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대구광역시에서 신규 PC방이 기존 매장의 폐업을 노리고 일명 ‘민짜 작업’을 치밀하게 벌였던 사건이 알려지면서 업계에 충격을 주고 있다.

지난 봄, 대구의 한 역세권에 위치한 A PC방 인근에 B PC방이 개업했다. 주요 상권에 신규 PC방이 들어서는 일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지만 매출 감소에 고민하던 A PC방 업주 C씨에게 어느 날 B PC방 업주 D씨가 찾아와 A PC방 인수 의사를 전해왔다.

D씨는 20대 초반으로 젊었지만, PC 가격만 수억 원에 달하는 인수 대금에 개의치 않고 계약금 1,000만 원을 선뜻 걸었다. 다만 D씨는 ‘청소년(미성년자) 츨입 관리에 최선을 다하여야 하며, 관리소홀로 인한 적발 시 계약 불이행으로 간주한다’는 특약을 꼭 추가하길 희망했다.

A PC방 업주 C씨는 부모가 돈이 좀 있나보다 하고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는데, 예정된 잔금일이 코앞으로 다가오자 문제가 생겼다. 심야시간 청소년 출입으로 경찰이 출동한 것인데, 공교롭게도 과거 심야시간 청소년 출입 적발이 2건이 있던 터라 행정처분 수위가 높아졌다.

그런데 문제가 커졌다. 심야시간에 단속이 이뤄진 다음날 D씨는 특약에 따라 계약을 해지하며 위약금 2,000만 원을 배상하라는 내용증명을 C씨에게 발송하고, 그 다음날에는 대구지방법원으로부터 손해배상 지급명령서가 C씨에게 날아왔다.

절묘한 시기에 발생한 사건과 단속, 그리고 너무나 정확한 내용증명과 지급명령서에 C씨는 의혹을 갖게 됐다. 더욱이 C씨는 인근 지역에 마당발로 소문이 나있었고 평소 청소년 심야 출입이 일체 없었는데 계약 직전에 2차례가 연거푸 발생했던 점도 의구심을 들게 했다.

동네 지인들과 단골손님들을 대상으로 수소문한 끝에 심야에 출입했던 청소년들과 연락이 닿게 됐다. 지인들을 통해 자초지종을 설명하자 누군가에게 돈을 받고 사주를 받았다는 이야기를 털어놓았다. 이들을 매수해 범죄를 교사한 사람은 다름 아닌 B PC방의 업주 D씨였던 것이다.

해당 청소년들은 미성년자라 처벌이 없거나 약할 것이란 걸 알고 돈에 현혹돼 범죄를 저질렀지만 지인들의 설득과 죄의식에 교사범에 대해 자백을 한 것이다.

이제까지 신규 창업에 따른 출혈경쟁 및 소위 ‘민짜 작업’이 종종 있어왔지만, 이번처럼 창업 초기에 인근에 위치한 기존 PC방을 폐업시켜 상권을 독점하고자 청소년들을 동원해 치밀하게 범죄를 자행하고, 나아가 거짓 인수 계약을 획책해 계약 위약금까지 가로채는 사건이 알려진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특히 C씨가 지역 내 많은 사람들과 두루 친분 관계를 갖고 있지 않았더라면 자칫 사건의 전말을 밝혀내지 못하고 폐업의 수순을 밟았을지 모른다는 사실이 업계에 충격을 주고 있다.

C씨는 “삶에 치여 다급해진 중년도 아닌 이제 20대 초반의 사회초년생이 이렇게 치밀하게 계획을 세워 범죄를 저질렀다는 데 충격이 크다”며 D씨를 사기로 고소를 한 상태다.

하지만 악의를 가지고 영업을 방해하기 위해 청소년 심야 출입을 사주한 자에게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만 원 이하의 벌금을 부과하도록 하는 ‘게임산업진흥에관한법률 일부개정법률안(유동수 의원 대표발의)’은 아직 국회에 계류돼 있어 이를 통한 처벌은 어려울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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