月刊 아이러브PC방 7월호(통권 332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PC방 업주들이 합심해 개최하는 게임대회는 아마추어 이스포츠의 꽃으로, PC방 태동기부터 명맥을 이어왔다. PC방 게임대회는 게임의 저변을 확대했고, 프로게이밍의 근간을 마련했고, 기라성 같은 프로게이머를 배출했고, 그 자체로써 PC방의 고유 콘텐츠로 발전하는 모습을 보여주기도 했다.

그러나 PC방 이스포츠 대회는 3년 전 발생한 불미스러운 사건으로 발목을 잡힌 상태다. <히어로즈오브더스톰>이라는 이스포츠에 적합한 대형 타이틀의 등장, ‘대통령배 아마추어 이스포츠 대회(KeG)’ 와의 연계 등 호재가 겹치면서 전국의 PC방들이 네트워크를 형성해 조직화되는 단계에서 터진 횡령 사건은 PC방 업주들의 참여 열기에 찬물을 끼얹는 결과로 이어졌다. 이제 잔해만 남은 PC방 게임대회는 다시 90년대 후반으로 돌아가 각 매장에서, 또는 소규모의 연합이 산발적으로 개최하고 있는 실정이다.

오즈라인업 PC방의 ‘오즈아레나’는 이런 잔해들을 어떻게든 긁어모아 PC방 게임대회의 명맥을 이어가고 있는 PC방 브랜드다. 서울 신논현에 위치한 오즈라인업 PC방을 찾아가봤다.

“게임대회는 PC방의 블루오션”
오즈아레나는 PC방을 찾아오는 게이머에게 최고의 PC 사양과 시설, 그리고 다양한 먹거리를 통해 최상의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을 목표로 하며, 특히 게이머에게 지속적인 이스포츠 경험을 제공하고 게이밍 역량을 키워나갈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는 비전을 갖고 있다.

신논현 역세권에 위치한 오즈라인업 PC방은 이러한 브랜드 비전이 고스란히 녹아있는 매장이다. <배틀그라운드>, <리그오브레전드>, <오버워치> 등 PC방에서 인기가 높은 게임들을 앞세운 대회를 매월 개최하고 있다.

바로 ‘우리끼리 이스포츠 리그(WESL)’다. 전국에서 마음이 맞는 PC방 업주들이 힘을 모아 출범한 WESL는 게임사들이 주최하는 대회처럼 거창하고 화려하진 않지만 게이머들이 부담 없이 출전할 수 있는 동네 대회다.

특히 PC방 점유율 1위 게임인 <배틀그라운드>는 아직 이스포츠 분야가 시작 단계라서 PC방이 할 수 있는 역할이 많은 종목이고, <리그오브레전드>는 올해 ‘전국 PC방 토너먼트’가 휴업 상태다. 또한 <오버워치>는 ‘컨텐더스 코리아’라는 타이틀로 아마추어 대회를 강화하고 있으니 게임대회를 염두에 두고 있는 PC방 입장에서는 호재다.

오즈라인업 PC방 이개성 사장은 PC방의 차별화된 콘텐츠를 고심하던 중 이런 성격의 대회를 원하는 PC방 고객들의 니즈를 반영한 것뿐이라고 WESL의 시작을 소개했다. PC방이 주축이 되는 대회인 동시에 게이머들의 생활감이 녹아있는 대회라는 것. 이 사장의 말에 따르면 WESL에 대한 게임사들의 반응은 놀랄 정도로 호의적이고 게이머들의 호응도 만족스럽다고 한다.
게임대회를 뺀 오즈라인업 PC방의 모습은?

오즈라인업 PC방은 이미 PC방 업주들 사이에서 유명세를 타고 있는 매장으로 예비 창업주들은 물론 이미 매장을 운영하고 있는 업주들도 견학을 온다. 게임대회 관련 노하우를 보고 배우기 위해서다. 하지만 게임대회를 뺀 오즈라인업 PC방의 모습은 어떨까?

이런 게임대회를 제외하면 오즈라인업 PC방은 PC 150대 규모의 중형 매장으로, 눈길을 붙잡는 대단한 아이템은 없는 평범한 매장이다. 교통의 편의성을 고려한 위치선정, 회원 1,500원/비회원 2,000원으로 평균 이상인 이용요금, 그래픽카드 지포스 GTX 1070/메모리 16GB의 다소 높은 PC 사양 정도가 다라면 다다.

이개성 사장은 오즈의 정체성은 게임대회에 있지만 그렇다고 전통적인 PC방의 성격을 등한시하지는 않는다고 한다. 그는 “접근성 높은 목에 자리를 잡는 것이나 고사양 PC와 프리미엄 게이밍 기어를 추구하는 것은 게임대회를 염두에 둔 결과인 동시에 PC방 고객들의 발길을 유도하기 위한 기본 장치”라며 “고객들이 찾아오기 쉽고 쾌적한 게임플레이 환경은 게임대회는 물론 PC방의 필수조건”이라고 말했다.

한편, PC방 업주들 중에는 매장 운영에 게임대회를 접목하고 싶지만 참고자료가 없다고 호소하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게임대회 개최하고 SNS를 통한 홍보에 적극적인 오즈라인업 PC방이 이런 활동과 실제 집객의 상관관계를 어떻게 보고 있는지 궁금했다.

이 부분에 대한 이개성 사장은 대답은 거침이 없었다. 그의 대답은 “무조건 매출이 오른다”였다. 매장을 방문한 시각이 평일 오후 4시 정도였는데 눈대중으로 봐도 가동률 50% 이상은 충분해보였다. 이개성 사장이 운영하고 있는 총 10개 매장 중에는 게임대회가 없던 매장을 인수한 경우도 있는데, 이런 매장에 게임대회를 가미한 이후 매출 상승폭이 적게는 20%에서 많게는 50%까지 늘어났다는 것.

오즈라인업 PC방 매니저는 “상승한 매출분을 조금 더 자세히 들여다보면 기존 고객과 게임대회로 창출한 고객의 비율을 대략적으로 알 수 있다. 정확히 계산하기는 어렵지만 7:3 정도”라며 “특히 멀리서 온 고객들은 체류시간이 상당히 길기 때문에 PC 이용요금은 물론 먹거리 매출까지 기대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돈주머니 따로 있고 PC방은 취미?”
한편, 오즈라인업 PC방의 세련된 인테리어, 청소 전문 용역 고용, 알바 매뉴얼 제작, 게임사와 연계한 게임대회, 대당 200만 원대의 고사양 PC, 와이파이 개방 등은 생계형 PC방에서는 위협처럼 느껴지는 게 사실이다. 일부 PC방 업주들은 “저런 사장은 돈주머니 따로 차고 있고 PC방은 그냥 취미다”, “저 돈이면 누가 PC방 못하냐? 왜 PC방 하는지 모르겠다”라는 힐난 아닌 힐난을 하기도 한다.

이개성 사장은 “그렇게 말씀하시는 PC방 사장님들을 몇 분 알고 있고 그런 정서도 이해한다. 하지만 나도 평범한 PC방 사장이고 현실적인 문제를 겪고 있는 개인사업자다”라며 “들어오는 돈도 크지만 나가는 돈도 크다. 나보다 사업의 덩치가 큰 분들도 있고 작은 분들도 있다. 규모만 다를 뿐 매순간 금전적인 압박감을 받는 개인사업자인 것은 모든 PC방 업주들의 공통사항일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서 “7년 전 PC방을 시작했을 때는 투잡이었지만 4년 전부터 완전히 PC방 업계에 투신했다. PC방이라는 사업이 재미있고 내가 가진 자원과 비전을 무기로 성공할 수 있겠다는 확신이 들었다. 취미가 아닌 생업이다”라고 덧붙였다.

그는 전통적인 생계형 매장들이 퇴직금을 털어 창업하는 유형이었다면 자신은 보다 비즈니스적인 시각으로 PC방에 접근하고 있다고 자평하면서 앞으로 PC방의 매장별 스타일과 규모 세분화 경향은 가속화될 것으로 내다보기도 했다. 말을 빌리자면 매장마다 활동하는 영역이 다르다는 것이다. 말 그대로 매장마다 추구하는 컨셉에 따라 특성화가 명확해지는 형태로 PC방 업계는 발전할 가능성이 점점 더 높아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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