月刊 아이러브PC방 5월호(통권 342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2019년 봄 살인적인 비수기가 기승을 부리고 있다. 3월부터 PC 가동률은 8주 연속 하락세를 이어갔고, 지난달 말 주간 가동률은 20%선을 가까스로 방어했다. 다행히 5월은 비수기 현상이 다소 누그러지는 기간인 만큼 고비는 넘긴 상태다.

올해 봄 비수기가 이토록 맹위를 떨치는 배경에는 흥행 신작은커녕 그냥 신작도 없는 게임 기근을 꼽을 수 있다. 과거에는 신작이 봄, 가을에 데뷔하고, 기존 인기 게임들이 여름과 겨울에 대규모 업데이트 및 이벤트를 진행하는 구도였으나 이제는 그마저도 옛말이 됐다. 온라인게임 개발 자체가 줄어들면서 가뭄에 콩 나듯 신작 게임이 출시됐었는데, 이번 봄은 콩이 나지 않는 해였던 것.

게임사들의 형편이 이러하다보니 자연스럽게 PC방도 영향을 받고 있는 셈이다. 일견 자연스러운 이런 인과관계는 PC방 입장에서는 억울한 측면이 있다. 게임사가 기침 한 번 했다고 PC방이 몸살에 걸려야 할 이유는 없기 때문이다.

이미 PC방 업계는 금연법 시행과 최저임금 인상, 모바일게임 부상으로 인한 라이트유저 감소, 그리고 기업형 PC방 등쌀에 생계형 PC방이 고사하는 등 온갖 악재가 쌓일 대로 쌓인 상황이다. 게임업계 사정에 영향을 받아가면서까지 장사하기에는 PC방 업종이 너무 고난이도 업종이 됐다.

2020년에도 온라인게임 상황은 크게 나아질 가능성이 적다. 따라서 PC방 업종은 자생력과 면역력을 키우는 체질개선이 필요하며, 무엇보다 PC방에 오지 않는 게이머층에게 어필할 수 있는 게이밍 환경을 고심하는 것이 급선무다.

<리그오브레전드>나 <피파온라인4>에서 간헐적으로 진행하는 대규모 PC방 이벤트에는 “게임사들이 이런 행사를 자주 했으면 좋겠다”는 PC방 업주들의 반응이 항상 뒤따른다. 평소와 다르게 손님들이 많기 때문인데, 이는 PC방이 흡수하지 못하고 있는 게이머층 규모가 상당하다는 것을 짐작케 하는 현상이다.

역지사지로 게임사 입장에서 생각해보면 이들의 고객은 PC방 게이머와 비PC방 게이머로 나눌 수 있는데, 어느 한쪽에만 집중하다보면 역풍을 맞을 수 있다. 다시 말해 대규모 PC방 이벤트를 자주할 수 없는 나름의 이유가 있는 것과 같은 맥락이다.

한편, 최근 몇 년 사이 전통적인 온라인게임과 전혀 다른 게임들이 PC방에서 인기를 구가하며 순위 싸움을 하고 있고, 이들의 PC방 프리미엄 혜택과 이벤트 역시 기존 온라인게임들과는 전혀 다른 면면을 띠고 있다. 대표적인 게임이 <배틀그라운드>와 <오버워치>며, 이 둘은 패키지게임 기반이라 PC방 인게임 혜택이나 이벤트도 없다시피 하다.

더욱이 올해는 더 생경한 게임들이 PC방을 찾아온다. 스팀(Steam)을 위시한 외산 게임들이 그 주인공이다. 스팀 유저들은 비PC방 게이머의 대표격에 해당하고, 여기에 속하는 게임들은 앞서 언급한 게임들보다 PC방 이벤트 및 혜택에 훨씬 인색할 것으로 예상되며, 국내에서 스팀표 게임들의 비중은 점차 커지는 모양새다.

봄 가을 비수기를 극복하는데 게임사에 기대할 수 있는 부분이 더욱 축소된다는 의미이며, 결국 비수기 극복은 온전히 PC방 업주의 영역으로 남는다. 이 스팀 게이머를 표용할 수 있는 게이밍 환경 구축이 ‘게임사에 종속되지 않는 PC방 비수기 극복’의 핵심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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