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C방 업주를 때리는 방식으로 청소년을 보호하겠다는 게임법이 정당한지 여부는 차치하고서라도 당장 PC방 업주들은 현행법이 그렇다고 하니 형사고발을 피하기 위해 신분증 검사를 PC방 업무의 일환으로 감내하고 있는 실정이다.

그런데 이 신분증 검사는 여간 고역이 아니다. 영업정지를 피하고 싶은 자영업자를 앞에 두고 왜 신분증을 건네지 않는 것인지 PC방 업주로써는 답답한 심정이고, 손님과 실랑이를 벌이는 경험이 누적되면 누적될수록 고객이 아닌 원수가 된다.

PC방 업주에게 고객의 생년월일과 본인이 맞는지 여부를 확인해 오후 10시 이후에 내쫓을 사람은 내쫓고 받을 사람은 받으라는 법과 모든 게임들의 게임물이용등급을 숙지해 모든 청소년들이 이 등급을 지키지 않는지 동시에 감시하라는 법을 일일이 설명이라도 해달라는 것인지 도무지 알 수가 없다.

신분증 검사로 인해 PC방 알바생도 신경이 곤두서기는 마찬가지다. PC방 알바생들의 커뮤니티에서는 업무 중 가장 힘든 일로 신분증 검사를 꼽는다. 대다수의 고객들이 호의적이지 않은 반응을 보이고 이 중에서는 대뜸 역성을 내는 고객들도 있다며 심리적 압박감을 이유로 든다.

아르바이트 구인구직 사이트 업체 관계자는 “PC방에서 신분증 검사가 이뤄지는 오후 10시경에는 보통 사장님 대신 알바생들이 근무하고, 업무 담당자도 알바생일 수밖에 없다. PC방 알바생들의 피드백 상당수가 청소년과 성인을 구별해 내는 신분증 검사에 대한 것들이다”라고 전했다.

또한 고객들과 실랑이가 벌어졌을 때 행정처분을 당할 수 있다며 신분증 검사의 중요성을 강조했던 사장님이 고객의 기분을 나쁘게 하면 어떡하냐며 태도를 바꿔 일종의 배신감을 느꼈다는 경험담도 소개했다.

만약 오후 10시 전에 청소년을 내보내지 못해 경찰에 적발됐다면 영업정지 처분을 피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고의적으로 청소년을 받은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증명하는 것뿐이다. 고가의 CCTV나 최첨단 신분증감별기가 있어도 알바생의 신분증 검사 행위가 없었다면 행정처분은 불가피한 셈이다.

아울러 알바생이 신분증 검사를 꺼리는 태도를 보인다면 부담을 느끼는 것이므로 PC방 업주가 적극적이고 일관된 자세로 알바생을 독려해야 한다. 신분증 검사는 보통 알바생의 업무지만 PC방 업주의 역할이 중요한 이유다.

경기도 고양시의 한 PC방의 알바생 A씨(25세)는 “PC방 사장님들이 매일 오후 10시를 전후로 매장을 뒤져서 직접 청소년을 색출할 요량이 아니라면 업무 담당자인 알바생들이 보다 단호한 태도로 일할 수 있도록 든든한 지원군이 되어주시면 좋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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