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 PC방 요금인하 폭격전에서 희생되는 영세 매장들
PC방 업계 이미지 추락 우려, 적극적인 쇄신 노력 절실

PC방 업계 사상 이처럼 특정 PC방이 많은 관심과 주목을 받은 전례가 있을까? 최근 PC방 업계 최대 이슈는 지난해 10월부터 현재까지 이어지고 있는 아주대 PC방 사태다.

아주대 상권에서 벌어지고 있는 이번 분쟁은 PC방 업계 밖에서도 들여다 볼 정도로 크게 주목을 받고 있다. 그동안 온라인게임이나 OS와 관련한 업계 갈등이 외부의 관심을 끈 적은 있어도 특정 매장들 간의 싸움에 이처럼 수많은 구경꾼들이 꼬이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닌가 싶다.

해당 사건은 신규 매장이 오픈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성사된 경쟁 매장과의 사전 공조 약속, 이에 따른 상권 정보 및 매장 운영 정보 공유, 그리고 무료쿠폰 이벤트로 시작된 극적인 배신이라는 결말이라고 압축할 수 있다.

급기야 배신을 당한 업주는 충격을 받아 뇌졸중으로 쓰러졌고, 같은 상호를 사용하는 매장들이 뭉쳐서 대응하는 대결 양상을 띠기 시작했다. 대결은 출혈을 불사한 무한 경쟁, 원색적 비난의 플래카드까지 동원한 비방전, 프랜차이즈 본사가 나서 물심양면으로 지원하는 장기전 구도, 보다 많은 임금을 보장하는 알바생 스카웃까지 벌어지고 있다.

관련 소식 하나하나가 모두 자극적이다보니 이런 사태가 누리꾼들의 시선을 끌지 못한다면 오히려 이상할 것이다. 실제로 PC방 업주들의 커뮤니티뿐만이 아니라 다양한 커뮤니티와 인터넷 상에서 해당 사건에 대한 게시물을 쉽게 찾을 수 있다.

또 게시물에 달린 댓글 중에서는 진위 여부가 모호한 가십성 루머나 인신공격성 추문들도 적지 않다. 그래서인지 아주대 상권에서 벌어지고 있는 이번 사태의 소식은 끊임없이 확대 재생산되고 있는 중이다.

이렇게 PC방 업주 사이의 갈등이 흥미 위주로 소비되고 있는 가운데, 누리꾼들의 반응은 크게 두 가지 정도로 압축된다. 하나는 이번 분쟁이 요금 인하 대결로 비화될수록 PC방을 이용하는 인근 거주자들은 득을 본다는 부러움이고, 나머지 하나는 사건의 발단이 된 PC방 업주(고질라, 고릴라, 킹콩 매장 업주)에 대한 비난과 3pop PC방에 대한 응원이다.

하지만 거대 PC방들 사이에서 벌어진 요금 인하 전쟁은 인근 영세 PC방들의 피해를 낳는다. 3pop PC방은 많은 투자자들이 일정 지분을 나누어 갖는 거대 연합체고, 고질라 PC방 역시 다수의 매장을 운영하는 기업형 매장으로 알려져 있다.

이 둘은 전쟁이 끝난다고 해도 결코 쓰러지지 않을 자본과 여력이 있다. 하지만 단독으로 매장 하나에 삶을 걸고 있는 영세 PC방 업주의 얇디얇은 새우등은 터질 수밖에 없다.

또한 PC방 업주들 사이에서는 이번 분쟁에서 3pop PC방이 일방적인 피해자로 묘사되는 경향에 대한 반감도 적지 않다. 과거 3pop은 돈의 힘을 빌어 상권들을 초토화시키는 것으로 빈축을 산 바 있는데 아주대 분쟁에서는 3pop이 마치 정의의 복수를 위해 힘을 모으는 의형제처럼 그려지고 있다는 지적이다.

그동안 PC방 업계는 출혈경쟁을 자제하고 동업자 의식을 고취하기 위한 노력을 경주해왔다. 그러나 진흙탕이 되어버린 이번 아주대 사태는 이런 노력을 수포로 만든다. 또 합리적인 갈등 해결이 아니라 공멸을 불사하겠다는 식의 태도는 업계 이미지에도 심각한 타격으로 이어질 것이 자명하다.

PC방 업계 이미지 추락을 막고 새우등 터지고 있는 매장들이 정상 영업을 하기 위해선 사태가 조속히 해결되어야 한다. 협단체 차원에서 중재에 나서야 한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지만 아직 인문협과 콘텐츠조합은 입장을 내놓고 있지 않다. 당사자들 간의 원만한 해결이 불가능하다면 누군가 나서야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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