月刊 아이러브PC방 4월호(통권 341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최근 3년 사이 PC방 상위권에 위치한 게임들이 새 얼굴로 바뀌었다. 점유율 순위 1위가 <리그오브레전드>라는 사실에는 변함이 없지만 2위는 2017년 등장한 <배틀그라운드>고 3위는 2016년 데뷔한 <오버워치>다.

<피파온라인4>는 전작의 서비스를 종료하고 바통을 이어받은 애매한 경우지만 어쨌든 2018년 신작이고, 신작 핵앤슬래쉬로 MMORPG의 마지막 보루로 평가받는 <로스트아크>는 아직 출시 반년도 지나지 않았다. 또한 신작처럼 반가운 <카트라이더>는 지난 2004년 출시된 타이틀이지만 불가해한 저력을 발휘해 TOP10으로 올라왔다.

한편, 바뀐 것은 인기 게임 타이틀 외에도 한 가지 더 있다. 바로 PC방 프리미엄 혜택의 내용이다. 새롭게 이름을 올린 게임들의 PC방 혜택이 기존 온라인게임들과 궤를 달리하면서 결과적으로 중요 게임들의 PC방 혜택도 변해가는 분위기다.

무엇이 어떻게 달라지고는 있는지, PC방은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지 살펴봤다.

<리니지>가 달라졌다
엔씨소프트를 대표하는 MMORPG이자 지난 20년간 PC방과 함께 해온 <리니지>가 역대 최대 규모의 업데이트 ‘리니지 리마스터’를 지난달 정식 출시했다.

‘리니지 리마스터’는 1,920×1,080 와이드 해상도의 FHD 그래픽 업그레이드, 사냥 패턴 구현 시스템인 ‘PSS’ 적용, 모바일 스트리밍 서비스 ‘Yeti’ 추가 등이 주된 내용이다. 또한 서버와 서버가 격돌하는 ‘월드 공성전’과 PK상대를 추적하는 ‘리벤지 시스템’도 업데이트가 예정돼 있어 PC방 순위 상승이 확정적이다.

이번 업데이트에서 가장 눈에 띄는 변화는 그래픽 업그레이드지만 PC방 업주에게는 PC방 프리미엄 혜택의 변화가 진짜 리마스터다. 엔씨소프트가 리마스터를 기념해 PC방 혜택을 대대적으로 개편했기 때문이다.

PC방 게이머가 전용 사용터 ‘고대 거인의 무덤’과 ‘고대 정령의 무덤’에서 게임 내 핵심 화폐로 부상한 ‘드래곤의 다이아몬드(각인)’을 획득할 수 있도록 했고, 기존 PC방 혜택을 상징하는 토큰 ‘픽시의 깃털’은 여전히 PC방 전용 버프에 사용된다. PC방 전용 버프의 축복 효율이 10% 향상된 것도 물론이다.

또한 상시적인 인게임 혜택 외에도 PC방 업주에게 쿠폰을 발송해 단골손님들과 호흡할 수 있도록 했다. 이 전용 쿠폰을 사용하면 각 클래스에 맞는 기사단의 무기/방어구 세트, 기사단의 데스나이트 변신 주문서, 기사단의 주화 50,000개가 동봉된 ‘리마스터 PC방 선물 상자’를 획득할 수 있다.

<리니지>의 PC방 프리미엄 혜택은 여기서 끝이 아니다. 비록 8주간 제한적으로 진행되는 이벤트 형식이긴 하지만 경품 이벤트도 병행한다. 뻔한 이벤트로 보일 수 있지만 고급 그래픽카드와 피규어를 선물한다는 내용은 흡사 PC방에 과금하는 패키지게임에서나 볼 수 있는 PC방 혜택을 연상시킨다.

그동안 엔씨소프트는 업데이트 상황에 맞춰 PC방 혜택을 매번 새롭게 개선했기 때문에 앞서 언급한 인게임 혜택 개편은 놀랍지 않지만 패키지게임들의 PC방 혜택을 별도의 이벤트로 뽑아낸 점은 특기할 만하다.

 

<배그>와 <옵치>의 혜택은?
지난 3년 동안 PC방 업계에서 가장 인상적인 게임을 꼽는다면 단연 2위 <배틀그라운드>와 3위 <오버워치>다. 두 게임은 PC방의 절대군주처럼 보이는 <리그오브레전드>를 왕좌에서 끌어내린 경험이 있다는 공통점 외에도 하나가 더 있다.

두 게임은 패키지게임 기반의 온라인게임으로, 기존 온라인게임들과 동일한 형태의 PC방 프리미엄 혜택을 선보일 수가 없다는 특징이 있다. 가령 부분유료화 온라인 FPS게임들이 하는 것처럼 ‘전용 캐릭터’, ‘전용 무기’, ‘전용 아이템’, ‘리스폰 단축’ 등을 선보인다면 공정성 시비에 휘말릴 가능성이 높다. 또한 게이머들에게 패키지를 이미 판매했기 때문에 밸런스에 영향을 줄 정도의 특별 혜택은 반감을 사 게임의 생명을 단축시킬 수 있는 중차대한 문제다.

그러나 게임사에게 PC방 프리미엄 혜택은 너무나도 매력적이다. PC방에 과금을 시작하면 게이머들을 상대로 장사하는 것보다 훨씬 안정적인 수익을 기대할 수 있는데, 이 과금의 근거가 되는 것이 바로 PC방 혜택이기 때문이다.

결국 PC방 업주와 게이머 모두가 납득할 수준의 PC방 프리미엄 혜택을 고심하게 되고, 최종적으로 나온 결과물이 경품 이벤트다. 우리가 잘 아는 ‘눈송이’ 이벤트와 ‘교환소’ 이벤트가 대표적이다.

<오버워치>의 ‘눈송이’는 분기 단위로, <배틀그라운드>의 ‘교환소’는 월 단위로 진행된다는 차이가 있지만 PC방에서 게임을 플레이하며 포인트를 모으고 이를 사용해 경품으로 교환한다는 구조는 동일하다. 또한 인게임 아이템이나 재화는 이벤트 경품에서 제외된다는 것도 동일하다.

게이머가 ‘집이 아닌 PC방에서 게임을 해야 겠다’라는 동기를 부여한다는 점은 과거의 PC방 프리미엄 혜택과 같지만 인게임 혜택은 또 아니라는 점에서는 궤를 달리하는 것이 특징이다. 그리고 이런 경품 이벤트 형태의 PC방 프리미엄 혜택은 이제 두 게임만의 희귀한 특징에서 다른 게임들로 점차 확산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낯선 게임들의 범람 앞에서
<오버워치>와 <배틀그라운드>의 사례에서 확인할 수 있는 중요한 사실은 게임사들이 PC방에 과금을 하고 싶어 한다는 점 외에도 게임이 재미있으면 게이머들은 구입한다는 것, 그리고 그 게임이 시장을 휩쓸 정도로 인기가 많을 수도 있다는 것이다.

심지어 지난달에는 <에이펙스 레전드>와 <도타2 오토체스>의 흥행처럼 예상하기 어려운, 그야말로 ‘사건’이 벌어지기도 했다. 국내 서비스를 하지도 않는 게임이 PC방 인기 순위 10위에 이름을 올리는가 하면, 이미 국내에서 망했다는 평가를 받았던 게임이 팬메이드 커스텀 맵 하나로 11위로 올라서는 일 말이다. 이런 현상은 그만큼 국내 게이머들의 시야가 넓어져 해외 게임에도 빠르게 반응함을 의미한다.

한편, 게이머들의 이런 변화와 맞물려 스팀(Steam)은 PC방 시장에 진출하려는 움직임을 분명히 하고 있다. 현재까지 공개된 스팀의 PC방 서비스 윤곽을 보면 분명 과금 시스템이지만 이를 통해서 PC방은 헤아리기 어려울 정도로 많은 게임들을 만날 수 있게 된다. 이런 게임들 중에는 분명 PC방에서 두각을 나타내는 타이틀이 있을 것이고, 어쩌면 대박을 터뜨리는 타이틀이 있을 수도 있다.

이런 게임들의 등장을 낯설어하기 보다는 익숙해질 필요가 있다. 경품 이벤트에 대한 인식 역시 마찬가지다. 스팀 기반의 게임들이 PC방 이벤트를 진행한다면 아마 밸런스에 영향을 주는 인게임 혜택 이벤트보다는 경품 이벤트가 될 공산이 크다.

사실 스팀 게임에서 PC방 이벤트를 진행한다는 상상은 망상에 가까운 것일 수도 있다. 별도의 국내 퍼블리셔를 끼고 진출하는 게임이 아닌 다음에야 PC방 혜택 이벤트가 스팀에서 진행된 전례가 없기 때문이다.

다만 스팀의 PC방 진출 자체는 기정사실이다. 그동안 PC방 이용을 꺼리던 스팀 게이머들이 PC방을 한번이라도 쳐다보는 계기가 마련된 셈이며, 이런 잠재 고객들의 발길을 PC방으로 이끄는데 옛날 방식의 PC방 프리미엄 혜택이 먹힐 가능성은 그리 크지 않다.

게이머가 바뀌면서 게임들의 PC방 프리미엄 혜택도 변했고, PC방과 무관하게만 보였던 스팀의 입장이 변하면서 올해 PC방을 찾아온다. 이처럼 게임 쪽에서의 크고 작은 변화는 과거형이자 현재진행형이자 미래형이다. PC방 업계의 슬기로운 대처와 적응이 어느 때보다 절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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