月刊 아이러브PC방 6월 창간 20주년 특집호(통권 343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강한 자가 살아남는 것이 아니라 살아남는 자가 강하다’는 말이 요즘처럼 마음 깊숙이 파고드는 때도 없는 것 같다. 경기침체 속에 최저임금 급등에 따른 가파른 인건비 증가와 여가문화 지출 감소 등이 겹치면서 그 어느 때보다 PC방 업주들은 어려움을 겪고 있다. 그간 바다이야기나 금연법 시행 등 굵직한 사태를 겪으며 PC방 업계는 특히 더 어려운 시기를 감내해야만 했다.

이에 아이러브PC방은 창간 20주년을 맞아 20년간 한 곳에서 영업을 이어온 PC방을 찾아내 그간의 이야기를 들어보기로 했다. 어렵사리 찾은 PC방은 바로 서울 영등포에 위치한 사이버코리아 PC방이다. 30대에 PC방을 창업해 쉰을 훌쩍 넘긴 사이버코리아 PC방 김성종 사장에게 20년 동안 한 곳에서 영업할 수 있었던 비결을 들어보자.

한 자리에서 20년, 토박이도 인정하는 PC방
사이버코리아 PC방은 현재의 자리에서 20년째 영업을 이어오고 있다. 실내에 들어서면 옛날 PC방 분위기와 최근 PC방의 분위기가 공존하는 느낌을 받는다. 지난 20년간 여러 차례 업그레이드와 인테리어 보완을 하면서 한 공간 안에 예전 분위기와 최신 분위기가 자연스레 공존하게 된 것이다.

기둥 인테리어와 조명은 예전 트렌드였던 유광 나무와 다소 어두운 조도의 조명들이었으나, 공조기나 천정 매립형 에어컨은 최신 트렌드를 잘 반영하고 있었다. 물론 흡연실 인테리어와 곳곳에 부착돼 있는 먹거리 배너 역시 최근의 흐름을 잘 투영하고 있었다.
통일감과 최근의 밝은 분위기와는 완전히 일치하지는 않지만 오래된 매장만의 단골이 잘 형성돼 있어서 손님들에게는 가장 친숙한 분위기인 셈이다.

김성종 사장은 영등포에서 태어나 50년을 넘게 살아온 토박이 손님들이 같은 곳에 같은 PC방이 20년 동안 그대로 있어서 놀랍다며 추억 보따리를 풀어놓는 일도 종종 있다고 한다.

김성종 사장의 이야기처럼 사이버코리아 PC방의 손님 연령대는 소위 장년층으로, 15년 이상 찾아주는 장기 단골손님들이 많다고 한다. 실제로 취재 당일 매장 내 손님들은 모두 성인이었다.

재미있는 에피소드도 들을 수 있었다. 여의도에 근무하는 전의경들이 여의도 물가를 피해 다리만 건너면 바로 도착하는 영등포로 넘어와 PC방을 찾아오곤 했는데, 아들 또래의 전의경들이 근무 후 중대장의 허가 하에 PC방에서 해방감을 느끼는 모습이 지금도 눈에 선하다고 추억했다.

100대 PC방, 하지만 넓은 앞뒤 공간
사이버코리아 PC방은 현재 딱 100대의 PC가 운영되고 있는데, PC방 안쪽에는 작지 않은 사무실이 마련돼 있었다. 사무실과 창고 공간까지 모두 하면 160대는 족히 설치할 수 있는 공간으로 보였지만 이제까지 사무실 공간을 트지 않고 그대로 유지하고 있었다. 지금까지 다녀본 PC방 가운데 실내 공간을 대폭 할애해 넓은 사무실을 갖춘 PC방은 처음이었다.

처음 창업할 당시에는 지금처럼 대규모로 운영되던 시기가 아니라 100대로도 충분히 큰 규모였기 때문에 PC는 100대만 설치하고 그 외 공간을 창고용도로 남겨뒀다가, 지인들의 PC방 창업을 고민할 때 돕다보니 사무실 겸 작업실로 굳어진 것이다.

그런데도 사이버코리아 PC방의 손님 좌석 앞뒤는 오래된 PC방치고는 매우 넓다. 요즘 좌석 앞뒤 간격을 넓혀 손님들 간 부대낌을 줄이는 것이 트렌드로 떠올랐는데, 사이버코리아 PC방은 이미 그런 상태였다.

김성종 사장은 20년 전에는 CRT 모니터 크기 상 많은 공간을 차지했는데, 시대 흐름에 따라 LCD 평면 모니터로 교체하면서 좌석 배치를 좁히지 않고 그대로 유지해 결과적으로 좌석 앞뒤가 매우 넓어지게 된 것이라고 귀띔했다.
결과적으로 손님들의 만족도는 높아졌고, 이러한 방식이 최신 트렌드로 떠오르면서 오히려 트렌드를 앞서간 형세가 된 것이다.

20년 장수 비결, 과욕은 금물
PC방의 평균 수명은 3년이 조금 넘는 정도다. 최근 대형화되면서 자본 규모가 커져 생존력이 높아지고는 있지만 여전히 다른 업종에 비해 수명이 길지 않다.

그래서 한 자리에서 20년간 장수할 수 있었던 비결이 궁금했다. 김성종 사장의 답변은 “나도 잘 모르겠다”였다. 그의 말을 빌리자면 “밥 먹고 사는데 부족하지 않은 정도로 꾸준히 이어져 왔는데, 뭔가 대단한 것을 바라지 않았을 뿐”이었다. 기회를 잡고자 욕심을 부리지 않는, 말 그대로 ‘과욕은 금물’이라는 격언을 실천해온 것이 장수의 비결이었음이 엿보였다.

사이버코리아 PC방도 예외 없이 지난 20년이라는 세월 동안 인근에 많은 PC방이 생겼다 사라지기를 반복하며 경쟁에 노출될 수밖에 없었다. 10여 년 전부터는 대형화 바람을 타고 200대 이상 규모의 PC방도 여럿 생겼었는데 지금은 동네 반대편에 위치한 한 곳을 포함해 총 3곳 정도만이 남아있다.
상대적으로 대형이 들어섰는데도 살아 남은 데다가 100대 규모를 예나지금이나 유지하는 이유도 궁금했다.

김성종 사장은 장고 끝에 이 동네는 100대 규모가 딱 맞는 것 같다는 말로 대형 PC방이 무조건 정답은 아니며 상권에 적합한 규모의 창업이 중요하다는 점을 짚어줬다.

상권마다 거주인구, 유동인구, 여가 지출 규모가 다 제각각인데, 그 이상의 규모로 PC를 갖춰봐야 투자비용만 커질 뿐 회수가 불가능한 ‘손실 PC’가 될 수 있다는 지적인 것이다.

김성종 사장은 한 장소에서 20년간 영업을 하면서 해당 상권의 거주인구와 유동인구를 잘 파악하고 있었고, 여가 지출 규모에 대해서도 예측이 가능했기에 인근에 대형 PC방이 들어서더라도 무리한 확장은 적합하지 않다는 결론에 달했다고 한다.

손님이 불편하지 않은 수준이 가장 효과적인 업그레이드 지점
업그레이드 역시 잘 조절해왔다. 과도한 업그레이드는 PC 확장처럼 투자대비 손실만 키우는 것인 만큼 이를 지양했다. 대신 손님들이 게임을 즐기는데 있어서 불편하지 않은 사양을 유지하며 이탈을 잘 방어해왔다.

손님이 불편하지 않은 수준을 목표로 업그레이드 하는 것이 집객과 지출감소라는 두 마리 토끼를 다 잡을 수 있는 가장 효과적인 지점이었다고 20년 경험을 들려줬다.

PC 운영 솔루션은 과거 VOG 도입 이후 노하드솔루션의 등장에 잠시 고민했지만 교체 없이 지금까지 VOG 방식을 고집했다. SSD가 선사하는 빠른 부팅속도에 손님들이 크게 만족하고 있던 터라 몇 초의 차이긴 해도 전보다 느려졌다는 인식을 줄 필요가 없겠다는 판단에서다.

‘노하드솔루션이 관리 측면에서 부담이 훨씬 적지 않느냐’는 질문에 “전 좌석 개별 업데이트와 하드카피도 했는데 VOG 정도면 충분히 편하죠”라는 말로 오랜 경력에서 나오는 여유가 느껴졌다.

손님들의 만족도가 높고 불만이나 불편이 없다면 굳이 익숙한 곳을 떠나 새로운 곳으로 가지 않을 것이라는 지론을 따라 20년을 한결같이 장사를 해온 것이다.

“자식에게 대물림하기 어려운 PC방 업종 현실 안타까워”
“PC방 20년 해보니 PC방으로 큰 돈 버는 것은 로또마냥 소수의 경우인 것 같더라고요” 20년간 PC방을 해오면서 가족들이 굶지 않고 무탈하게 잘 지내왔고 자식들 교육도 시킬 수 있었기 때문에 후회는 없다고 한다.

하지만 이제 나이가 들다보니 24시간 업종이 힘에 부친다고 한다. 군대를 제대한 아들에게 물려주려고 했으나 점점 가벼워지는 고객들 주머니 사정에 소비가 줄어들어 힘들어하는 아들을 보니 가업처럼 대물림해주겠다는 생각을 접게 됐다고 안타까워했다.

업종의 영업 환경이 개선되고, 소상공인 모두 장사가 잘 되도록 번창해 자식에게 대물림해줄 수 있기를 기원한다는 말로 현재 PC방 업계와 소상공인이 처해있는 환경을 함축적으로 설명하는 듯 했다.

김성종 사장이 들려준 20년 장수 비결은 소비자의 만족을 우선하되, 과욕을 부리지 않고 항상 초심을 지킬 것, 그리고 한결같아야 한다는 기본 그 자체였다. 10년 후 김성종 사장님의 아들이 즐거이 PC방을 운영하고 있는 모습을 취재할 수 있길 기대해본다.

저작권자 © 아이러브PC방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