月刊 아이러브PC방 3월호(통권 328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지난해 11월부터 카카오게임즈가 국내 버전 <배틀그라운드>를 서비스한 이후 PC방은 ‘스팀 배그’와 ‘카카오 배그’가 혼재되어 있는 상황이다. 현재의 PC방 통계 서비스에서는 두 개의 <배틀그라운드>를 엄밀히 분리해 성적을 집계하지 않는 관계로, <배틀그라운드>는 점유율 40%를 돌파하는 등 연일 최고기록을 경신하고 있다.

하지만 스팀 배그와 카카오 배그를 별도의 게임처럼 바라본다면 두 게임의 최근 분위기는 사뭇 다르다. ‘스팀 배그’ 는 기대와 달리 정식 서비스 이후 온갖 악재가 터지면서 상처를 봉합하기에 급급한 반면, ‘카카오 배그’ 는 각종 난관에도 불구하고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이에 <배틀그라운드>의 명암을 살펴봤다.

배틀로얄의 공정성 해치는 핵
<배틀그라운드>는 전 세계적으로 선풍적인 인기를 구가했다. 펍지주식회사가 얼리억세스 방식으로 스팀에 등록한 지난해 3월부터 정식 서비스를 시작한 12월까지 선풍적인 인기를 누리고 있고, 이런 인기는 2018년 들어서도 계속됐다. 지난 1월 중순에는 동시접속자 325만 명을 돌파했고, 콘솔을 제외한 스팀에서만 2,900만 장의 판매고를 올렸다.

이런 인기는 국내도 예외는 아니었고, 카카오게임즈가 가세하면서 흥행가도에는 탄력이 붙었다. 카카오 배그 15세이용가 버전이 출시된 이후에는 점유율과 사용시간 등 PC방 성적의 최고기록을 경신하고 있다. 카카오게임즈는 카카오 배그의 일 사용자가 70만 명을 돌파했다고 발표하기도 했다.

그러나 국내의 뜨거운 반응과 달리 해외에서는 인기는 다소 시들해진 인상을 풍기고 있다. 스팀 리서치 서비스 스팀스파이에 따르면 지난달 말 기준으로 동시접속자는 150만 명 수준으로 곤두박질 쳤다. 한 달 남짓한 기간 동안 최고 동시접속자의 절반 이상이 뭉텅이로 잘려나간 셈이다.

바로 핵 때문이다. 핵은 인기 온라인게임이라면 피해갈 수 없는 숙제 같은 것으로, <배틀그라운드>도 전 세계적 인기 게임 반열에 들어섰으니 당연히 겪어야 하는 성장통이다. 하지만 펍지주식회사의 핵 대처는 변명의 여지가 없을 정도로 저급했다.

핵 이슈는 지난해 7월부터 수면 위로 떠올랐고 아직까지도 사그라들 기미가 보이질 않고 있다. 정식서비스 이전에 거론되던 아직 얼리억세스 단계일 뿐이니 비난할 수 없다던 변호 레파토리도 이제는 통하지 않는다.

현재 ‘스팀 배그’ 유저들은 핵 사용 풍조가 만연해 있어 정상적인 플레이가 불가능할 정도라고 입을 모은다. 특히 <배틀그라운드>는 각 게이머가 동일한 조건으로 최후의 1인을 가리는 ‘배틀로얄’ 테마를 전면에 내세운 만큼 그 어떤 게임보다 공정성이 요구되므로 핵은 치명적이다.

각양각색, 다양성 자랑하는 핵
펍지주식회사가 미온적인 태도로 일관하며 효과적인 해결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는 사이, 핵은 <배틀그라운드>를 완전히 병들게 했다. 또한 핵은 각양각색의 기능으로 진화하고 있는 중이다.

맵 위의 오브젝트를 표시해주는 월핵을 이용하면 다른 게이머들의 아이템을 확인할 수 있다. 또한 월핵은 오브젝트의 외곽선과 골격까지 표시해주고 거리까지 측정해 알려주므로 플레이가 한층 수월해진다.

먼저 적과 총을 발견하고 자신을 숨기는 것이 중요한 <배틀그라운드>에서는 모양과 색깔을 바꾸는 핵도 있다. 적을 형광색으로 바꾸거나 아이템의 크기를 커다랗게 보여줌으로써 가시성을 높이는 기능이다.

또한 풀과 나무 등을 모니터에 출력하지 않음으로써 적의 은폐를 무력화하거나 심지어 모든 사물을 단순화하는 핵도 있다. 이외에도 총기의 반동을 제어하거나 자동조준 기능을 통해 교전 시 승리를 보장하는 핵이 특히 유명하다.

여기까지는 조잡한 핵에 지나지 않는다. 기술적으로 진보한 핵은 서버에 전송하는 데이터를 조작한다. 이런 핵은 아무리 총에 맞아도 체력이 줄어들지 않도록 한다거나 쿨타임을 제거하는 등의 기능을 제공한다.

아울러 순간이동 초능력자처럼 움직일 수도 있고, 염동력자처럼 멀리서 사물을 자유자재로 조종하기도 한다. 심지어 <배틀그라운드>의 절대적 규칙인 자기장을 옮기거나 보급상자의 위치도 임의로 조작하기도 한다.

이와 같은 핵의 심각성을 펍지주식회사도 모르는 것은 아니다. 때문에 핵 이용자, 판매자, 유포자 등을 제재했다고 공지하고 있다. 하지만 일반 게이머 입장에서는 핵 이용자 감소를 피부로 체감하기 어렵다보니 실효성에 대한 의문이 크다.

일부 게이머들은 핵의 99%가 중국에서 유입된다는 펍지주식회사의 발표가 맞다면 지역 제한(REGION LOCK)을 통해 스팀 서버를 분리할 것을 요구하고 있으나 개발진은 그럴 계획이 없음을 확실히 했다.

공정성 찾아 떠나는 난민 행렬
스팀 배그가 핵 때문에 앓고 있는 몸살은 카카오 배그에 기회로 작용했다. 장터도 없는 카카오 배그가 핵 청정 구역으로 입소문이 나면서 스팀 배그를 구입한 게이머도 카카오 배그로 유입되는 기현상이 나타난 것이다.

여기에 카카오게임즈는 영리한 정책까지 내놓았다. 해외 IP를 차단한 것은 물론, 다음(DAUM) 아이디를 통한 계정을 1개로 제한하고 핵 이용 계정을 영구 정지하는 등 강경한 노선을 견지해 호감을 샀다.

카카오게임즈는 <배틀그라운드> 게이머들이 공유하고 있는 염증과 정서를 공략하듯이 이틀에 한 번 꼴로 ‘불법프로그램 제재 및 모니터링 결과’를 공지하고 있으며, 카카오 배그는 핵 이용자 비율이 현저히 낮아 거의 없다고 해도 무방하다고 밝혔다.

카카오 배그는 비장의 카드도 남아있는 상황이다. 바로 PC방 프리미엄 혜택이다. 아직 구체인 혜택 내용이 공개되지 않았으나 PC방 혜택이 적용되면 국내에서 카카오 배그 점유율이 스팀 배그를 추월하는 것도 시간문제다.

한편, <배틀그라운드>는 핵을 상대하기도 버거운 판국에 해외에서 걸출한 호적수까지 나타났다. 그 주인공은 바로 에픽게임즈의 <포트나이트>다. <포트나이트>는 글로벌 대세 테마인 배틀로얄을 토대로 전략적 건설 요소인 액션빌딩을 가미해 유쾌한 연출과 분위기로 풀어낸 타이틀이다.

<포트나이트>는 출시 100일 만에 4,000만 장의 판매고를 올렸고 동시접속자 200만 명을 기록하며 <배틀그라운드>를 위협했다. 마침내 지난달에는 동시접속자가 340만 명을 돌파해 <배틀그라운드>의 최고기록을 갈아치웠고, 글로벌 스트리밍 사이트 트위치의 인기게임 순위에서도 <배틀그라운드>를 추월했다.

이외에도 실력 있는 게임사들이 배틀로얄을 테마로 한 고퀄리티의 게임들을 하나둘씩 내놓고 있어 <배틀그라운드>는 힘겨운 싸움을 이어갈 전망이다.

엎친 데 덮친 격, 짝퉁 게임 ‘봇물’
<배틀그라운드>가 전 세계적 흥행에 성공하자 짝퉁 게임들이 우후죽순처럼 쏟아져 나오고 있는 것도 악재다. 이런 게임들은 단순히 배틀로얄이라는 테마를 채택하고 있는 수준이 아니라 <배틀그라운드>를 베끼는 것을 목표로 삼기라도 한 듯 플레이 방식, 그래픽, 인터페이스, UX까지 똑같은 것이 특징이다.

짝퉁 게임들은 PC나 휴대폰 등 플랫폼을 가리지 않으며, 대형 게임사부터 소규모 개발팀까지 회사 규모도 불문한다. 또한 이런 짝퉁 게임이 <배틀그라운드>의 최대 소비 지역인 중국에서 나오고 있다는 점도 뼈아프다.

노골적인 짝퉁과 공통분모가 있는 작품 사이의 어딘가에 위치한 게임들까지 고려하면 <배틀그라운드>가 당면한 악재는 상상 이상으로 거대하다.

마치며
<배틀그라운드>는 글로벌 흥행의 다음 단계로 이스포츠를 제시했다. 독보적 지위를 확보하고 전 세계적 인기를 지속하려면 이스포츠가 필요하다는 판단에서다. 그러나 이스포츠로 안착하기 위해서는 거대한 게이머 층이 필요한데 최대 시장인 북미와 중국에서 게이머 수가 계속해서 감소하고 있다.

<배틀그라운드>의 장기적 흥행과 이스포츠 성공을 위한 열쇠는 결국 게임의 재미를 저해하는 핵에 어떻게 대응하느냐에 따라 달라질 전망이다. 반쯤 돌아서서 떠날 준비를 하는 게이머들의 마음도 핵에 어떻게 대응하느냐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또한 전국의 많은 PC방에서 카카오 배그가 스팀 배그를 추월하기 시작했는데, 그 원인이 핵 스트레스인 것으로 꼽히고 있어 핵 대응은 <배틀그라운드>의 운명을 가를 분수령이 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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