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을 대표하는 게임사이자 PC방 1세대 게임사 엔씨소프트가 인공지능(AI)에 푹 빠졌다.

엔씨소프트는 <리니지(1998)>, <리니지2(2003)>, <아이온(2008)>, <블레이드앤소울(2012)>까지 PC방 대표 MMORPG를 잇달아 선보이며 전성기를 구가했다. 하지만 온라인게임에서 MMORPG라는 장르가 약세로 전환했고, 자연스럽게 PC방에서도 엔씨표 게임들의 위상이 예전만 못하게 됐다. 구력이 오래된 PC방 업주일수록 최근 2~3년간 엔씨소프트는 뭘 하고 있었는지 궁금하다는 반응이 나온다.

PC방 업주에게 낯설 수 있지만 이 시기 엔씨소프트는 ‘온라인게임의 절대강자’라는 틀에서 벗어나 지식재산권(IP)를 활용한 모바일게임 <리니지2 레볼루션>와 <리니지M>으로 흥행 신화를 다시 썼다. 여기에 <아이온>과 <블레이드앤소울> 모바일 버전도 준비하고 있다. 이제 엔씨소프트에게 플랫폼을 편식한다고 지적하기 어려운 시대가 된 것이다.

하지만 엔씨소프트가 회사의 체질을 모바일게임 체재로 개편하는데 총력을 기울인 것은 아니다. 엔씨소프트의 시선은 모바일 시장에서의 흥행이 아니라 더 커다란 분야인 AI를 향하고 있었다.

엔씨소프트는 AI를 활용해 더욱 재미있는 게임을 개발할 수 있다는 판단 하에 <블레이드앤소울> 출시 전부터 전담 TF를 조직했다. AI TF는 2016년 1월부로 산하 조직 게임AI 랩, 스피치 랩, 비전 TF를 갖춘 AI 센터로 발전하기에 이르렀다. 여기에 언어AI 랩과 지식AI 랩을 산하에 둔 NLP(자연어 처리) 센터도 추가로 운영하고 있다.

엔씨소프트의 AI 연구의 목표는 어려운 문제에 대한 해결 방안을 찾거나, 기존 기능을 새롭게 개선하는 것이다. AI 센터 관계자는 연구 성과가 게임과 연결되면 기존 라이브 게임은 물론 신작 게임에서 새로운 형태의 플레이가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동시에 AI를 활용해 콘텐츠를 가공하고 사용자와 AI가 상호작용하는 형태의 새로운 정보 서비스도 선보일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이런 AI 기술은 이미 게임에 적용된 바 있다. 지난 2016년 1월 27일 <블레이드앤소울> ‘무한의 탑’에 AI가 시범 적용됐다. ‘무한의 탑’은 분류상으로는 PvE 콘텐츠지만 마치 플레이어와 전투를 하는 듯한 느낌을 선사하는 것이 특징인데, 이는 몬스터가 기계적으로 행동하지 않고 AI의 도움을 받아 플레이어의 움직임에 반응하기 때문이다.

AI 기술이 MMORPG, 그것도 1:1 PvP를 연상케하는 전투에 도입된 것은 이번이 첫 사례다. 엔씨소프트는 기존 강화학습 기술에 딥러닝을 적용한 ‘심층강화학습’ 기술을 통해 AI 성능을 개선, 더욱 유저와 비슷한 느낌을 주는 AI를 개발중이라고 밝혔다.

또 게임을 개발하는 과정에도 AI의 도움을 받을 수 있도록 기술을 개발 중이다. 이를 통해 기획, 아트, 프로그래밍 등 게임 개발 프로세스에 필요한 무수한 시행착오와 소요 시간, 비용을 단축하면서 경쟁력을 키워나갈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한편, 엔씨소프트는 AI를 게임 외 분야에도 적극 활용한다는 계획이다. AI 기반 야구 정보 서비스 ‘페이지(PAIGE)’가 대표적이다. ‘페이지’는 AI 기술을 활용해 야구에 특화한 콘텐츠를 실시간으로 생성, 요약, 편집하고, 이를 사용자가 가장 필요한 때에 제공하는 서비스다.

사용자가 AI에 질문하면 의도를 파악해 지식을 가공해서 답하고 경기 예측, 퀴즈 등의 참여형 콘텐츠를 통해 AI와 함께 놀 수 있는 기능도 제공한다. ‘페이지’의 핵심 기술은 NLP센터가 보유한 언어 AI기술과 지식 AI기술로 4월 중 ‘얼리 억세스’ 형태로 출시될 계획이다.

엔씨소프트는 AI를 통한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고 근본적인 혁신을 이룩한다는 비전을 밝히는 한편, 혁신할 수 있는 분야라면 어디든 적용한다는 계획이다. AI 기술의 가능성에 주목해 지속적으로 투자하고 있는 엔씨소프트가 새로운 혁신과 미래 경쟁력을 창출할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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