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사도 안 되는데 키보드를 고장내는 ‘샷건’만큼 PC방 업주를 열받게 만드는 일이 또 있을까? PC방 업주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샷건보다 열받는 일은 따로 있다. 망가진 키보드보다 샷건을 발사한 총잡이들의 뻔뻔한 태도 때문에 열받다는 이야기가 많다.

서울 용산구에서 PC방을 운영하는 A업주도 이런 경우다. PC방 업계의 대목으로 기대를 모았던 설 연휴, A업주는 신입 알바생과 함께 야간에 매장을 보면서 업무를 인수인계하고 있었다.

일을 마치고 잠시 눈을 붙이던 A업주는 다급히 깨우는 알바생 때문에 깨어났다. 알바생이 가리키는 CCTV 화면을 보니 손님 중 한 명이 게임을 하다 말고 키보드와 마우스를 박살내고 있었다.

느닷없는 샷건에 알바생은 적잖이 놀란 눈치였지만 A업주는 이제 만성적인 일상이었다. A업주는 알바생을 대동하고 경고를 주려고 했는데, 정작 총잡이는 남의 속도 모르고 무사태평하게 자리를 옮겨서 게임을 하고 있었다. A업주는 자초지종을 따져 물었지만 총잡이는 한사코 잡아뗐다.

PC방 업주가 열받는 포인트가 바로 여기에 있다. CCTV 화면을 통해 증거가 있는데 저토록 뻔뻔한 태도에 화가 나는 것이다. 더욱이 이 손님은 마우스랑 키보드가 좋지 않아 게임이 잘 안된다며 소리를 고래고래 지르기 시작했다.

A업주 생각에 키보드랑 마우스 가격은 별 것 아닌 금액이었다. 그런데 죄송하다고 하면 될 일을 이렇게 적반하장식으로 나오니 샷건과는 별개로 화가 났다. 소란이 일자 하나둘 손님들이 매장을 떠났고,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이 빈자리를 메꿨다.

총잡이는 경찰 앞에서도 안하무인이었다. 고장난 키보드로 손님한테 사기를 친다며 언성을 높였고, 키보드가 마음에 안들면 바꿔달라고 하지 부술 필요는 없지 않냐는 사과 종용에도 막무가내였다. 이 손님은 조서를 작성하면 결국 키보드와 마우스 값보다 훨씬 큰 돈을 벌금으로 내야 한다는 경찰관의 말을 듣고 서야 꼬리를 내렸다.

A업주는 “벌금에 깨갱할 거면서 이 소란을 피운 이유가 궁금해진다”며 “도저히 내 상식으로는 이해가 안된다”고 말했다. 그는 “가뜩이나 강서구에서 흉흉한 사건이 있었기 때문에 일단 무조건 죄송하다고 하는 편인데 이런 일을 겪으면 장사고 뭐고 다 때려치우고 싶은 생각 뿐”이라고 하소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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