月刊 아이러브PC방 7월호(통권 344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지난 2008년경 25,000개에 육박하던 전국의 PC방 숫자는 10년이 지난 현재 10,000개 이하로 줄어들었다. 하향세를 타고 있는 업종의 영업장 수는 누군가에게는 숫자에 불과하겠으나, 해당 업종에 종사하는 사람들에게는 생계를 잇기 위해 삶의 터전을 정리하고 살벌한 취업 전선에 뛰어들라는 입영통지서나 다름없다.

이렇게 사라진 생계형 PC방의 남은 자리는 대형 PC방과 기업형 PC방이 채우고 있고, PC방 업주들 중에서 보유한 매장들을 손가락으로 다 꼽을 수 없는 큰손들의 비중이 자연스럽게 높아지고 있다. 업주 감소폭이 매장 감소폭보다 훨씬 크다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외환 위기로 직장을 나와 퇴직금으로 매장 하나를 마련했던 업주들이나, 가슴에 꿈을 품고 평생 모은 목돈으로 창업했던 업주들은 그동안 정들었던 PC방을 접고 어디로 떠나 어떻게 지낼까?

어떤 업주들은 소싯적의 경험과 재능을 살려 취업에 성공하고, 어떤 업주는 아예 새로운 분야에 도전하기도 한다. 또 다른 업주는 “10년 동안 PC방만 하면서 살았는데 취업이나 재창업 모두 막막하다”며 하소연하기도 한다. 연락이 닿지 않는 업주들도 앞서 언급한 경우와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다.

그런데 최근 들어 새로운 유형의 폐업 PC방 업주들이 나타났다. 과거에는 업계를 떠났던 PC방 업주를 업계 내에서 다시 만나는 일이 드물었지만, 거취와 계획을 먼저 알려오는 경우다. 특기할 만한 점은 이런 업주들은 ‘사장’이 아니라는 사실이다. 기업형 PC방 업체의 점장으로 자리를 옮기거나, 자신을 바지사장으로 소개하기도 한다.

처음에는 이런 현상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지 몰랐지만 또 어떻게 보면 새삼스러울 것 없는 당연한 결과처럼 보이기도 한다. 경기 침체와 인건비 상승 등 영업환경이 날로 악화되면서 폐업은 증가했고, 매장의 대형화 추세까지 맞물려 PC방 업계가 소화할 수 있는 업주의 숫자 자체가 줄어들었기 때문이다.

엄정한 납세 현실도 이런 현상을 낳은 한 가지 요인으로 풀이된다. 그동안 PC방은 현금장사라는 이점 때문에 납세 환경이 상대적으로 여유로웠던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PC방을 찾아오는 손님들의 카드사용률이 급증하고, 게임사 정량시간 구매금액이 과세의 기준으로 제시되면서 이는 옛말이 되었다.

연합체 PC방도 마찬가지였다. 여러 매장들을 여러 명의 지분으로 묶어서 명의를 파편화하는 유행은 수년 전부터 업계를 휩쓸었는데, 이는 출혈경쟁을 피해볼 요량으로 시작한 연합의 성격이 짙었다. 하지만 덩치가 커지면서 과세도 커졌고 바지사장들의 명의가 필요해졌다. 실제로 연합체들이 매장의 수익과 연봉과 인센티브를 뒤섞어 세금을 줄이고 있다.

이런 PC방 업주들은 자신이 사장이 아니라는 사실에 금세 적응한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심지어 사정이 더 나아졌다는 이야기도 한다. 프랜차이즈 매장 5개를 관리하는 슈퍼바이저로 취업했다는 한 PC방 업주는 PC방 한곳을 운영하던 사장일 때보다 스트레스도 적고, 실무경험까지 살릴 수 있어 만족하고 있다고 얘기한다.

기업형 PC방의 동네상권 침투와 영업환경 악화로 업주들이 사장 직함을 잃고 있는 현실을 우려해야 할지, 오랫동안 PC방에 종사한 업주들의 취업 전망이 밝아지고 있는 것인지 잘 모르겠다.

매장 한 곳을 대표하는 사장님이라 할 사람이 없는 당황스러운 현실에 적응하기까지 시간이 걸렸는데, PC방을 폐업한 업주들이 점장이 되는 현실에 적응하는데도 적지 않은 시간이 걸릴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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