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도 국민이고 사람이다”
장대비 속에서 소상공인 수만 명 자리지키며 최저임금 제도 개선 촉구

잘못된 최저임금 제도를 개선하라고 전국에서 소상공인 수만 명이 광화문 앞에 집결했다.

소상공인연합회(회장 최승재)는 8월 29일 오후 4시 광화문 광장에서 ‘최저임금 제도 개선 촉구 총궐기 국민대회’를 개최했다. 장대비가 계속되는 와중에도 소상공인연합회, 한국외식업중앙회, 소상공인총연합회 등 150여 단체 소속 소상공인 수만 명이 참석해 자리를 지켰다. 국회의원 126명도 참석해 이번 집회의 경중을 엿볼 수 있었다.


2년 사이 최저임금은 29% 폭등하고 그 결정 과정에 직접적 당사자인 소상공인이 철저히 배제되고 공익위원의 정치적 중립 훼손까지 거론될 지경에 이른 상황임에도 정부의 보완대책은 물론 입법부의 민생법안 처리는 지지부진하기 때문에 소상공인들이 생업을 잠시 내려놓고 거리로 나온 것이다.

꿈꾸는 이상을 쫓는 과정에서 재벌개혁 없이 소상공인에게만 고통을 전가하지 말고, 상생할 수 있게 소통하고 또 돌아봐달라는 취지다.

△소상공인에게만 짐을 짊어지게 내몰지 말아달라고 호소하는 한국외식업중앙회 제갈창균 회장

한국외식업중앙회 제갈창균 회장은 모두발언을 통해 “근로자에게 월급을 지급해 보지 못한 사람, 건물과 시설에 투자해 한 푼도 건지지 못하고 나락에 빠져본 적이 없는 사람, 건물주의 갑질에 당해본 적이 없는 사람들이 소상공인을 사지로 내몰고 있다”며 총궐기대회에 모인 배경을 설명했다. 이어 “노사 모두 사회적 동업자인데, 모두에게 똑같이 대해줘야 하는 것 아니냐”며 “소상공인에게만 짐을 짊어지게 내몰아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사회, 경제적 불평등 해결 과정에 소상공인만 소외되고 있다며 제도 개선을 호소하는 최승재 회장

소상공인연합회 최승재 회장은 모두발언을 대신한 ‘문재인 대통령께 드리는 호소문’을 통해 “경제민주주의를 실현해 사회‧경제적 불평등을 해결하려는 정책을 실현하는 과정에서 어떤 계층도 소외되서는 안 된다. 그런데 저임금근로자의 최저생활을 보장하기 위한 최저임금 1만 원을 조기실현하면서 소상공인을 벼랑 끝으로 내몰았다”고 밝혔다. 이어 “정책 책임자들이 700만 소상공인들의 현장 목소리를 외면하고 있는 현실이 서글프다”며 관계 당국의 적극적인 소통과 제도개선을 호소했다.

소상공인연합회 측이 요구하는 것은 △불통의 정책 폐지 및 소통 행보 요구 △재벌개혁 없는 소상공인 고통 전가 중단 △실효성있는 보완 대책 마련 △최저임금위원회 사용자위원에 소상공인 위원 50% 배정 △5인 미만 영세소상공인 최저임금 차등 적용 △주휴수당 최저임금 산입 적용 △일자리 창출 지원 등으로, 이미 법률에 명시돼 있고 대법원 판결까지 나와 있는 등 당연한 것의 보편화다. 부당하거나 무에서 유를 창조해달라는 것이 아니다.

실제 주휴수당 최저임금 산입은 지난 2007년 1월 대법원 판례로 그 성격이 확인됐으며, 지난 8월 16일 서울행정법원도 대법원의 판례를 인정하고 고용노동부의 해석이 법리와 배치됨을 명확하게 지적했다.

소통의 정치는 대통령 공약이고 일자리 창출 지원은 현재도 실효성이 낮을 뿐 실행하고 있다. 최저임금위원회 사용자 위원 중 소상공인 위원 배정은 노사합의 측면에서 소상공인이 직접 당사자에 해당되기 때문에 규모에 대한 이견은 있을 수 있지만 참여 그 자체를 막는 현재의 구조가 오히려 불합리한 상황이다.

5인 미만 영세소상공인 최저임금 차등 적용 요구 역시 이미 최저임금법에 차등 적용할 수 있다고 명문화돼 있으며, 고용노동법에 5인 미만 사업장을 영세사업장으로 분류해 일부 법조항 적용에 예외를 두고 있어 법적 근거도 마련돼 있는 상태다. 단지, 고용노동부가 이를 준용하려하지 않고 있는 것 뿐이다.

결국 소상공인이 이날 호소한 요구들은 허무맹랑하거나 무에서 유를 창출해달라는 것이 아니라, 이미 법에 있는 것을 법대로만 해달라는 것과 실효성이 없는 보완 대책들을 실효성이 높아지도록 수정‧보완해달라는 것이다.

소상공인연합회는 그간 최저임금 인상 자체를 부정한 적이 없으며, 정부가 소득주도 성장론을 밝혔을 때도 응원의 메시지를 보냈다. 하지만 지원이나 보호 울타리 대신 무조건 참고 인내하라는 채찍만 가해졌다. 소상공인들이 급기야 불복종 저항 운동을 선언하기에 이른 것도 어찌보면 예견된 일이 아닐 수 없다.

700만 소상공인들은 그 자체가 가계 경제이기도 하고, 이는 국내 전체 경제인구 가운데 36.2%에 해당하는 규모다(2015년 통계청 소상공인현황 기준). 소상공인들이 장대비 속에서 울부짓는 잘못된 최저임금 제도의 개선과 법에 있는 대로만이라도 지켜달라는 호소가 그 어느 때보다 위기로 들리는 까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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