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국내 게임시장을 강타한 <플레이어언노운스 배틀그라운드(이하 배틀그라운드)>의 폭발적인 흥행은 PC방도 비켜갈 수 없었다. 덕분에 스팀(Steam)이라는 PC게임 유통 플랫폼이 PC방에서 자리잡는 결과를 낳았다.

시간이 흘러 해가 바뀌었지만 아직도 PC방에서 스팀의 역할은 <배틀그라운드>에 접속하고 게임을 실행하는 런처 이상의 모습을 보여주지는 못하고 있다. PC방 업계는 PC방 업주가 게임사에 게임비를 지불하는 방식이 아닌 게이머가 타이틀을 구매하는 스팀의 방식에 호감을 보였고, <배틀그라운드>가 스팀의 부상(浮上)으로 이어지길 바랐던 만큼 아쉬울 수밖에 없다.

<GTA5>나 <위처3>처럼 세계적으로 이름값과 판매고가 높은 게임들은 PC방에서 자취를 찾을 수 없고, <워프레임>이나 <팔라딘스>처럼 스팀에 입문하기 적합한 부분유료화 게임도 점유율 순위에 이름이 없다.

<철권7>는 스틱 물량이 동날 정도로 인기를 끌었고, 일부 PC방에서도 스틱을 들여놓기도 했지만 가시적인 성과를 맺지는 못했다. <문명5>와 <레프트포데드>는 PC방에서도 의미있는 반응을 이끌어냈지만 마스터하드 업체들의 무분별한 복제로 PC방은 ‘불법’이라는 멍에를 써야 했다.

한 PC방 업주는 “리그오브레전드가 돌풍을 일으킬 당시, PC방 업계에서는 AOS 장르가 흥하며 가동률 상승을 견인해줄 것으로 기대했다. 하지만 PC방을 이용하는 게이머들은 다양한 AOS게임을 플레이하는 것이 아니라 리그오브레전드만 하는 경향을 보였다”라며 “게임의 보고인 스팀이 PC방 고객들에게 조금 더 주목을 받으면 참 좋겠다”라고 말했다.

분명 <배틀그라운드> 외에는 PC방에서 뚜렷한 성과를 거둔 스팀표 게임이 없지만 PC방을 벗어나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정품 구입에 대한 게이머들의 인식이 바로 잡히는 추세고, 구입 및 설치도 간편해 스팀을 이용하는 게이머는 빠르게 늘어나고 있다.

스팀은 게임을 저렴하게 구입할 수 있다는 점에서도 매력이 넘친다. 국내 게이머들은 스팀이 온갖 명목을 붙여가며 다양한 세일을 진행한다는 이유로 밸브코퍼레이션 게이브 뉴웰 대표에게 ‘연쇄할인마’라는 별명을 붙여줬다. 세일 기간에 게임들 값싸게 구입할 수 있다는 사실은 모바일게임들이 자행하는 살인적인 과금 유도에 지칠대로 지친 게이머들에게 더없이 매력적인 부분이다.

한편, 전통의 플랫폼이자 정수라고 할 콘솔게임을 즐길 수 있는 점도 스팀의 장점 중 하나다. 최근 들어 콘솔게임들이 스팀을 통해 PC버전을 출시하는 경우가 크게 늘었는데, 스팀을 이용하면 평소 관심을 두었던 콘솔게임을 PC로 맛볼 수 있다.

PC로 플레이할 수 있는 게임은 <배틀그라운드>, <리그오브레전드>, <오버워치>, <피파온라인3> 외에도 무수히 많다. 그리고 무수히 많은 게이머를 거느리고 있다. PC라는 시설을 대여하는 PC방이 이런 게이머층을 포용하지 못할 이유가 없다.

올해는 PC방과 스팀의 접점이 더욱 커진다. 넥슨은 스팀에서 돌풍을 일으킨 <배틀라이트>를 선보일 예정이다. PC방 업계라고 해서 스팀이 더 이상 바다 건너에서나 유효한 유통 플랫폼이 아닌 셈이다.

현재의 PC방 환경은 고객 연령대를 10, 20대에 한정하고 이들이 선호하는 팀기반 대전 게임에만 집중한 형태다. PC방 환경이 보다 다양한 고객층을 아우르면서 컴퓨팅 시스템도 스팀 이용에 친화적으로 바뀐다면, PC방 내 스팀 지분의 확대와 이에 따른 유료게임비 절감도 기대할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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