月刊 아이러브PC방 11월호(통권 336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지난달 서울 강서구의 한 PC방에서 끔찍한 살인사건이 발생했다. 전 국민적 분노를 일으킨 ‘강서구 PC방 살인사건’이다.

올해 최대 이슈로 꼽히는 이번 사건은 다양한 쟁점들이 복합적으로 맞물리면서 이목을 더욱 집중시키고 있는데, PC방 업주들에게도 PC방을 다시금 생각해보게끔 하는 계기를 마련하고 있다.

사건의 전말
10월 14일 오전 7시 30분 가해자 김성수는 PC방 알바생 A씨(21세)에게 이전 이용객이 남긴 음식물을 자리에서 치워달라고 요구한다. 김성수는 화장실에 다녀왔지만 자리가 치워져 있지 않자 PC방 선불요금 1,000원을 환불해달라고 요구하면서 A씨와 말싸움을 벌인다.

7시 40분 발산파출소에는 “PC방 알바가 손님에게 욕을 하고 있다. 손님이 자리 치워달라고 얘기했더니 일하시는 분이 인상을 쓰면서 말싸움이 붙었는데 분위기가 험악하니까 와서 중재해달라”는 내용의 신고가 들어온다. 신고자는 동생 B씨(27세)다.

같은 시각, A씨도 “손님이 행패를 부리며 ‘죽여버리겠다’고 협박한다”고 신고를 했다. 신고를 받고 곧바로 출동한 경찰은 두 사람 간 폭력은 없었기 때문에 말다툼을 말리고 15분 후 현장에서 철수했다.

CCTV를 통해 확인된 영상에 따르면 8시 경 김성수는 PC방에서 300m 떨어진 집에서 등산용 칼을 가져와 A씨를 난자했다. 이 과정에서 동생 B씨는 PC방 주변을 살피며 경찰이 철수하는 것을 확인했고, 거구인 피해자를 뒤에 붙잡는 모습이 포착됐다.

8시 10분, 손님들의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은 현장에 있던 김성수를 테이저건으로 제압해 체포한다. 도망의 우려가 있어 구속된 김성수와 달리 이미 현장을 빠져나간 B씨는 참고인 자격으로 조사를 받았을 뿐이다.

피해자 A씨는 급히 병원으로 이송됐지만 사건발생 3시간 만인 오전 11시경 끝내 숨을 거뒀다. 사건 직후 김성수의 가족들은 그의 우울증 진단서를 경찰에 제출했으며, 김성수는 충남 공주 국립법무병원 치료감호소로 옮겨져 최장 한 달 동안 정신감정을 받을 예정이다.

국민청원 100만의 분노
10월 17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강서구 PC방 살인사건, 또 심신미약입니다.’라는 제목의 청원 게시물이 올라왔다. 극악무도한 범죄가 심신미약을 이유로 감형을 받아서는 안 되며 엄벌할 것을 촉구한 게시물은 1주일도 되지 않아 동의 서명인 100만 명을 넘어섰다.

강력범죄를 저지른 범죄자가 심신미약을 이유로 감형을 받은 사례가 누적돼 국민들의 정서와 어긋난다는 비판이 이미 많았고, 이번에도 우울증을 들먹이자 그동안 쌓인 불만이 한꺼번에 터진 것이다.

또한 분노범죄가 사회적으로 물의를 빚고 있는 상황에서 1,000원 환불을 이유로 자기를 무시하는 것 같아 화가 나서 죽였다는 진술도 기름을 부었다. 아울러 유명 연예인들이 나서서 관심을 촉구했고, 피해자의 담당의사가 상처의 형태를 분석해 범행의 잔인함을 알리기도 했다.

경찰조사 발표와 언론이 발표한 CCTV 내용의 불일치로 인해 동생 B씨의 공범 의혹이 사실로 드러나 경찰에 대한 불신까지 더해졌다. 행패와 욕설이 난무한 현장에 경찰이 출동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결국 무고한 21살 청년의 죽음을 막지는 못했다.

결국 여론의 압박을 의식한 탓인지 경찰청 신상공개심의위원회은 이례적으로 피의자 김성수의 신상공개를 결정했다. 한 가지 다행스러운 점이 있다면 이번 사건이 세간의 주목을 받으면서 준엄한 법의 심판을 받을 확률이 높아졌다는 것이다.

PC방에서 벌어지는 강력 사건, 왜?
이번 사건이 유독 크게 부각되었을 뿐 과거에도 PC방에서는 강력 사건이 수차례 벌어진 바 있다. 2016년에는 무일푼 외국인이 귀국행 비행기표를 사기 위해 PC방 업주를 살해했고, 2015년에는 정신분열증 환자가 흉기를 휘둘러 PC방 손님 1명이 사망한 사건이 있었다. 그 전에는 게임머니를 충전해달라는 요구를 거절하자 PC방 종업원을 살해한 사건과 무직자가 PC방에서 월세를 마련하려고 살인을 저지른 사건도 있었다.

범죄심리학 교수들은 저렴한 이용요금에 주목하고 있다. 시간을 보내거나 오갈 곳 없는 사람들이 쉽게 찾아올 장소라는 것이다. 경제적 어려움을 겪으며 잠재적인 분노가 쌓여있거나, 정신적으로 문제가 있어 감정조절이 취약한데, 자신의 요구가 서비스에 반영되지 않으면 폭탄마냥 터져버릴 수 있다는 설명이다.

이번 사건 역시 담당의가 지적했듯 피해자의 안면부를 난자하는 잔혹한 살해 방식이 특징이었다. 금품 등 어떤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방해물인 알바생을 살해한 것이 아니라 무시당했다고 느낀 자신의 분노를 보복이라는 형태로 표출했기 때문이다. PC방 업주들 사이에 “어딘가 느낌이 이상한 손님이 있으면 그냥 해달라는 거 다 들어줘라”라는 말이 통하는 것은 목숨을 부지하기 위한 육감적 몸부림이었던 셈이다.

내 생명과 재산을 지키기에는 경찰은 너무 느리다
PC방 업주들 사이에서도 이번 사건은 화제다. 단순히 살인사건의 장소가 PC방이기 때문만은 아니다. PC방 업주들은 말도 안 되는 요구를 하는 손님, 느닷없이 행패를 부리는 손님, 별 시답잖은 시비를 걸어오는 손님들을 숱하게 경험해왔다.

그런데 이들이 김성수처럼 살인마로 돌변해 덤벼든다면? 이럴 경우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 것일까? 그리고 나는 어떤 결과를 맞이하게 될까? PC방 업주는 이런 질문을 던지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

PC방은 남녀노소 누구나 자유롭게 출입할 수 있는 공간이며, 심야 시간대에도 영업을 계속하는 업종이다. 또 저렴한 비용으로 시간을 보낼 수 있는 부담 없는 공간, 손님이 서비스를 요구하는 공간이라는 특징도 있다.

이런 이유 때문인지 알바생과 마찰을 빚는 손님은 부지기수고 손님 간의 다툼이 벌어지는 것도 예삿일이다. 덕분에 경찰서 출입을 안 해본 업주는 창업 한 달도 안 된 초보 중에서도 생초보 업주로 통하고, 관할지역 파출소 경찰관의 얼굴을 못 본 업주를 찾는 것은 거의 불가능에 가깝다.

하지만 경찰의 대응은 만족스럽지 못하다. 이번 사건을 통해 드러났듯이 담당 경찰은 이번 신고를 ‘불친절 서비스 시비’로 분류해 ‘코드 2’로 출동했고, 별일 아니라는 듯 가해자와 피해자를 화해시키는데 주력하고 15분 만에 철수했다.

이제야 눈에 띄는 PC방 안전의 현실
PC방 근무자들의 안전은 이처럼 위험에 노출된 실정이지만 CCTV 외에 뚜렷한 대책을 마련하기는 어려운 것도 부정할 수 없는 현실이다. 더욱이 CCTV는 범행을 억제하는 효과가 있지만 강력사건이 벌어진 순간에는 아무런 도움이 될 수 없다.

현실적인 방법은 고작해야 비상연락 핫라인 구축 등 일반적인 보안 수준을 높이는 정도 외에는 뾰족한 수가 없다. PC방 업주들은 “우리는 그동안 CCTV 화면으로 무수히 많은 범죄자들이 경찰에 체포될 수 있도록 적극 협조해왔다. PC방에서 신고가 들어오면 말싸움 말리러 간다는 생각으로 귀찮아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주문했다.

이어 “경찰청이 편의점과 함께 도입한 긴급 신고 버튼이 오신고율을 80% 감소시켰고, 검거율도 높인 것으로 알고 있다. 오신고율이 낮아지면 경찰들의 업무 부담이 줄고, 중요한 신고에 더욱 집중할 수 있을 것이다. PC방을 지역사회 안전망에 포함해주길 간절히 바란다”고 입을 모은다.

폭력성향이 있는 정신질환자가 내 매장에 드나드는데 성범죄자처럼 조회가 가능한 것도 아니고, 내 눈앞에서 분노조절에 실패해 날뛰는데 출동한 경찰은 빨리 해결하고 철수하는데 급급하다면 이만큼 불안한 일이 또 있을까? 호신용품에 대한 PC방 업주들의 관심이 부쩍 늘어난 것도 이런 불안감의 발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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