月刊 아이러브PC방 8월호(통권 345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올해 여름 성수기는 어째 예년만 못한 분위기다. 매년 성수기 가동률이 조금씩 떨어지는 추세가 어제오늘 일도 아니지만 가동률이 한창 고공행진을 하고 있어야 할 7월말 기준으로 25% 수준에 머물고 있다.

PC방 경력이 오래된 업주라면 기억을 더듬어 이 25%라는 수치를 생각해보자. 지난 2010년까지만 해도 비수기 평일 가동률에 해당하는 숫자였다. 그런데 이제는 성수기 주간 가동률을 대표하는 지점이 된 것이다.

전에는 ‘성수기 때 벌어서 업그레이드하고 비수기를 버티며 대박 게임 기다린다’는 격언이 통했지만 이젠 가당치도 않은 이야기다. 방학 기간이 터무니없이 짧아지고 있는 것도 모자라 대박은커녕 신작도 없는 실정이다. 희망 없는 PC 업그레이드에 목돈을 쓰느니 방학 끝나면 손 터는 게 현명하다는 생각이 들만도 하다.

혹자는 수년 동안 영세 매장들이 사라졌고 그 빈자리를 대형 PC방이 채웠으니 평균 가동률이 줄어드는 것은 당연하지 않느냐는 의문을 제기하기도 한다. 그럼 이제 PC방이라는 업종은 큰손들만 남고 나머지 평범한 자영업자들은 죽을 날을 기다리는 시한부라고 받아들여야 할까?

왕년에 오락실 좀 다녀봤다면 필살기라는 개념을 알 것이다. 격투게임에서는 공방을 주고받으며 축적한 게이지를 소모해 강력한 공격을 구사할 수 있는데, 필살이라는 살벌한 단어가 무색하지 않은 치명적 대미지로 대 역전극을 연출하기도 한다.

우리 PC방 업종에 필요한 것이 있다면 바로 이런 필살기다. PC방의 필살기라면 무엇일까? 타 매장과 내 매장을 구분 짓는 고유한 아이템 정도다. 그러나 게임이 아닌 현실에서는 필살기를 보유한 사례가 극히 드물다. 기껏해야 특이한 인테리어나 담합을 통한 타 매장 죽이기 정도가 전부다.

업종이 직면한 구조적인 문제를 PC방 업주 개인이 해결하려 들면 답이 없을 수 있다. 목돈이 들어가는 모험수를 선택했다가는 자칫 폐업이고, ‘너 죽고 나 죽자’식의 출혈경쟁은 일종의 동반자살이다.

격투게임에서 필살기가 매력적인 부분은 체력이 적으면 필살기가 더욱 강해지는 경우가 일반적이고, 또 게이머들도 그런 걸 좋아한다. 현재 PC방은 체력이 고갈되기 직전이라 필살기를 시도할 수만 있다면 막강한 위력을 발휘할 것 같다.

할 수만 있다면 말이다. 성수기지만 25%에서 머물고 있는 가동률을 단번에 견인할 필살기는 아직 발견되지 않았다. 시장 상황이 시궁창 신세를 면치 못하고 있는 가운데 문제를 극복한 PC방 업주 개인은 그동안 없었다.

또한 PC방 업계에서 같이 살아가는 다른 업주들은 모두 적이고 경쟁자라는 인식이 동업자 정신의 싹을 잘라버린 지 오래다. 매달 줄어드는 PC방 숫자는 나와 함께 싸워줄 동료가 사라지는 것이라는 발상의 전환이 필요한 때다.

이런 풍토가 PC방에 만연한 까닭은 구조적인 문제 해결에 소극적으로 나섰던 PC방 협단체에서 찾을 수 있다. 그리나 다행히도 실낱같은 희망을 찾아 PC방 협단체가 업계를 동분서주하고 있다.

대활약을 펼치고 있다고 하기는 옹색하지만 PC방생존권사수연대도 있고, 한국인터넷PC문화협회는 각각의 PC방 업주들이 뭉쳐 PC방 활성화를 도모하는 e스포츠 게임대회를 시도하기도 했다. 이런 움직임이 PC방 필살기라고 한다면 다소 민망한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개별 업주들이 필살기를 개발해 각자도생하길 바라는 것처럼 보였던 PC방 협회가 동업자 정신에 근거한 새로운 프로젝트에 시동을 걸었다는 사실은 높게 평가할 부분이다. 어쩌면 PC방 필살기는 혼자가 아닌 여럿이 힘을 합쳐야만 쓸 수 있는 기술일지도 모른다.

저작권자 © 아이러브PC방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