수 있는 것이다.

도난 방지 기능도 필수
야간 부분 무인 솔루션이 풀어야 할 또 하나의 숙제는 도난 방지다. 애플PC방은 ATM까지 설치해놓은 터라 그 어느 PC방보다 도난 사고에 민감해 이에 대한 고민이 많았다. 결과적으로 다양한 안전장치를 복합적으로 구현하는데 이르게 됐다.

우선 고해상도 CCTV 설치가 가장 기본이지만, 고해상도 CCTV는 사후에 효과가 있지만 사전 예방하는 효과는 없다. 그래서 CCTV 영상이 송출되는 4K(3,840×2,160) 모니터를 출입구에 설치했다.

고해상도 CCTV로 녹화하는 것보다 매장 구석구석과 자신이 선명하게 녹화되고 있다는 사실을 출입하는 모든 이에게 인지시키는 것은 예방효과가 크기 때문이다.

선불결제기와 ATM 등 현찰이 들어있는 장비에 대한 대비도 철저히 했다. 기기 내부에 진동 감지기를 설치해 문을 열려고 시도하거나 이동시키려 하면 곧바로 경보가 울리고, 제휴를 맺은 KT텔레캅의 출동 서비스를 제공받아 적극적인 대응도 가능했다.

선불결제기와 ATM 외 PC에 대한 도난도 대비했다. PC 부품이 고가화되면서 이에 대한 절도 위험도 커졌기 때문이다. 그래서 모니터 뒤에 위치한 PC케이스 영역만을 주시하는 동작감지 카메라를 설치해 24시간 감시하고 있는 점이 눈길을 끌었다. 물론 물건이나 손이 잠깐 넘어서는 우연을 고려해 반응 시간을 별도로 설정할 수 있도록 해 우연과 의도된 행동을 구분하고 있다.

야간 먹거리는 필수, 상권 따라 달리 대응해야
애플PC방은 현재 오전 2시부터 정오까지 10시간을 무인으로 운영하고 있다. 손님들이 장시간 PC를 이용하는데 있어 먹거리는 필수로, 애플PC방은 자판기가 가장 현실적인 방법이라고 판단, 일반적인 음료수 자판기와 다양한 상품군을 구성할 수 있는 멀티밴더를 나란히 설치해놓았다.

하지만 기존 야간 알바생이 있을 당시와는 다른 양상이 나타났다고 한다. 자판기에 스낵류와 컵라면을 채워놨는데, 소량만 판매될 뿐 음료수 자판기 이용만 늘어났다고 한다.

멀티밴더가 유용하게 이용되는 PC방도 있지만, 상권에 따라 차이가 있을 수 있다는 것을 뒤늦게 깨달았다고. 그래서 한재호 사장은 야간 먹거리에 대해서는 유연하게 대응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야간 손님이 적은 상권에서는 아예 음료 자판기만 추천하고, 자판기를 처음 도입하는 경우라면 멀티밴더를 선택하되 음료 위주로 배치하는 것도 한 방법이라고 귀띔했다. 물론 전제 조건은 기존 손님의 소비 패턴을 평소보다 더 꼼꼼하게 점검한 뒤에 반영해야 한다. 야간 부분 무인 솔루션에서 여느 기술적인 부분들과는 달리 야간 먹거리만큼은 전적으로 매장 업주의 경험과 판단에 좌우될 수밖에 없는 대목이다.

한재호 사장은 20년 넘게 PC방 관련 분야에 몸담아왔고, 수년간 PC방을 직접 운영하면서 PC방에 무엇이 필요하고 무엇이 중요한지 몸소 겪었다. 본인 매장의 생존을 위해 작은 부분까지 고민하고 대비해 직접 무인 솔루션을 만든 만큼 PC방의 현실을 가장 잘 반영하고, 또 PC방 사장의 가려운 부분을 가장 잘 긁어줄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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