月刊 아이러브PC방 10월호(통권 335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한국의 대표적인 문화 중 하나는 24시간 업종이 있다는 것이다. 한 해외 미디어가 서울의 관광 포인트 50선 중 24시간 업종, 그중에서도 PC방을 꼽은 데는 그만한 가치가 있기 때문일 것이다.

 

하지만 내년에는 이러한 24시간 업종의 야간 영업이 크게 위축될 것으로 전망된다.

최저임금 폭등과 그에 따른 경기 침체로 위기에 처한 24시간 업종
야간은 주간과 달리 이용자 수가 적을 수밖에 없다. 이제까지는 적자가 나더라도 그 규모가 크지 않다면 24시간 업종이라는 이미지를 유지하고 골목상권의 특성을 이어가기 위해 일종의 브랜드 투자로 여기며 24시간 영업을 고수해왔다.

하지만 내년 1월 1일부터는 사정이 다르다. 이미 올해 최저임금이 16.4% 폭등한데 이어 내년 1월 1일부터는 10.9%가 인상되기 때문에 야간 영업에 따른 인건비 부담이 커지기 때문이다. 2년 사이 최저임금이 30% 가까이 인상되는데, 그 2년 사이 매출은 제자리걸음만 해도 다행인 상황이다.

당장 PC방만 해도 주요 고객층인 20~30대의 방문 빈도와 지출 규모가 줄어 매출이 소폭 하락했다. 업주들이 고객들에게 듣는 재방문률 감소 이유는 ‘수중에 돈이 없기 때문’이라고 한다.

 

즉, 보완대책 없이 갑작스레 폭등한 최저임금으로 인해 물가는 높아지고, 소득원이 되어주던 아르바이트 근로시간이 줄어들면서 실질소득이 감소했기 때문이다.

알바몬과 트렌드모니터의 설문 결과 아르바이트생의 주간 평균 근로시간이 매년 20~21시간대였던 반면 올해 상반기는 16.4시간으로 크게 감소했다.

최저임금 대상자 가운데 실직하지 않고 남아있는 가장 낙관적 계층을 대상으로 조사된 통계에서조차도 소득인상분은 9%로 최저임금 인상 16.4%의 절반 수준에 불과해, 일자리를 보존한 아르바이트생들 가운데 상당수가 근로시간이 단축됐음을 알 수 있다.

이처럼 실직소득이 감소하니 필수 지출인 의식주를 제외하고 나면 문화여가 비용을 우선 줄일 수밖에 없는데, 물가마저 오르다보니 이 감소분이 더 크게 작용하는 상황이다.

이런 이유로 PC방 업계에는 영업 적자가 발생하던 야간 영업이 생존과 직결되는 상황이 됐다. 인건비 지출은 늘고 매출은 더 감소했기 때문이다.

실제 PC방 심야영업이 줄어들고 있는 것은 통계에서도 여실히 드러나고 있다. 미디어웹이 서비스하는 PC방 전문 리서치 게임트릭스에 따르면 새벽 시간대의 PC 가동률은 극단적으로 한 자리 수까지 떨어진다. 물론 PC방 전면금연화가 시행된 2013년부터 지속적으로 하락해왔던 만큼 최저임금 폭등에 따른 실질소득 감소 탓만은 아니지만, 2016년 <오버워치>, 2017년 <배틀그라운드> 등 전 세계적으로 흥행한 게임들이 연이어 등장했음에도 불구하고 PC 가동률이 반등하지 못하고 여전히 소폭 하락하고 있는 것은 최저임금 폭등에 따른 실질소득 감소가 스모킹 건임이 명백하다.

 

즉, 최저임금 폭등에 따른 실질소득은 전 세계적인 흥행작의 상승효과 보다 조금 더 큰 규모의 침체 효과를 유발했다는 방증이다. 물론 <배틀그라운드> 출시 이후 일부 주간 시간대의 PC 가동률이 상승한 것도 확인할 수 있다.

의미 퇴색되는 야간 영업
야간 PC 가동률이 낮아진다는 것은 야간 매출이 줄어든다는 의미와 동일하다. 그렇다면 야간 시간대의 PC 가동에 따른 기본 매출과 기본 인건비 지출은 어떻게 될까.

2018년 상반기의 PC방당 평균 보유 PC 대수는 84.37대였다. 0시부터 8시까지 평균 PC 가동률은 18.09%로, 이는 PC방당 평균 PC 수 84.37대 기준에서 15.26대가 가동되는 셈이다. 게임백서에 따르면 PC방 평균 이용요금이 수년째 800원대에 머물러 있는데, 시간당 810원으로 계산하면 야간 8시간 동안 매출은 98,884원에, 시간당 870원으로 계산해도 106,209원에 불과하다.

2018년 최저임금 시급 7,530원을 기준으로 8시간 임금, 즉 인건비 지출은 60,240원이다. 여기에 시간당 233원 이상인 게임사 가맹 게임비가 최소 28,444원 이상 지출되기 때문에 야간 운영으로 10,200~16,475원의 차액만 남게 된다. 물론 전기와 수도, 그리고 임대료 등 고정 지출까지 감안하면 사실상 이윤 없이 운영하는 셈이 된다.

 

소통은커녕 대화조차 거부한 정부

당장 3개월이 지나면 최저임금이 10.9% 인상된다. 올해보다 매출이 10% 이상 늘어나지 않는다면 늘어나는 10.9%의 인건비만큼 소상공인인 PC방 업주가 고스란히 적자로 떠안아야 하는 것이 현실이다.

연착륙이 아닌 급강하 중에 낙하산과 같은 안전장비 없이 각자도생해야 하는 상황이라는 말 외에 더 적합한 설명은 없을 것이다.

일자리안정자금과 같은 정책이 시행 중이긴 하지만 현재 지급이 전체 예산 3조 원 가운데 22.1%에 불과하다는 사실이 현실을 그대로 말해주고 있다. 여러 언론을 통해 소상공인과 단시간단기간 아르바이트생들의 대부분이 실질적 혜택은 거의 없이 그냥 4대 보험 부담만 늘어나는 꼴이라 원치 않는다는 목소리를 내고 있는 이유를 한 번쯤 들여다봐야 하는데, 그러지 않고 있으니 시행 9개월이 지난 지금까지도 어긋난 정책이 제자리를 찾아가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당장 국민연금 6개월 소급적용 안내가 큰 논란을 야기하고 있고, 단시간·단기간 알바생에게는 고용보험은 무용지물이고, 학자금대출과 기초수급자 관련 문제도 사회적 논란거리다. 상황이 이러니 일자리안정자금은 그나마도 일부 중소기업에서나 활용할 뿐 소상공인들에게는 계륵과도 같은 존재로 치부되고 있다.

물론 혜택을 보는 소상공인이 아예 없는 것은 아니다. 단지 그 수가 매우 적고 효과도 그리 크지 않은 수준일 뿐이다.

 

고용 대신 자동화로 눈 돌리는 24시간 업종
최저임금 폭등과 경기침체로 24시간 영업이 어려워진 PC방이 야간 영업 중단을 고려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새로운 방법으로의 24시간 업종으로 변신을 고심하는 측면도 나타났다. 바로 자동화에 눈을 돌리기 시작한 것이다. 24시간 업종의 특수성을 유지하면서도 인건비 지출이 없도록 하면 야간영업을 계속 할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에서다.

이미 PC방에는 지난 2012년부터 노하드솔루션이 보급되기 시작했고, 먹거리 자판기 등 자동화 솔루션이 널리 확산되고 있다. 여기에 선불결제기의 등장으로 이제는 고객 출입과 비용정산도 자동으로 처리할 수 있는 단계에 이르렀다.

하지만 이처럼 높아진 자동화 수준에도 불구하고 PC방 업계는 야간 청소년 출입이라는 풀어야할 숙제가 있다. 청소년이 계획적으로 불법행위를 저지르더라도 처벌은 업주가 받게 되는 잘 못된 현행법으로 인해 자동화에 보완이 요구되는 상황이다.

 

현재 자동문과 지문인식기를 이용해 선불결제기와 연동시키는 방법론이 제시돼 있으나, 아직 정식 상용 솔루션은 등장하지 않은 상태다. 기기 간의 호환성과 신뢰성, 그리고 문제가 발생했을 시 책임이 명확치 않다보니 상용 솔루션의 등장까지는 다소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최저임금 폭등과 경기침체로 인한 자동화 및 야간 무인 운영에 대한 업계의 니즈가 커지고 있는 만큼 연말연시가 되기 전에 보다 완성도 높은, 혹은 새로운 자동화 솔루션들이 선보일 것으로 예상된다.

분명한 것은 PC방 업계에서 날로 어려워지는 주간 영업은 물론 야간 영업에 대해 ‘고용’ 대신 ‘자동화’로 그 해법을 찾으려 하는 기조가 도드라지고 있다는 사실이다.

기술의 발전, 혹은 청소년의 위계에 의한 범죄에 대해서는 소상공인의 처벌을 면책해주는 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다면 고용을 대신할 자동화가 한층 더 가속화될 것으로 보인다.

기술의 발전 혹은 청소년의 위계에 의한 범죄에 대해서는 소상공인의 처벌을 면책해주는 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다면 고용을 대신할 자동화가 한층 더 가속화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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