月刊 아이러브PC방 6월 창간 20주년 특집호(통권 343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스마트폰이 등장하기 전까지 국내 디지털 인프라의 최전방을 책임졌던 PC방은 강산이 두 번 넘게 변하는 긴 시간을 거치며 많은 변화를 경험했다. 태동기 시절 고객 출입을 수기로 기록하던 결제 시스템은 최신식 무인 선불결제기로 바뀌었고, 운영체제 설치와 스토리지 복사, 게임 설치 및 패치 등의 번거로운 작업은 이제 원격 관제 솔루션이 대신하고 있다. 과거에는 언감생심 꿈도 꿀 수 없었던 최신 기술들이 없어서는 안 될 업계 필수품으로 자리 잡은 것이다.

오랜 시간에 걸쳐 이처럼 많은 변화가 이뤄진 것은 매장 운영 편의성 향상에 대한 강한 니즈가 있었기 때문으로, 더욱 편리하고 효율적으로 PC방을 운영하기 위한 다양한 아이디어들이 발전된 기술을 만나 현실화되고 체계화를 이룬 결과로 볼 수 있다. 오늘날 PC방 운영 편의를 책임지고 있는 각종 PC 운용 솔루션들이 어떻게 변해 왔고, 또 앞으로는 어떻게 발전해나갈지 그 변천사를 돌아보고 미래를 가늠해봤다.

주먹구구식으로 시작해 체계화를 다진 [어제]
“PC방의 시작은 어디인가?”라는 명제에 명확하게 대답할 수 있을 만한 또렷한 근거는 찾기 어렵지만, 일반적으로 1990년대 중반 대학가 등에서 생겨난 인터넷 카페를 PC방의 원류로 보고 있다. 이후 90년대 말 <스타크래프트>의 폭발적인 흥행으로 지금과 같은 PC방 형태가 갖춰지면서 관리와 운영을 위한 솔루션의 필요성도 점차 커졌다.

PC방 초기에는 지금 같은 PC방 전용 PC가 아닌 일반 소비자 시장에 판매되는 데스크톱 PC를 그대로 구매해 사용하는 방식을 취했었고, 지금은 사라진 CD-ROM이나 FDD 등도 이 당시에는 그대로 사용했었다. 때문에 태동기 PC방은 일반 사용자와 마찬가지로 CD롬을 이용해 운영체제를 설치해야 했고 오랜 시간을 들여 각종 게임을 수동으로 설치하는 수고도 감수해야 했다. 보조 수단으로 ‘노턴 고스트(Norton Ghost)’를 이용한 디스크 복구가 활용되기도 했지만, 사용법이 복잡해 이를 직접 이용하는 업주들은 많지 않았다.

이런 불편은 시스템 관리의 효율성을 높여줄 하드디스크 순간 복구툴이 등장하면서 급격히 개선된다. 대표적인 것이 2000년대 초 ‘정소프트’가 내놓은 하드웨어 방식의 복구 솔루션 하드보안관이다. 당시만 해도 혁신적이었던 하드보안관은 PC방과 기업, 관공서, 학교 컴퓨터실 등에서 많은 관심을 받으며 빠르게 확산됐다.

이후 2003년에는 ‘아이티뱅크’가 자사의 소프트웨어 방식 디스크 복구 프로그램인 프로매직의 기능을 보완하고 업그레이드한 컴백(ComeBack) 4.0을 출시, 앞선 편의성을 바탕으로 업계에 본격적인 순간 복구 바람을 몰고 왔으며, 2000년대 중후반에는 후발 주자로 솔루세움의 마에스트로, 코보스의 디스크샷 등이 큰 반향을 일으켰다. 이후 2008년 리더스소프트의 PC 관리프로그램 PC와이즈가 마에스트로 사용계약을 체결하면서 PC방에 순간 복구 프로그램 무료 공급을 선언했고, 뒤이어 2012년에 PC방 관리프로그램 피카가 소프트웨어 방식 하드보안관의 무상 지원을 발표하면서 무료 순간 복구 프로그램이 PC방 표준으로 정착하게 된다.

노하드솔루션과 VOG 시스템이 공존하는 [오늘]
순간 복구 프로그램이 업계에 정착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PC방은 기가비트 네트워크라는 커다란 변화의 물결을 마주하게 된다. 이는 네트워크 디스크 카피 솔루션을 탄생시킨 계기가 되는 동시에, 중앙 서버로 관제 되는 새로운 시스템 관리 체계인 노하드솔루션이 등장할 수 있는 밑바탕이 됐다.

지난 2012년 슈퍼피방과 하드리스를 필두로 노하드솔루션이 본격적으로 보급되면서 PC방 업계는 크게 술렁였다. 모든 클라이언트 PC에서 하드디스크를 사용하지 않고 중앙 관제 서버에서 네트워크로 데이터를 전송하는 개념의 노하드솔루션은 PC방 시스템 관리 편의성을 대폭 높여줄 차세대 솔루션으로 기대감을 모으는 동시에, 전 좌석이 서버에만 의존해야하므로 서버나 네트워크에 이상 발생 시 영업이 불가능할 수도 있다는 우려를 함께 얻었다.

실제로 노하드솔루션 도입 초기에는 호환성과 안정성에서 불안정한 문제들이 빈번하게 발생해 업계 안착에 난항을 겪기도 했다. 그러자 이에 대한 대안으로 클라우드 시스템의 장점과 안정성을 함께 갖춘 VOG 시스템이 같은 해에 등장했다.

PC방 VOG 시스템은 유성글로벌이 선보인 ‘게임닥터 VOG’가 최초다. 운영체제 구동과 인기 게임 일부를 클라이언트에 장착된 SSD로 구동하는 VOG 시스템은 서버에 문제가 생겨도 클라이언트 이용에 영향이 없다는 장점이 있었고, SSD를 사용하는 만큼 기존 HDD 기반 시스템이나 노하드솔루션보다 로딩이 빠르다는 강점이 있었다. 다만 VOG 도입 비용이 노하드솔루션보다 비쌌고, 관리 편의성 면에서 노하드가 좀 더 유리했기 때문에 시장 판세는 노하드 쪽으로 기울게 된다.

이후 PC방 솔루션 시장에 지매니저, 카페알레 등 여러 후발주자들이 등장해 안정성과 호환성 문제를 개선한 새로운 브랜드로 출사표를 던지면서 시장 규모는 급격히 커졌고, 경쟁도 치열해졌다. 이제는 하드디스크를 사용하는 PC방은 찾아보기 어려울 정도로 노하드솔루션과 VOG 시스템의 시장 장악력이 커진 상황이다.

하지만 최근 FPS 신작 게임들의 흥행으로 사양 경쟁력이 중요해지고, 꾸준히 가격 인하를 거듭한 SSD의 접근성이 커지면서, VOG 시스템으로 전환하는 PC방도 상당수여서, 차기 PC방 솔루션 패왕 자리를 향한 두 솔루션 간의 팽팽한 줄다리기는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더욱 발전한 미래 솔루션이 등장할 [내일]
PC 운용 솔루션의 목적이 효율적인 운영과 편의성에 있는 것은 분명하지만, 이보다 더 중요한 것은 영업을 원활하게 할 수 있는 안정성이다. 그런 의미에서 기존의 노하드솔루션과 VOG 시스템 모두는 PC방 니즈에 부합하는 검증된 관리 솔루션이기 때문에, 미래 PC방 시장을 이끌 운영 솔루션 역시 완전히 새로운 형태이기 보다는 기존 솔루션의 장점을 혼합한 모델이 나올 가능성이 높다.

다만, 급변하는 컴퓨팅 시장의 흐름은 변수가 될 전망이다. 초고속 NVMe M.2 SSD의 대중화와 10기가비트 네트워크의 보급 가운데 어느 쪽이 먼저 PC방 시장에 대중화되느냐에 따라 미래 PC방 솔루션 판도가 크게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고성능 SSD의 가격 인하가 선행될 경우 VOG 시스템이 노하드솔루션의 장점을 흡수해 디스크를 원격 관리하는 형태로 발전할 수 있고, 반대로 10기가 네트워크 장비가 저렴해지면 편의성에 속도까지 겸비한 노하드솔루션의 장악력이 오히려 더 커질 수 있는 상황이다. 어느 쪽이 먼저 발전할지는 좀 더 지켜봐야 알 수 있겠지만, 운영과 관리가 쉽고 편리한 쪽으로 발전해 나갈 것만은 분명하므로, 컴퓨팅 업계 트렌드에 주목한다면 변화하는 PC 운용 솔루션의 진화를 좀 더 흥미롭게 지켜볼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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