月刊 아이러브PC방 6월 창간 20주년 특집호(통권 343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PC방 좀 다녀봤다면 이거 모르는 사람 없을걸?

90년대 말 세상에 등장한 PC방은 새로운 문화를 만든 신개념 놀이공간인 동시에 첨단 디지털 기술을 전파하는 교육의 장이기도 했다.

접근이 어려웠던 고가의 PC와 대중들에게 생경했던 인터넷을 저렴한 가격에 서비스하면서 온라인게임과 국내 인터넷 관련 산업이 급성장할 수 있는 토대가 됐고, 많은 인터넷 기반 서비스와 스타트업이 등장할 수 있는 밑거름이 됐다.

덕분에 20년이 넘는 PC방 역사에는 게임 외에도 다양한 인터넷 콘텐츠가 큰 인기를 얻으며 이름을 남겼는데, 지금의 PC방을 대표하는 게임 콘텐츠 외에 한때 PC방을 주름잡았던 왕년의 스타 콘텐츠는 어떤 것들이 있었는지, 인터넷이 낳은 시대의 아이콘들을 만나보자.

포털의 신화, 검색엔진 야후(YaHoo!)
‘걸리버 여행기’에서 이름을 딴 야후(YaHoo!)는 지난 1994년에 설립된 미국의 포털 사이트다. 특정 ‘키워드’를 입력하면 인터넷에 퍼져있는 정보와 웹사이트를 찾아주는 검색엔진으로, 당시 PC 사용이 서툴렀던 일반인들도 손쉽게 웹서핑을 할 수 있게 도와주는 ‘마법의 지팡이’였다.

1997년 8월 1일에는 야후코리아를 설립, 한글 인터넷 검색을 비롯해 본격적인 국내 서비스를 시작했고, 2000년대 초까지 국내외 인터넷 시장에서 엄청난 존재감과 영향력을 과시했다. 여담으로 1999년 개봉한 영화 ‘프리퀀시’에서도 당시 야후의 막강한 위상을 확인할 수 있는데, 극 중 우연한 계기로 무전기를 통해 과거와 연결된 주인공이 30년 전 소꿉친구에게 ‘야후’라는 단어를 꼭 기억하라고 귀띔하는 장면이 나오고, 영화 마지막에 주인공과 다시 만난 나이든 친구는 팔자를 고쳐 부자가 된 것으로 묘사된다.

그러나 이후 다음, 네이버, 네이트, 엠파스, 드림위즈, 심마니, 파란, 라이코스, 구글 등 잇따른 후발주자에 밀려 쇠퇴기에 접어들었고 2000년대 후반에는 점유율이 5%대까지 하락하며 시장 입지가 크게 줄어들었다. 결국 야후코리아는 2012년 10월 사업 철수를 공식 발표하고 서비스 중단을 선언하기에 이른다. 한때 PC방 웹서핑을 책임졌던 야후는 검색 기능 외에도 이메일, 카툰세상, 꾸러기 등 다양한 콘텐츠를 제공했고, 후발주자로 시장에 등장한 다른 포털 서비스들에도 여러모로 영향을 미쳤다.

태동기 PC방의 숨은 조력자 ‘MSN’
인터넷의 보급은 디지털 커뮤니케이션에도 큰 변화를 가져왔다. 기존의 PC 통신 체계는 물론 이메일과 메신저 등 커뮤니케이션의 방법도 바뀌었다. 그중에서도 마이크로소프트의 ‘MSN’은 태동기 국내 PC방에서 없어서는 안 될 중요한 인프라로 활약했다.

MSN은 마이크로소프트의 포털 서비스로, 출범 초기였던 1995년에는 PC통신으로 시작했지만, 90년대 말 본격적인 인터넷 시대에 접어들면서 검색과 뉴스 서비스 등을 함께 제공하는 포털 서비스로 바뀌었다. 이런 MSN의 포털 서비스는 불행히도 별다른 인기를 얻지 못했는데, 오히려 부가 서비스로 제공하던 것들이 큰 인기를 누린 경우가 많았다. 대표적인 것이 핫메일(HOTMAIL)과 메신저로, 많은 PC방 이용자들이 MSN을 포털이 아닌 이메일 서비스나 메신저이름으로 기억하는 이유도 이런 배경 때문이다.

핫메일과 MSN메신저는 PC방 태동기 많은 유저들이 사용했던 대표적인 MSN 서비스다. 여러 인터넷 서비스의 등장으로 회원 가입 시 요구되는 이메일의 필요성을 충족하는 한편, 인터넷 이용자들 간의 실시간 커뮤니케이션을 지원하는 인스턴트 메신저의 대중화를 이끌었다. 2005년에는 엔씨소프트와 계약을 통해 <리니지2>의 인게임 메신저로 사용되기도 했다. 하지만 이후 드림위즈 지니, 버디버디, 타키, 네이트온, 마이피플 등이 등장하면서 위상이 차츰 약해졌다.

올드 게이머라면 기억할 ‘MSN게이밍존’도 MSN의 숨은 히트상품이다. 자체적으로 멀티플레이 서비스가 지원되지 않았던 <레인보우식스>, <에이지오브엠파이어> 등에서 유저 간의 온라인 매칭을 지원, 온라인 플레이를 즐길 수 있게 해주며 당시 PC방 필수 서비스로 자리매김했었다.

문자로 시작해 음성에 화상까지, 진화를 거듭한 채팅 서비스
PC통신에서 시작된 채팅은 90년대 말 인터넷 서비스와 함께 폭발적으로 성장한 콘텐츠 중 하나다. PC방 채팅 서비스로 가장 먼저 포문을 연 것은 1998년 7월 서비스를 시작한 스카이러브(하늘사랑)다. 서로 모르는 사람이 온라인상에서 만나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던 온라인 채팅은 낯선 남녀를 연결해주는 ‘만남의 장’ 역할도 했다. 하지만 일부 사용자가 조건만남이나 원조교제 목적으로 악용하면서 사회적 물의를 빚기도 했다.

2000년대 중반부터는 이용자의 모습과 음성까지 전달하는 형태로 발전해 직접 보면서 대화를 나누는 화상채팅이 유행했다. 하두리를 시작으로 버디버디, 오마이러브, 아이미팅, 조이천사 등 다양한 서비스가 등장해 한 시대를 풍미했다. 덕분에 PC방에는 때 아닌 웹캠 도입 열풍이 불었고, 더욱 예쁘고 멋있게 보이기 위해 화면발(?)을 세울 수 있는 엑센트 조명까지 완비한 전용 좌석이 등장하기도 했다. 이런 화상채팅은 인터넷 얼짱이라는 신조어를 유행시키기도 했는데, 이번에는 몸캠 등의 음란 영상물이 유포되는 문제로 지탄을 받았다.

잇따른 사회적 논란으로 화상채팅에 대한 부정적인 여론이 커지자 정부는 2015년부터 성인 인증 제도를 강화하는 동시에 엄격한 단속을 병행하게 된다. 그 결과 화상채팅 서비스 대부분이 조용히 문을 닫았고 PC방에서도 웹캠과 조명이 자취를 감추게 됐다.

소셜 서비스의 원조 아이러브스쿨, 다모임, 싸이월드
인터넷을 통해 초등학교부터 대학교까지 동문과 선생님을 찾아주는 커뮤니티 사이트 아이러브스쿨은 지난 1999년 인터넷 벤처붐을 타고 혜성처럼 등장해 가입자 수 500만 명을 넘길 정도로 큰 인기를 끌었다. KBS 인기 프로그램 ‘TV는 사랑을 싣고’처럼 연락이 끊긴 옛 친구, 어린 시절 첫사랑, 고마웠던 선생님 등을 만날 수 있다는 기대감과 설렘이 대중들에게 크게 어필했기 때문. 하지만 오프라인 모임에 대한 흥미가 빠르게 감소한 데다 서비스 업데이트도 제때 이뤄지지 않으면서 명성을 잃고 만다.
아이러브스쿨의 후발주자로 출발한 동창회 사이트 ‘다모임’은 아이러브스쿨이 주춤한 사이 빠른 업데이트를 통해 입지를 넓혔다. 동창회의 인기가 한풀 꺾이기 시작하면서부터는 미니홈피와 동영상 서비스를 강화하며 생존을 도모했으나, SNS가 대중화되기에는 너무 시기가 일렀던 탓에 결국 2006년 말 타 회사에 인수되고 만다.

싸이월드 역시 1999년 벤처붐을 타고 등장한 커뮤니티 서비스다. 커뮤니티 중심의 포털사이트였던 싸이월드는 인맥 구축 기능에 특화되어 있었고, 미니홈피 서비스가 각광을 받으며 포털로서의 위상보다는 미니홈피 중심의 SNS 서비스로 자리매김하게 된다. 사용자가 늘면서 트래픽 문제 등 벤처기업으로써는 감당하기 어려운 상황이 됐고, 2003년 SK커뮤니케이션즈가 인수하면서 네이트로 편입, 서비스 품질이 개선된다.

싸이월드는 당시 유행했던 개인 홈페이지보다 쉽고 간편하게 이용할 수 있었고, 각종 유료 서비스로 자기표현이 가능해 일반인은 물론 유명 연예인들까지 사용할 정도로 큰 인기를 모았으며, 넥슨과 제휴를 맺고 PC방에서 큰 인기를 누린 <메이플스토리>, <카트라이더> 게임의 캐릭터 등을 출시한 적도 있다.

손쉬운 사용법과 귀여운 캐릭터로 인기를 끌었던 싸이월드는 후발주자인 블로그가 점점 성장하면서 입지가 축소됐고, 이제는 스마트폰과 함께 등장한 트위터, 페이스북, 인스타그램이 그 자리를 대체하고 있다.

새로운 영웅은 언제나 환영이야, 인터넷 시대 PC방 황금기를 이끈 콘텐츠들
이 외에도 인터넷 시대에 다양한 아이콘들이 벤처붐과 함께 PC방을 거쳐 갔다. 게임 외에도 즐길 것이 많았던 PC방의 황금기는 온라인게임 의존도가 지나치게 커진 지금의 PC방 환경과는 사뭇 달랐다.

고인 물은 썩게 마련이고, 기울어진 건물은 언제고 무너지게 마련이다. 정체된 게임 인기 순위와 지속되는 신작 가뭄 등으로 PC방에서 즐길 거리가 크게 위축된 요즘이야말로, PC방 콘텐츠의 불균형을 바로잡고 업계에 새바람을 불러일으킬 수 있도록 게임 외의 콘텐츠에도 눈을 돌려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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