月刊 아이러브PC방 9월호(통권 334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여야는 상가건물임대차보호법(이하 상가임대차법) 등 쟁점법안을 8월 임시국회에서 처리하기로 했지만 결국 이견을 좁히지 못해 불발됐다.

상가임대차법 개정안은 계약갱신청구권 기한을 기존 5년에서 10년으로 늘리는 것을 주된 골자이며, 민생법안으로 불리면서 이미 여야 간의 합의가 이루어진 상태였다. 하지만 인터넷전문은행 규제완화법 등과 패키지로 묶어 처리하려다가 여야의 시각차가 드러나면서 본회의 상정이 미뤄졌다.

정치권에서는 ‘민생타령’을 하면서 서로 민생을 챙기는 정당이라는 이미지를 점하고 싶은 눈치지만 이번 국회에서 최대 민생법안으로 꼽히던 상가임대차법은 알력 다툼에 뒷전으로 밀려나버렸다.

민생을 위해 만들어졌다는 상가임대차법 개정안도 영세 자영업자의 시름을 덜어주기에는 충분치 않지만 이래저래 아쉬움이 큰 것은 어쩔 수 없다.

임대계약 보장기간이 늘어나면 영세 자영업자를 어느 정도 보호하는 효과가 있는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창업 이후 3년 정도를 생존하면 성공했다고 평가를 받는 경기를 감안했을 때, 냉정히 말해서 보장 기간이 10년으로 늘어난다고 소상공인의 생존력이 갑작스레 커지는 것은 아니다.

보장기간이 늘어나면 취약한 영세 상인들의 권리를 보호하는 효과가 기대되지만 동시에 부작용도 있을 수 있다. 대표적인 것이 임대료 대란이다. 상가임대차법 대상이면 연 5%로 임대료 인상이 제한되는데, 법 개정을 통해 5년간 제한된 임대료 인상이 10년으로 늘어나면 임대인들이 제도 시행에 앞서 보증금과 임대료를 대폭 인상할 것은 자명하다.

게다가 정부가 환산보증금을 최소 30~50% 인상하기로 하면서 상가임대차법 대상도 확대될 전망이라 계약갱신청구 기한 연장과 함께 이런 반작용이 가속화될 공산이 크다.

개정안이 나오기 훨씬 이전부터 보장기간이 확대되면 재계약하는 건물주들이 미리 임대료를 올릴 것이라는 우려 섞인 예상이 팽배했는데, 이런 부분에 대해서는 대책이 미진하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높다.

개정안 통과 불발을 두고 “차라리 잘 됐다. 이번 기회에 정교하게 개정안을 다듬어야 한다”고 평가하는 자영업자들이 있는 것도 바로 이런 이유에서다. 5년은커녕 1년도 생존을 장담할 수 없는데 계약갱신청구권 기한이 늘어나는 것보다 임대료를 갑작스럽게 올리지 못하도록 하는 내용이 포함되어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다.

또한 영세 상인을 보호하겠다는 개정안의 취지에는 많은 사람들이 공감하지만 임대인의 입장은 전혀 고려되지 않았다는 점도 다소 아쉽다. 정치권과 정부는 아무런 부담 없이 임대인만의 희생을 전제로 임차인을 보호하면 예상치 못한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다. 2배로 늘어난 보장기간으로 인한 임대인의 부담을 경감할 정책과 임대인과 임차인 사이의 커지는 반목을 조율할 정책이 필요한 이유다.

한편, 보장기간이 늘어나면 임대인과 임차인 사이의 갈등 외에도 임차인과 임차인의 갈등도 커질 수 있다. 다음에 계약하는 임차인은 훨씬 더 높은 권리금을 떠안을 수도 있게 되는데 이는 곧 경제적 부담이기 때문이다.

이처럼 임대계약 보장기간은 임차인과 임대인의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얽혀있고, 업종별로 최저임금이 달라져야 하는 것처럼 지역별, 상권별, 상가별 상황이 다르기 때문에 인상 상한선으로 연 5%라는 동일한 기준을 일괄 적용하기 어려운 문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야는 상가임대차법 개정안을 사전에 합의했고, 이달 열리는 정기국회에서 개정안을 포함한 쟁점법안들을 빠르게 처리한다는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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