月刊 아이러브PC방 6월호(통권 331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가상화폐 시세가 큰 폭으로 떨어지면서 채굴 시장이 크게 위축된지 오래지만, 여전히 적지 않은 PC방에서 채굴을 하고 있다. 심지어 일부 프랜차이즈는 창업자를 대상으로 채굴 수익을 전면에 내세우며 적극 알리기까지 한다. 대체 이들은 무엇 때문에 채굴에 나섰을까?

채굴하는 PC방을 둘러싼 업계의 이견
부정적인 시선에도 불구하고 일부 PC방들이 채굴에 주목하는 이유는 당연하게도 돈이 되기 때문이다. 시세가 많이 떨어졌지만 다소 안정화되면서 여전히 채산성이 있는 일부 코인들을 채굴할 경우 한 달 전기 요금을 제하고도 어느 정도는 수익을 남길 수 있다. 올해 폭등한 최저임금의 부담을 조금이라도 덜어보고자 채굴에 나선 PC방들은 극심한 비수기에 접어들면서 PC 가동률이 약 20% 수준으로 내려앉자 놀고 있는 PC를 활용한 채굴을 통해 일정 부분 보전하겠다는 생각이다.

특히 채굴을 통해 얻어지는 가상화폐는 전기요금을 제외하면 별다른 장비 투자나 지출 없이도 기존 클라이언트 시스템을 활용해 얻을 수 있기에, 시세 등락에 따른 리스크가 비교적 작다. 시세가 좋을 때는 수익이 좀 더 늘고, 시세가 나빠도 전기요금 이상만 나오면 PC방 입장에서는 손해 볼 것이 없는 셈이다. 또 장기적으로는 오를 가능성이 충분하다고 보고 미래 자산에 대한 기대감에 채굴을 이어가는 업주도 적지 않다.

하지만, 채굴을 부정적으로 보는 입장에서는 생각이 조금 다르다. 가장 먼저 우려되는 발열 문제를 비롯해 그로 인한 PC 부품 노후화, 중고가 하락, 관리의 어려움 등이 득 될게 없다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이 때문에 PC방 관련 커뮤니티에서는 채굴 PC방과 반(反)채굴 PC방 업주들의 의견 충돌이 일어나기도 한다. 그러나 막상 실제로 채굴에 나선 PC방들은 앞서 언급한 리스크를 최소화하는 방법으로 채굴하기 때문에 큰 문제가 안 된다는 입장이다.

PC방 채굴 어떻게 하나?
PC방에서의 채굴은 주로 고객이 없는 야간에 이뤄진다. 채굴을 주로 밤에 하는 이유는 가동률이 낮은 시간이기도 하거니와 CPU와 GPU를 풀가동함으로써 발생하는 발열을 해소하기에도 상대적으로 유리하기 때문이다. 일부 PC방에서는 낮에도 한산한 시간에 사용자가 로그인하지 않은 좌석에서 채굴 프로그램을 구동하기도 한다. 이 때는 관리프로그램에 사용자가 로그인하면 작업을 중단하거나 사용자가 이용 전 재부팅시켜 채굴을 중단하기도 한다.

이런 다양한 채굴 방법들은 커뮤니티를 통해 퍼지고 있다. 채굴 전문 커뮤니티 땡글을 중심으로 활발하게 의견을 공유하는 사람들 가운데에는 PC방 업주들도 적지 않다. 이들은 좀 더 편리하게 채굴하고 관리할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하며 다양한 의견을 공유하고 있다. 프로그램에 대한 해박한 지식이 있는 업주는 PC방에서 편리하게 채굴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직접 만들어 배포하기도 한다.

PC방 관리 업체들도 지난해부터 활발해진 PC방 업계의 채굴 움직임에 발맞춰 PC방에서 더욱 편리하게 채굴할 수 있는 각종 툴을 빠르게 내놨다. 이런 채굴 프로그램들은 단순히 관리의 편의성을 향상시키는 것을 넘어 좌석별 시스템 성능을 최대로 사용하지 못하도록 제한을 둠으로써 시스템 과부하로 인한 발열 문제와 부품 고장을 최소화하고 있다.

특히 프로그램 사용 PC방에 일부 수수료를 부과하는 최신 채굴 프로그램의 경우 유휴 시간에 자동으로 채굴하고 고객이 사용 시에는 자동 종료하는 기능은 물론, 원격으로 클라이언트 PC에 프로그램을 설치하고 오버클럭 비율을 조정할 수 있게 한다거나, 좌석의 채굴 현황을 실시간으로 살필 수 있는 모바일 어플리케이션까지 지원할 정도로 첨단화돼 PC방이 편하게 채굴할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하고 있다.

채굴로 얻는 수익은 과연 얼마?
그렇다면 현재 채굴로 기대할 수 있는 수익은 어느 정도일까? 이를 따져보기 위해서는 먼저 채굴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치는 해시 성능에 대해 알아야 할 필요가 있다. 해시는 CPU나 GPU가 가상화폐 채굴을 위해 제공하는 연산 성능을 의미한다. 실제 가상화폐 연산에는 슈퍼 컴퓨터급의 성능이 필요하기 때문에 다량의 PC가 함께 일을 하고 기여한 만큼 분배받는 방식이 이용된다. 때문에 해시의 성능은 채굴 수익과 직결된다.

채산성이 있는 GPU 및 CPU의 해시 값은 특정 사이트를 통해 계산해 볼 수 있는데, 현재로써 GPU는 엔비디아 GTX1050 Ti 이상만이 전기요금 대비 수익률을 기대할 수 있는 수준이다. CPU는 AMD 프로세서 쪽이 압도적으로 유리하기 때문에 인텔 프로세서에서 기대할 수 있는 채산성은 그리 크지 않은 수준이다. 그렇다면 CPU와 GPU로 채굴할 수 있는 코인은 무엇이 있을까?

실제로 복수 매장을 운영하며 채굴을 하고 있다는 한 업주는 “그때그때 시세에 맞춰 채산성이 높은 코인을 채굴하지만 대체로 GPU로는 이더리움(Ethereum)을, CPU로는 모네로(Monero)를 채굴하는 것이 효율적이다”고 밝혔으며 “총 채굴 수익에서 GPU와 CPU가 차지하는 비중이 반반정도지만, 상대적으로 전력소모와 발열이 적고 고장이 없는 CPU가 리스크 면에서 유리하다”고 귀띔했다.

약 22만 원(5월 21일 빗썸 거래소 기준) 선에 거래되고 있는 모네로를 AMD 2600X CPU 100대로 12시간 채굴 시의 수익을 따져보면 한 달 동안 약 6.38개를 얻을 수 있으므로 약 140만 원 가량의 수익이 발생한다. 여기서 전기요금을 제한 순이익을 따져볼 수 있는데, PC방 전기의 표준인 일반 갑으로 112W의 전력을 12시간씩 30일간 이용 시 전기요금은 지난 5월을 기준으로 약 33만 원 정도이며, 7월 하절기 기준으로는 50만 원 정도여서 실제 총 순이익은 87~108만 원 가량이다. 같은 방법으로 GTX1050 Ti로 이더리움을 채굴했을 때의 예상 수익을 따져보면 약 100만 원 전후의 금액이 나온다. 결국 총 채굴 수익을 더하면 알바 한 명의 인건비 정도는 커버할 수 있는 수준이다.

PC방 채굴 독인가? 약인가?
채굴을 할 것인가? 아니면 하지 말아야 할 것인가?라는 명제를 두고 정답을 내기란 쉽지 않겠지만, 채산성을 기대할 수 있는 일정 수준의 사양을 갖춘 PC방에서는 알바 한 명의 인건비 정도를 벌어들일 수 있는 채굴 수익이 매력적일 수 있다. 그러나 명심해야 할 것은 PC방에 있어 채굴은 본업이 아닌 부업이라는 점이다. 뿐만 아니라 채굴량은 풀의 해시값과 난이도 등 여러 가지 상황에 좌우되므로 항상 위 계산과 같이 확실한 수익이 보장되는 것도 아니다.

따라서 PC방은 본연의 업무에 충실하면서 부업으로써의 채굴을 선택적으로 활용하는 입장을 취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또 본격적으로 채굴을 병행한다면 채굴에 유리한 시스템을 선택하는 것이 필요하므로 PC 업그레이드 시 해시 성능까지 고려해야 한다. 물론 구형 시스템으로도 채굴을 할 수 있으나, 오래된 시스템에서의 채굴은 전기요금 대비 채산성이 떨어질 수 있다는 점을 유념해야 하며 부품에도 무리를 줄 수 있기 때문에 적정한 수준으로 부하를 낮출 필요가 있다. 하지만 그러다 보면 수익이 기대에 못 미칠 수도 있으므로 채굴을 시작하기 전에 신중에 신중을 기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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