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리학 박사 이장주 교수가 ‘넥슨 개발자 컨퍼런스 2018(이하 NDC 2018)’에서 ‘게임에 매달리는 사람들’이라는 주제의 강연을 통해 세계보건기구(WHO)를 필두로 한 게임장애 질병화 추진을 비판했다.

최근 WHO의 ICD-11 게임장애 코드 등록 추진은 게임업계의 반발은 물론 의학계 내부에서 도 반론에 부딪혀 연기되었지만, 게임의 위상이라는 것이 어느 수준인지를 적나라하게 확인시켜준 이번 사건으로 인한 충격은 아직도 가시지 않고 있다.

이장주 박사는 게임중독의 부당함을 선봉에서 알려온 인물로, 이번 NDC 강연에서도 게임장애가 발생한 원인과 게임장애를 주장하는 이들의 오류 등을 지적했다. 그는 게임에서 재미를 느끼는 이유는 게이머가 상황을 통제할 수 있다고 느끼기 때문이며, 인간이 재미를 추구하는 것은 본능적인 부분이라고 진단했다.

또 산업화가 공동체를 붕괴시킨 이후 ‘청소년’이라는 새로운 개념이 등장하면서 교육이라는 이름으로 이 연령대의 사람들을 묶어두게 됐다고 설명했다. 이런 새로운 교육에 적응하는 소수와 그렇지 못 한 다수의 부적응자가 생겨났고, 이 시기부터 사회가 이러한 자연스러운 부적응을 병리화, 일탈로 규정하기 시작했다고 덧붙였다.

그는 약물에 중독 시킨 쥐를 격리시키면 계속해서 약물을 찾지만, 놀거리가 있고 같이 어울릴 쥐가 있는 우리에 넣어두면 약물을 찾지 않는다는 연구 결과를 인용하면서 사람들이 게임에 빠져드는 현상도 대중이 기여하고 소통할 자리가 없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게임에 빠져있는 사람들은 중독자가 아니라 이들의 욕구를 배려하고 해소할 수 있도록 도와줘야 한다는 시각이다.

또한 게임장애라는 개념 자체가 낡은 적응기준이 야기한 부적응이라며, 이는 19세기 기준으로 21세기 젊은이를 진단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과거의 기준으로 현재를 재단하는 것이 옳지 않다는 주장이다.

한편, WHO가 시도한 게임장애의 문제점을 비판했다. 우선 이론적 근거의 부재를 지적했다. 중독의 개념은 크게 ‘Addiction’과 ‘Intoxication’으로 구분되는데, 게임장애는 유독물질에 취해 신체기관이 손상되는 후자의 개념에 의거한 주장이라는 것이다. 이런 주장대로라면 게임이 신체손상을 유발하는데, 뇌 연구 기반의 디톡스 사업으로 연결할 수 있어 다분히 상업적인 의도를 숨기고 있는 것이라 지적했다.

또한 게임이 이데올로기의 희생양이 될 수도 있다고 분석했다, 젊은이들이 타락해 사회가 무너질 것이라는 기성세대의 공포감이 원인이며, 이런 공포감을 확증편향으로 연구해 불안이 재생산된다고 우려를 나타냈다.

게다가 이런 연구에 참가한 연구자들의 젊은이들에 대한 태도가 부정적이고, 게임을 해보지 않았고, 전공이 보수적인 경우 게임에 더욱 보수적인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는 연구도 소개했다. 연구자들의 성향이 게임에 대한 연구 결과에 영향을 주고 있는 셈이며, 게임중독과 장애는 이런 연구 속에서 내려진 결정이라 주장했다.

이 박사는 게임장애가 과거의 관점으로 미래 세대의 활동영역과 잠재력을 훼손하는 것이며, 게임장애가 누구를 위한 것인지를 정책당국에 물어야 한다는 말로 강연을 마무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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